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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네 소식

심심한 캐나다

민아네 2012. 12. 6. 09:07

지난 9월 이곳으로 파견을 나온 지 벌써 약정된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애초에 계획된 일정이란게 열이면 열 다 지연되게 마련이라 제 날짜에 돌아가지 못할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수년전 파견을 와 보았기에 사무실 사람들도 거진 다 아는 처지라, 그다지 낯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출퇴근 거리가 기존의 2/3 수준 내지는 반으로 짧아져서 가뜩이나 비싼 휘발유값을 절약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주변 엔지니어링 업계가 심상치 않다. 나의 홈 오피스인 옥빌(Oakville) 사무실은 프로젝트가 없어서 손가락만 빨고 앉아있은지 벌써 오래이고 Aemec, Hatch, Aecom 등의 굵직한 메이저급 회사들도 감원바람이 불고 있다.


내가 다니는 SNC도 메이저급 회사 중 하나에다 토론토에만 몇군데의 사무실이 있지만 역시 사무실마다 일이 없어서 난리가 났다.


그런데 유독 내가 파견나온 이곳만 일복이 터져서 매일같이 계속되는 오버타임에 아주 힘들어 죽을 맛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빠 죽겠는데도 저녁 6시만 되면 회사건물에 아예 인적이 끊긴다.


워낙에 퇴근시간을 엄수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통은 사람들이 새벽같이 나와서 일찍 퇴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퇴근길은 오후 4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허나 그렇게 바쁜 것도 프로젝트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만 유효할 뿐이다. 아마도 후속 프로젝트가 없으면 잔뜩 쌓인 휴가를 그때 가서 왕창 사용하게 될 것이다.

 

옥빌 오피스에는 이민 오자마자 들어간 회사에서 알게된 멤버들이 많이 있다. 사실 내가 이 회사로 옮기게 된 것도 그 사람들이 먼저 이 회사로 옮겨 온 후 얼마 뒤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부서는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전 회사에서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완전 올드 멤버들이다.

 

그 멤버 중 한사람이 다음주에 은퇴를 한다. 벌써 70을 바라보는 분인데, 연금을 만땅으로 받을 수 있는 은퇴연령은 65세지만 그동안 엔지니어링 경기가 좋아서, 회사에 계약직으로 계속 남아 일을 해 왔었다. 사실 그렇게 은퇴 연령을 넘기고도 회사에 남아 일하는 노인네들이 많은데 은퇴해서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한 계속 일을 하면서 은퇴연금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은퇴연금 지급시기를 늦추면 나중에 받는 연금액수도 올라가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게다가 수입을 올리는 문제보다도, 은퇴해서 얼마 안 있어 갑자기 변화된 생활 패턴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일을 하는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다만 일이 힘들면 일하는 날짜를 예를들면 주당 3일-4일로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 은퇴하는 양반을 처음 만난게 그 양반이 50대였을 시절이니 참 세월이 빠르긴 빠르다. 다음주에 환송의 의미로 부서 사람들과 모여서 점심을 같이 한다.

 

연말이라 모임도 많고 행사도 많다. 지금 이렇게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그것도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면서 한풀 꺾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휴일은 12월 22일 토요일부터 시작되어서 신정까지 휴일이니 한 열흘 좀 넘게 쉴 수가 있다. 물론 법정 공휴일은 그 중 사흘 뿐이지만, 모든 사무실이 문을 다 닫기에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 기간에 일을 하고 싶을 리도 없겠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시골의 카티지를 빌려서 고대 후배 몇몇 가족들과 같이 사나흘 지내다 올 것이다. 눈이 오면 근처 스키장에도 가고 사진도 찍으며 푹 쉬다 올 것이다. 민아는 시골로 놀러가는게 영 싫지만 어쩔수 없다. 카티지에 와이파이가 잘 터지기만을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지내고 새해 출근을 하면 또 회사일로 한동안 정신없이 돌아칠 것이다. 익사이팅할것도 없고 짜릿한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악 소리 나는 낭떠러지도 없는, 한없이 느려터지고 밋밋하고 심심한 평지같은 생활, 캐나다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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