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ome

천사같은 아이들과 교회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천사같은 아이들과 교회

민아네 2025. 7. 17. 11:06

2000년 4월 16일에 쓴 글.


한국의 우리 동네에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집사님 아줌마가 있었다. 그 아줌마는 다섯살 일곱살 짜리 남매가 있었는데 우리 민아하고 잘 어울려 놀기도 하였다. 얼마나 교회에 열심인지 새벽기도를 비롯한 교회행사에 빠지는 일이 없었고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일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분을 보면서 신앙생활을 하려면 저렇게 열심히 하는것이 진짜 신앙인이 아닐까 하는 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끔 우리집에 그 집 애들이 놀러 오는데 처음에는 몰랐으나 몇 번 지나고 보니 애들이 집에 가기를 싫어하는 것이었다. 한번 우리집에 놀러오면 저녁도 같이 먹고 밤이 이슥해 지도록 있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서 큰애 여자애에게 집에 전화하라고 하면 전화를 하기는 하는데 통화를 하는것 같지는 않고 번번이 전화를 안 받는다면서 수화기를 내려 놓는것이다.

그당시 우리가 살던 이층 전세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동네풍경. 이 집은 지금은 헐리고 공원이 되었다. 1999년 촬영.

 

할수없이 와이프가 애들 밥을 먹여서 밤이 늦으니까 애들을 데려다 준다고 손을 잡고 그집 큰애를 앞세워 집에까지 갔는데 대문은 열려있고 애들이 들어가는데도 안에 인기척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 후에 그집 엄마로 부터는 애들 데려다 줘서 고맙다는 인사전화 한통이 없어 와이프하고 나는 의아해 했었다.

며칠후 누가 초인종을 눌러서 보니 애들이 또 놀러왔다. 엄마에게 얘기하고 왔느냐고 했더니 하는말이 "엄마 깨우면 혼나요" 하는 것이었다. 그때가 늦은 오후였는데 밥먹었냐고 했더니 아직 안먹었다고 한다. 와이프가 상을 차려주니까 세상에 그 몸집도 쪼그만 애들이 밥을 얼마나 맛있게 많이 먹던지 모른다.

 

그 후에 또 그 애들이 초인종을 눌러 종종 밥을 먹고 놀다가고는 했는데, 어느날은 애들이 저녁 무렵에 벨을 눌러서 와이프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말하기를 '엄마가 민아네 가서 밥먹고 오라'고 그랬다는 것이다. 세상에!!! 애들을 저녁밥을 먹이러 다른집에 보낸다면 최소한 전화 한통이라도 해서 양해를 구해야 되는것이 아닌가. 와이프가 발끈해서 집에가서 밥먹고 내일 다시 놀러오라고 해버렸다.

 

와이프가 우울한 표정으로 잠시 있더니 후다닥 집밖으로 뛰어나가 그 애들을 찾다가 결국 못찾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면서 영문도 모르는 불쌍한 애들을 괜히 그런식으로 보내버렸다고 내내 자책을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 어린 남매가 손을 잡고 동네를 빙글빙글 도는것을 본적도 있고 우리 가족이 외출하면 민아야!! 하고 뛰어와서 같이 가고싶다고 하는것을 미안한 마음으로 떼어놓은적도 있다.

 

교회에 열심인 것은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집사님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던 것 같다. 애들을 그런식으로 겉돌게 만들고 다른집에서 밥이나 얻어먹게 한다면, 세상에 배고파서 밥달라고 잠자는 엄마를 깨우는것이 다섯살짜리 일곱살짜리 애들에게 얼마나 큰 잘못이라고 혼을 내는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것, 가족, 직장, 사는곳...이 모든것 어떤것 하나 하나님이 주지 않은것이 어디있다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할것이 있는것인지. 특히 아이들은 천사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교회일 한다고 이런 어린아이들을 배고프게 하고 땟국에 절은채로 위험한 거리를 헤메게 한다면 도데체 교회라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것일까.

 

'옛날 글과 사진 > 캐나다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론토의 마취강도  (0) 2025.07.17
첫 캐나다데이 소회  (0) 2025.07.17
첫 직장  (0) 2025.07.16
겨울밤의 나이아가라  (0) 2025.07.16
사오정들  (0)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