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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이란 무엇일까?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관습이란 무엇일까?

민아네 2025. 7. 19. 15:55

2005년에 쓴 글.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남녀노소 할것없이 나체로 살아가는데, 단지 이들이 입는것은 허리에 두르는, 나무덩쿨로 만든 얇은 끈이 전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 줄이 끊어져 없어지게 되면, 창피해서 얼굴을 가리고 막 도망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아프리카의 나체족을 볼때에는 끈 하나 두른것과 발가벗은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가 안되고 웃음이 나오겠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소위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우스운 관습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것인지?

부시맨. 인터넷에서 퍼옴.


그 중 하나가 넥타이인데, 왜 이 실용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이 답답하기 짝이없는 물건을 목에다가 묶고 다녀야 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넥타이를 잘못 매고 다니면, 예를들면, 결혼식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다든지, 혹은 상가집에 빨갛고 울긋불긋한 넥타이를 매고 간다든지 하는 날에는 아마 왕따 당할 각오라도 단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만, 이런 사실을 아프리카의 나체족이 듣는다면 얼마나 이해가 안가고 웃기겠습니까?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때, 대학 선배와 동기들이 무슨 일로 교수님을 저녁식사에 초대하면서, 식당 약도를 팩스로 보냈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감히 선생님에게 팩스한장 달랑 보내고 "알아서" 찾아오라고 했으니 불경죄도 이런 불경죄가 없었겠지요. 그런데 여기 같았으면 어땠을까요? 

만약에, 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여자들은 꼬리에다가 리본을 달아 꾸미고, 10대 아이들은 형형색색 염색을 하거나 또 노인들은 점잖은 때깔의 헝겊으로 넥타이 매듯이 단정하게 감싸고 다닐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고로 꼬리를 잃은 사람은 실의에 빠져서, 남 앞에 나서는것을 꺼리고 집안에서만 지낼지도 모르지요.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마다 격식과 관습이 틀리겠지만, 그런 격식으로 표현되는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은 세계 공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리에 두른 끈과 우리가 입는 옷과는 다르겠지만, 끈이 달아나서 느끼는 창피한 감정이나 우리가 옷이 없어져 느끼는 창피함은 같을 것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마음"이 격식이라는 포장으로 표현될때, 포장이 거칠어서 귀하고 순수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거나, 혹은 반대로 마음은 없는데 포장만 요란해서 빈 껍데기만 왔다 갔다 할 때가 문제입니다.

격식과 관습을 지키는 것은, 당신에 대한 내 기분과 생각이 이렇소 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하나의 포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요즘 세상에는 멋진 포장은 많은데 그 안에 든 "마음"을 찾아보기가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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