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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네 소식

처음 병원진료

민아네 2023. 6. 15. 11:39

봄 가을로 나를 괴롭히던 비염이 최근 몇년간은 계절에 관계없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오기 전, 할 수 있는 건강검진은 다 하고 한국으로 오자는 생각에 이비인후과 검진도 받았었다. 몇 주를 기다려서 찾아간 이비인후과 (ENT) 클리닉의 닥터는 우연히도 한국사람이었다. 그는 한국말도 제법 잘 해서 나는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코속에 길다란 내시경을 집어넣어 이리저리 살폈는데,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더우기 내 코의 트러블은 새벽시간대에 어김없이 시작되는 반면 낮 동안에는 대개 얌전해지기 때문에, 닥터 앞에서 멀쩡한 얼굴로 앉아있기가 뻘쭘하기도 했다. 닥터는 나에게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알러지약을 처방해 주었고 알러지 테스트 클리닉에 예약을 해주겠다고 했다.

 

봄 가을에 풀이 많은 공원을 지나갈때 어떤 특정 식물이 있을 경우 갑자기 코 안에 화생방 가스를 터트린것처럼 화악 걷잡을수 없이 트러블을 일으키니 풀이 무성한 곳을 지나칠때는 마치 지뢰밭을 걷듯이 조마조마한 기분이 된다. 그 특정 식물이란 ragweed 라고 추정을 할 뿐,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ragweed,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이 비염이 한국에 온 후에도 간혹 말썽을 부렸으니, 간혹 너무 견디기 괴로우면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고는 했다. 약값도 굉장히 저렴해서 좋았다.

 

드디어 의료보험이 시작되었기에 한국의 병원에 한번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근처 이비인후과를 검색해 보았는데, 가까운 거리에 이비인후과 병원이 놀랄정도로 많았다. 선택지가 많다는 의미다.

 

일단 전문의 1인이 하는곳 보다는 될 수 있는대로 전문의가 많은 병원, 진료과목이 많은것은 상관없지만 이비인후과를 메인으로 하는 곳, 리뷰가 좋은 곳을 찾아 선정을 했다.

 

캐나다에서 전문의 한번 보려면 가정의 진료를 예약하고, 가정의 상담후에 리퍼를 받고, 다시 전문의 클리닉에 컨펌전화를 하고, 또 몇주를 기다려서 만나지만,(만나기 전에 또 reminder 전화가 온다) 여기서는 그냥 내 발로 내가 편한 시간에 가서 병원 문 열고 들어가면 된다는, 한국에서는 지극히 간단하고도 평범한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깨끗하게 꾸며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안내 데스크가 있고, 쭈뼛거릴 여지도 없이 직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고 나의 인적사항을 입력한 다음 필요한 문진표를 건넸다. 오늘 작정하고 왔으니 한두시간 기다려도 괜찮다, 라는 마음으로 대기실 의자에 편하게 앉아 쎌폰을 꺼내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벌써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닥터는 가무잡잡하고 조금은 아담한 체격의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내 코에 내시경같은 카메라를 넣어 컴퓨터 화면에 띄운 후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입도 벌리게 해서 나의 입 안, 목을 잘 살펴보았다. 그 전에 나는 나의 병원 치료이력이나 복용 약 목록, 그리고 현재 느끼는 통증과 증상을 글과 그림으로 리포트처럼 만들어 갔었다. 그는 내가 준비해간 문서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꼼꼼하게  읽었다.

 

그는 나의 코뼈가 선천적으로, 혹은 이후 외부충격으로 약간 왼쪽으로 휘어져서, 왼쪽 콧구멍 내부가 확연히 좁다고 했다. 그리고 편도선도 확연히 크고 비강과 목에 염증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목 뒤쪽 림프절?에도 영향이 있어서 불편해진다고 했다. 과연 나는 최근 몇달동안 목을 돌릴때 매우 뻐근하고 묵직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닥터는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말만 하고는 약 처방을 해주었다. 진료시간은 약 5분 정도.

 

바로 나와서 데스크로 가니 진료비가 청구되었다. 5,100원. 요즘 애들말로 "이거 실화냐?" 싶었다.

같은 건물 1층에 약국이 있어 바로 내려와 약사에게 처방전을 주니 일사천리로 조제를 해준다. 약값 8천 2백원. 또 다시 "이거 실화?"

 

옛날에는 약국에서 약을 받아보면 그냥 오각형의 곱게 접은 하얀 종이 포장이었지만, 오늘 받은 약봉지는 아예 겉에 아침 점심 저녁에 먹을 약이 구분되어 인쇄되어 있는데다가, 줄줄이 사탕처럼 하나씩 때 되면 떼어먹을 수 있게끔 되어있으니 혼동이 될 수도 없고 잊어버릴 수도 없게끔 되어있다.

약 봉투 겉면에는 약의 이름과 적용증상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있어서, 복잡한 약 이름을 모르는 환자들에게는 참으로 친절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약 포장.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캐나다에서는 약을 처방받으면 그냥 약통에다 담아주기 때문에, 혈압약처럼 일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은 아래 사진처럼 요일별로 구분된 요일별 약상자를(pill organizer) 따로 구입해서 사용하곤 했었다.

 

pill organizer.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캐나다에서는 모든 진료는 무료지만 처방받은 약은 따로 구입해야한다. 나는 이 약값이 회사의 베네핏으로 거의 다 커버되었지만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서는 적지않은 비용을 - 그래봐야 한국돈으로 몇만원 - 지불해야 했었다. 

미국에 비하면 이것도 매우 저렴한편이라 미국에서 사람들이 약 쇼핑을 캐나다에서 한다고 신문에 나기도 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자주 신문 방송에 나오고는 하지만, 내가 직접 겪은 한국의 의료시스템, 그 중에서 접근성 하나만큼은 "엄지척"이다.

 

약을 받으면서 약사가 말을 해주었다. "약 드시면 졸릴수도 있어요."

첫날에는 약을 먹고나서도 별 느낌이 없었으나 그 다음날부터 무력감과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아침 산행을 포기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대신 코와 목, 그리고 뒷목 부분의 통증은 거의 다 사라져서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싹 다 나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서는 얼마동안은 괜찮다가 또 재발할 것이다. 그때가서는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지 한번 닥터하고 상의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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