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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네 소식

국립극장 "산조" 관람

민아네 2023. 6. 25. 16:08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저녁, 남산에 있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산조 관람.

 

현대무용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 제목에 "산조"라서 한국 전통의 산조 음악을 곁들인 마음 한가롭고 느긋한 분위기의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저녁 7시 반 공연이라, 퇴근시간이 겹치면 미어터지는 지하철때문에 고생을 할까봐 일찍 집을 나섰어도 다소의 각오는 했었지만 의외로 그렇게 지하철이 붐비지는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요즘 자리가 나면 쏜살같이 앉거나 심지어 경로석에도 잘 앉기 때문에, 그렇게 다리아프게 서서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특히 민아엄마는 빈자리가 나면 정말 빠른 반면에 나는 아직도 동작이 굼떠서 자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민아엄마로부터 자주 타박을 듣고있다.

 

지하철 버티고개역(요즘은 지명도 참 이쁘다)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극장이 나온다. 가는 길은 큰 찻길 옆이지만 인도 옆에는 남산자락으로 이어진 우거진 숲 비탈이 있어서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이 동네는 90년대 초에 해외출장을 갈 때 출국자 교육을 받으러 온 적이 있다. 국립극장 맞은편에는 한국자유총연맹 건물이 있는데, 그 당시 미국출장을 가기 전에 회사 동료들과 여기에 와서 반공교육을 받았었다.

 

현대무용은 아니지만 뮤지컬같은 무대 공연은 종종 가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이런 무대공연은 확실히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 남는다. 그 느낌이 좋든 나쁘든 말이다.

 

안됐지만 그 느낌이 실망스러웠던 가장 낮은 수준의 공연은 - 물론 내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소리다 - 중국 "션윈 예술단"이 토론토에서 공연했던 무대였다. 전세계 150여 도시 순회공연, 중국 공산당 이전의 중국 문화예술, 그리고 굵직한 서양 예술계 인사들의 극찬, 그 중에서도 중국의 옛날 전통예술을 볼 수 있다는 선전에 혹해서 티켓을 구매하고 말았다. 무례함을 무릅쓰고 평을 하자면 옛날 애들 학예회에서 무찌르자 공산당류의 유치한 애들 연극을 보는 듯 했던 그런 공연이었다.

 

그다음은 라이온 킹, 위키드 같은 미국 뮤지컬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유명한 공연이었고 확실히 화려하고 재미도 있었다. 서양 공연이 담고있는 철학이랄까, 하는 정신세계는 확실히 솔직하고 담백하다. 즉 관객들에게  어려운 화두보다는 그냥 입장료가 아깝지않을 정도의 재미나고 화려한 볼거리,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그런 공연을 보여주는 것. 캐나다 몬트리올의 써큐 드 쏠레도 단순히 묘기를 나열하기보다는 일정한 테마를 가지고 화려한 무대연출과 의상을 더해 공연의 흐름을 끌어가는 것이 참 좋았었지만, 거기까지.

 

그밖에 로컬에서 하던 써커스 쑈, 한국에서 왔다는 국악단의 국악 공연, 그리고 토론토에서 봤던 심수봉 쑈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산조"는 일단 어렵다. 지금 보여주는 저 무용이 무슨 철학적인 의미가 있는지, 저 무용수의 몸짓이 무슨 상징인지 통 모르겠다. 다른 서양의 공연처럼 "우리가 이렇게나 기발하고 화려하게 준비했으니 놀랐죠?" 하는, 소름 돋거나 눈 돌아가는 화려함도 없다. 하지만 구태여 골치아프게 그걸 알려고 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그저 집에와서 공연 브로셔에 있는 공연 컨셉 설명을 읽었을 뿐이지만 오히려 그런 설명이 생각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도데체 그걸 안다고 무엇이 달라지랴? 그냥 눈앞에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느껴지는대로, 저 연출과 무용과 음악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무대연출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안무도 서양의 무대에서는 사람에 와이어를 묶어 위로 솟구치고 아래로 꺼지고 빙글빙글 돌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눈이 따라가기가 바쁘지만 그런것은 하나도 없다. 무용수의 의상도 그저 단순하다. 그런데 감탄이 나오도록 아름답다. 그것도 무척이나.

 

첫번째 사진은 산조 공연 도입부의 장면이다. 배경의 큰 바위돌은 빙글빙글 아주 아주 천천히 돌아간다. 마치 정제된 옛 그림을 보는듯한 무대연출과 조용한 음악, 고요한 움직임의 무용수, 나는 이 공연의 여러 무대 중에 이 무대연출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산조 공연 도입부, 국립극장 홈페이지 사진
산조 공연, 국립극장 홈페이지 사진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과 무용은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르게 점점 빨라지고 격해진다. 참으로 세련된 안무와 연출이다.

 

산조 공연, 국립극장 홈페이지 사진

 

산조 공연, 국립극장 홈페이지 사진

 

산조 공연, 국립극장 홈페이지 사진

무용수들 몸매가 서양사람처럼 선이 굵지도 강하지도 않은데, 반면에 아담하고 날렵한 체구에 다리가 길고 비율도 좋고 어찌나 예쁜지, 옛날 TV에서 보던 쑈쇼쑈나 웃으면 복이와요에 나오는 그 당시 무용수들의 몸매는 물론 예쁘기는 하지만 지금 시각으로 보면 무용수로서는 어쩔수 없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저렇게 한국사람 체형이 그새 이뻐졌는지 놀라웠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여자 무용수 몸매 칭찬을, 민아엄마는 남자 무용수 몸매 칭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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