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ome
회사 점심풍경 그리고 잡담 본문
2000년 12월 22일에 쓴 글.
회사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사람들이 점심 뿐 아니라 콜라, 커피, 과자등 간단한 간식거리도 사먹을 수 있다.
식당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뚱뚱하고 넉넉하게 생긴 흑인 아줌마와 역시 듬직한 체구의 백인 아저씨가 한다. 가끔씩 치즈 요리를 하는지 사무실에 청국장 비슷한 냄새가 풍겨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것을 보면 한국사람 오징어 구워먹고 청국장 끓여 먹는데 너무 신경을 안써도 될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무슨 음식인지 모르겠지만 김치찌개 혹은 부대찌개와 비슷한 냄새가 난 적도 있다.
나는 점심 도시락을 밥으로 싸가지고 다닌다. 왜냐하면 회사식당에서 파는 점심이 싸기는 해도 양이 적고, 또한 가끔씩 정체불명의 치즈나 초콜렛을 뿌린 팥밥같은 좀 이상한 음식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특히 중국사람) 도시락을 싸오기 때문에 어색한 느낌은 없다.
점심은 식당에 도시락을 가지고가서 먹거나 그것이 귀찮으면 그냥 자기 자리에 앉아 먹는다. 식당에 가서 뜨거운 물을 떠다가 커피를 타서 마시거나 전자렌지로 음식을 덥혀 먹기도 한다. 물론 커피도 1불씩에 팔지만 뜨거운 물이 있기 때문에 구태여 사먹을 필요는 없다.
식당에서는 테이블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같이 앉아 먹지만 도시락은 그냥 자기 자리에 앉아 혼자 먹는다. 또 과자나 사탕같은 군것질 거리가 있어도 여간해서는 옆사람에게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시즌에는 누군가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와서 부서 사람들이 먹도록 테이블에 놓아두기도 한다. 간식은 도넛이나 쵸컬렛등인데 오늘은 그리스 전통 과자가 올려져 있었다.
중국사람이 전자렌지에 도시락을 덥혀 오면 그 냄새가 좀 묘하다. 옥수수 삶은것 같은 구수하고 좋은 냄새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비위가 상할것도 같은 냄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것 같고 나도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그 냄새가 나면 나도 도시락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
우리 부서에 한 아저씨는 내가 도시락을 먹고 있으면 지나가다가 가끔씩 고개를 훅 들이밀고는 내 도시락을 들여다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장난을 치곤 한다.
이 아저씨는 도시락 누가 싸주냐 들고있는 젓가락이 은수저냐 아니냐 저 반찬은 뭐냐 맛있겠다 쩝쩝 입맛도 다시기도 한다. 한참을 이러는데 밥먹다가 입안에 밥이 가득한 채로 대답을 하기가 영 고역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마 그것을 노리고 장난을 치는것 같기도 하다.
이 회사에 들어와서 이상하게 생각한것이 점심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30분간인데 보통은 11시 45분 정도부터 밥을 먹기 시작해서 식사 후에는 자동차에 가서 한숨 자거나 신문을 보거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오는 시간은 빠르면 12시 40분에서 1시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는것을 보면 묵시적으로 용인이 되는것 같다.
직원들은 그냥 하루 8시간동안 알아서 일하고 집에 가면 된다.
나는 1-2분 단위로 칼같이 시간을 지켜서 출근하고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퇴근때도 퇴근시간이 한 10분 정도 남았어도 끝까지 남았다가 집에 가곤 했지만, 요즘은 요령이 생겨 바쁜날에 한두시간 일을 더했으면 안바쁜 날은 대충 그만큼 일찍 집에 가기도 한다.
집안일때문에 회사에 늦거나 안나오는것에 관대하다. 예를 들면 눈이 많이 와서 집앞에 눈을 치우고 오느라고 늦는것은 당연하게 생각한다거나 집에 가구같은 것을 고치거나 옮기느라고 늦는것도 사유가 된다. 여기서 사유라는것은 무슨 지각했다는 사유서를 쓴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통념상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용인될수 있다는것을 뜻한다. 물론 그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차감되며 사람들은 알아서 휴가를 쓰거나 알아서 늦은만큼 더 일을 한다.
한국에서도 물론 아침에 급한 일이 생겨서 늦거나 결근(월차)를 내는 경우에는 충분히 용납이 되었지만 만일 그 이유가 집에 새 소파가 들어오는 날이라 늦게 출근했다고 하면 좀 눈치가 보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연말이나 추석 설날 근처가 되면 협력업체나 건축자재 업체에서 자기네 회사 마크가 새겨진 업무 노트나 달력, 볼펜 컵 등의 간단한 선물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었는데 여기서도 컵을 하나 얻을수 있었다. 스테인레스로 된 이중 보온컵인데 차의 컵 홀더에 끼워놓고 뜨거운 물을 마실수 있게 한 바로 그 컵이다.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 전시회 같은데 가면 판촉용으로 하나씩 나누어주기도 했던 것인데, 이 컵이 부서원 전부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기에는 수가 모자랐던지 팀장이 공개적으로 추첨을 해서 나누어 주었고 재수좋게 나도 하나 얻어 걸렸던 것이다.
한국에서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를 다니다 보면 식당, 술집 등등에서 판촉물을 많이 나누어 주는데 휴지, 라이타, 성냥, 볼펜, 무료시식권, 소주 1병 무료권 등등 많았던 것이 생각난다.
여기에 그런것이 있었다면 아마 사람들이 그것 받으려고 구름떼처럼 모일것이다. 워낙에 꽁짜가 없는 분위기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한국의 그 판촉물이 쓸만한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민온 사람이 판촉물로 받은 향기나는 크리넥스를 보여주니 이렇게 좋은것을 어떻게 공짜로 막 나누어 줄 수 있냐고 놀라워 하더라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옛날 글과 사진 > 캐나다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오는 날에 (0) | 2025.07.17 |
---|---|
한국개 예찬론 (0) | 2025.07.17 |
토론토의 마취강도 (0) | 2025.07.17 |
첫 캐나다데이 소회 (0) | 2025.07.17 |
천사같은 아이들과 교회 (0) | 202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