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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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에 쓴 글.지난 주말 다섯가족이 친목차 모여 저녁을 같이 먹었다. 모임의 명목은 계모임으로서 두달에 한번 모일때마다 곗돈을 붓고 그것으로 같이 놀러가거나 여자들 연말에 파티 드레스를 구입한다거나 하는 구실을 붙여서 만든 모임이다. 모임 자체는 오래된 모임이라, 가족중 한 가족은 우리와 십여년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가족이고, 나머지도 알고 지낸 역사가 결코 짧지는 않다. 나의 모임은 무조건 가족단위, 부부동반이 원칙이지만, 또 만나면 여자따로 남자따로 애들따로 이렇게 따로따로 모임이다. 아무래도 남자들과 아줌마들은 화젯거리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남의 와이프 혹은 남편들 앞에서 터놓고 말하기는 좀 뻘쭘한 화제도 가끔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것이리라. 내 생각에 아줌마들 화제는 주로 남편 ..

2009년 12월에 쓴 글.민아는 1박 2일 뮤직캠프에 갔습니다. 영어로 하니 좀 고상해 보이는데, 실상은 합주반 애들 합숙훈련을 빙자한 야외 나들이입니다. 민아는 클라리넷을 하는데 도레미파 정도만 할 줄 아는 수준입니다만, 그 정도도 클라스에서는 잘하는 축이랍니다. 선생이 누군지 모르지만 참 애로사항이 많겠다 싶습니다. 악기는 학교에서 대여를 해 주고, 입으로 부는 악기는 입 대는 부분에 장착하는 마우스피스만 따로 구입하면 됩니다. 합주반 (영어로 밴드 클라스) 선생이 좀 무섭고 덩치큰 아줌마라는데, 어쩌다 애들이 악기를 안 가지고 오면, 시간 내내 일어서서 입으로 소리를 내도록 시킨다고 합니다. 즉 애들이 연주를 하면 거기에 맞춰서 자기 악기가 맡은 부분을 아아아 띠리리리링 하면서 악기 흉내를 목소리..

2009년 12월에 쓴 글.늦은 겨울밤이다. 날이 추워지려는지 창밖에는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글을 읽거나, 작은 편지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늦은 밤이 되고 말았다. 늦은 밤에 홀로 깨어있다는 것은 왠지 외롭기도 하고 노곤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센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괜히 이런 저런 상념이 떠오르기 좋은 시간이다. 그래서 글쟁이들은 늦은 밤에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겨울밤은 혹독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따뜻하기도 하다. 닥터 지바고 라는 영화에서, 겨울날 오두막에서 연인 라라와 함께 지내는 지바고의 모습이 나온다. 겨울바람이 창문을 덜컹덜컹 두드리는 소리와, 라라가 들고 있는 다리미에서 나오는 달칵거리는 소리, 그리고 싸모바르(러시아식 주전자)에서 물..

2009년 12월에 쓴 글.내가 강릉을 다시 간 것은 군 제대후 이듬해였다. 군생활을 할 당시,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의 강릉 해변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제대하면 꼭 한번 다시 오리라 생각을 했던 터였다. 군부대는 시내에서 40분정도 들어가야 하는 외딴 곳에 있었다. 부대로 가는 길은 멀리 야트막한 둥근 산이 보이고 그 앞에 논밭이 펼쳐진 한국의 전형적인 시골길이어서 주말에 시내에 나와 시간을 보내다 버스를 놓치고 저녁무렵 걸어서 들어갈 때면 산등성 너머로 스러져가는 찬란한 햇살의 산을 배경으로 드문드문 있는 민가의 저녁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강릉시내 역시 "택시부" "터미날" 등과 같은 지방도시 특유의 지명을 머금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도시였다. 택시부..

2010년 6월에 쓴 글.어제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빵이 알맞게 부풀었다. 오븐에 넣고 온도를 맞춘다. 가끔 장에서 빵 반죽을 사다가 부풀려 오븐에 구워먹는다. 옛날에 술빵, 화산빵이라 해서, 어머니가 막걸리로 반죽한 밀가루 빵을 쪄 주던 기억이 나는데, 그것과 비슷한 빵이다. 금방 구운 빵은 어른 팔뚝만한게 구수하고 따끈 말랑 쫄깃해서 엄청 맛있다. 한국 제과점에서 이 빵을 미리 예약 주문을 받아서 구워 팔면 날개돋친듯 팔릴것 같은데.(부풀리는 시간 6-8시간, 굽는시간 30분) 성질급한 한국사람에게는 안 맞으려나? 다섯시 사십분, 침대에서 나와 이 닦고 세수를 한다. 샤워는 한번쯤 걸러도, 머리는 매일아침 감는다. 이질적인 냄새는 아무리 약해도 두드러지는 법. 여러 인종이 섞여 일하는 곳이니 냄새만..

2010년 6월에 쓴 글. 꿈을 꾼다. 어떤 대학교인 듯한 석조건물이 보이고 민아엄마와 나는 화사한 햇살을 받으며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다. 누군가 다가와 학교내 활동에 관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 나는 간혹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듣는다. 갑자기 민아엄마가 일어서서 걸어간다. 나는 설명하는 이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부지런히 따라간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저만큼 걸어가는 그녀는 못 들었는지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녀는 고색창연한 나무문을 열고, 교회 혹은 강의실처럼 보이는 석조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다다르기 잠시 전에 문은 쿵 닫히고 곧 도착한 나는 숨을 헐떡이며 문을 왈칵 열었다. 안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애들이 더러는 가방을 메고 더러는 책을 든 채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는데, 민아엄마가 막 다시..

2010년 6월에 쓴 글.요즘 불끄러 다니는 소방수가 된 기분이다. 이 회사는 큰 다국적 엔지니어링 회사답게, 토론토에도 몇 개의 오피스가 있는데, 단기간에 바쁜 일이 있으면 오피스간에 사람을 빌려오기도 하고 빌려가기도 한다.단일 엔지니어링 회사로는 세계 최대라 들었는데 (지금은 아닐수도 있다), 사실 직원입장에서는 회사가 크고 작은것은 별로 상관이 없는 듯 하다. 회사가 크건작건 직딩들에게 가장 좋은 회사는 월급통장이 마를 새 없이 항시 촉촉해야하고, 일이 재미가 있어야 하며, 여유시간 또한 많아야 하고, 주변에 껄끄러운 인간들이 없으면 제일 좋은 회사다. 위의 조건이 다 충족되는 꿈의 회사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겠지만, 몇가지 조건은 맞지않아도 아쉬운대로 웬간히 충족이 되면 다닐만 한 회사인 것이다...

2010년 6월에 쓴 글.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팀 덕에 이번에 아르헨티나전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역시 실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인터넷 포탈에는 벌써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민심이란 쟁반에 올린 물과 같아서, 바닥이 조금만 이리 기울면 이쪽으로 쏴아 몰리고, 저리 기울면 저쪽으로 쏴아 몰리는 것 같다. 감독과 선수들이야말로 누구보다 간절히 이기고 싶었던 장본인이었을것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으니, 그 수고를 위로하고 다음경기를 위해 다독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왜 하필 그 자리에 있어 자책골을 넣었냐느니, 선수교체가 잘못되었느니 그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했다느니 뒷말을 해..

2014년 6월에 쓴 글.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을 보았다. 전통적으로 다소 난해했던 그의 영화답지않게 영화가 이번에는 친절할 정도로 설명적이다. 어느날 밤, 오민주라는 여학생이 괴한들에게 살해당한다. 주인공 마동석은 7인의 동조자를 끌어들여 조직을 결성, 여학생 살해사건에 관련된 인사들을 차례로 납치,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왜 여학생이 살해되었는지, 살해사건에 하필이면 권력자들과 그 하수인들이 연루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민주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감독이 무엇을 상징하려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건에 연루된 권력자들은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안기부의 거물과 직원들, 필시 보안사 소속같은 분위기의 군 장성등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2010년 9월에 쓴 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급한 프로젝트가 두개 걸려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 별 의미도 없는 미팅 콜이 왔다. 그것도 한 20분 떨어진 다른 오피스에서. 이렇게 항상 쓸데없는 일은 바쁜 와중에 생긴다. 몬트리올에서 온 기술부문 대표라는 사람이 주최인데 미팅올때 이것 저것 준비해 왔으면 좋겠다고 피자 토핑 추가하듯이 요구사항이 조목 조목 한타래다.덕분에 늦게까지 일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전근무만 하고 다른 오피스에 미팅을 하러 가게 되었다. 그것도 오전시간은 미팅준비하느라 다 날리고 말았다. 그런데 미팅 끝나는 시간이 오후 세시. 나의 퇴근 시간은 네시. 미팅 끝나고 복귀하면 세시 반. 삼십분 있다가 퇴근이니 시간이 어정쩡하다. 복귀해서 늦게까지 일할까? 아니면 제껴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