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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네 소식

강화 전등사(傳燈寺)답사

민아네 2023. 3. 24. 09:21

지난 3월 16일, 우리는 토론토에서 온 민아엄마 친구와 함께 강화에 있는 전등사에 다녀왔다.


군생활 시절, 휴가 바로 전에는 온 세상이 내가 휴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 온갖 기대를 하지만, 막상 휴가를 나오면 갈 곳도, 할 것도, 만날 친구도 심드렁해지게 마련이다. 


해외에 살다가 한국에 오는것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에서 한국행을 준비하면서 문득문득 미소와 함께 떠올렸던 그 수없이 많았던 크고 작은 생각들, 그 즐겁고 행복한 계획들, 맛난 한국음식, 명소, 친구들과의 만남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모르게 흐려지고 내 눈앞에는 진부한 일상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민아엄마 친구(세린엄마)도 부모님 건강탓에 한국에 오긴 했지만, 모처럼의 한국방문이라 다른 기대도 계획도 많았을것이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오면 무엇을 해야할 지, 누구를 만나야 할 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가보면 좋을지 생각들만 어지럽게 머리속에 돌아갈 뿐, 무엇하나 명쾌한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린엄마도 막상 한국에 와서 심심한 일상을 맞닥뜨리고보니 선뜻 "어딘가 가볼만한 좋은곳"에 같이가자고 연락할 친구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민아엄마와 연락이 되었고 그래서 우리가 가보려고 했던 전등사에 동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가는 길은 집 앞에서 흡사 옛날 시외버스같은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전등사에 도착하는 간단한 여정이었지만, 그러나 버스가 너무 고물이라서였을까, 가는길 내내 멀미로 고생을 했다. 차창 너머로는 옛날 시골마을같은 풍경이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전등사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기록상으로는 현존하는 국내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절이라 하는데 긴 역사를 지나오면서 여러번에 걸쳐 중수, 소실과 재건을 거쳤으니 국내 최고(最古)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 하다. 대웅전 외에는 건물들이 다들 새로 지은것처럼 또렷하고 예쁜 색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전등사로 올라가는 산마루에는 학생시절 수학여행지와 어쩌면 저렇게 똑같을까 싶게 식당과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었고 오르막을 올라가는 전등사 입구까지 식당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었다. 다만 식당들의 메뉴는 돼지불고기나 광어회 대신 산채비빔밥이나 도토리묵같은 간판을 달고있어 산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애써 지키는 것 같았다. 물론 식당 안 메뉴에는 두루치기 같은것도 있을것이다.

 

산마루 전등사 입구에는 생뚱맞게 1층 식당 2층부터 모텔인 건물도 있었는데 왜 모텔이 고찰 앞에 있을까? 생각하다가, 하기사 그럴만한 경우도 있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사 성곽의 대문같이 생긴곳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는 4천원이었다. 관리인이 입장권을 내주며 주차비는 별도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왔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좋았다.

 

막상 들어가보니 절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혹은 머지않은 석가탄신일 준비때문인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때문에 분주하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있는 높은 소나무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산사의 고즈녁함을 애써 지키고 있었다.

 

동서남북 출입문들을 잇는 주위로 돌로 지은 멋진 석벽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벽 옆으로 길이 나 있어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황토길과 멋진 소나무의 풍취를 즐길 수 있다.

 

오는 길은 역시 역순으로 완전히 시골스러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왔는데, 약간 쌀쌀한 날씨여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요즘 애들 말로 "시골 갬성"을 즐겼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했다. 돌아올 때 탄 버스는 그나마 좀 신형버스라 다행히 멀미는 하지 않았다.

 

대조루(對潮樓) : 저 누각 아래쪽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소나무가 많았고 하늘높이 솟은 가지가 시원했다.

 

처마밑의 화려한 단청.

 

 

샘물 속의 동전들. 동전 한닢에 어떤 축원이 담겼을까.

 

대조루에 달려있는 전등사 현판

 

대웅전 옆의 강설당, 아마 스님들 공부하는 곳인 듯.

 

빠릿빠릿하고 또렷하고 시끄러운 전등사 건물사이에서 유일하게 엄숙한 고찰의 모습을 가진 대웅전.

 

오래된 단청이 엄숙한 느낌을 부른다.

 

저 뒤에 보이는 성문같은것이 남문, 전등사는 동서남북으로 석문이 있다.

 

전등사를 에워싸고있는 석벽.

 

 

석벽 너머로 야트막한 산과 그것을 감아도는 아스팔트 길이 보인다.

 

멋드러진 소나무와 석벽을 따르는 둘레길.

 

저 멀리 보이는 물은 필시 서해바다로 흘러드는 한강물일것이다.

 

남쪽에 있어 남문.

 

고양이가 햇빛을 쪼이고 있었다. 손짓을 하니 나에게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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