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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의 나이아가라 본문
2000년 1월 9일에 쓴 글.
간만에 만만한게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생각난 김에 나이아가라를 가기로 하였다. Niagara fall까지는 거리가 약 200Km정도이고 자동차로 두시간이 걸린다.
Niagara fall에 갑자기 가기로 결정을 한 것은 Niagara에 있는 호텔, 카지노등 영업장에서 연말 시즌을 맞이해서 네온사인을 아주 화려하게 꾸며 놓았었는데 이제 며칠 안있으면 모두 철거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가는길에 주말이라고 제법 길이 막힌다. 해밀턴을 지날때까지 거의 거북이 운행을 하였다. 짐작에 주말을 맞이해서 미국으로 놀러가는 차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나이아가라에서 다리만 하나 건너면 미국의 버팔로 라는 도시가 나온다.
그러나 윈저를 지나고 해밀턴 분기점이 나오자 모든 차량이 해밀턴 쪽으로 빠지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는 시원하게 달릴수 있었다. 가는길에 온타리오 호수가의 공업지대를 지나면서 물위를 가로지르는 고가 차도가 있는데 고가차도의 차량이 또 일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었다. 고가 차도를 올라가면서 속도를 줄이는 이유를 알았는데 그것은 바다같이 넓은 온타리오 호수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려고 속도를 줄이는 것이었다.
온타리오 호수가를 죽 따라서 있는 해밀턴의 공업지역에서 반짝이는 수없이 많은 불빛과 그것을 비추는 온타리오 호수의 수평선을 한눈에 보이는 장관을 볼수 있었다. 참고로 해밀턴은 비행기 공장, 자동차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정말 온타리오 호수는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보이는 영낙없는 바다 형상이다. 오죽하면 호수위를 갈매기가 떼지어 다니고 있을까.
민아가 지루하다고 칭얼댈 무렵 어느덧 나이아가라에 거의 도착했고.. 우리는 일부러 나이아가라 시를 가로질러 가기로 하였다. 가는길에 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식사도 했다.
나이아가라 시는 한국으로 치면 온천터진 읍같은 분위기이다. 왜 그런것 있지 않은가. 굉장히 촌스러운 동네인데 번쩍이는 네온사인 천지고 거의 호텔 아니면 유흥가인, 뭔가 좀 들뜨고 뜨내기들이 많을것 같은 분위기. 나이아가라도 곳곳에 카지노, 태번(술집) 같은 업소의 간판이 번쩍이고 있었다.
어쨌든 이것보다 열배는 더 촌스러운 토론토의 다운타운 소위 유흥가 보다는(그것도 유흥가라고 부를수 있다면) 정말 눈이 번쩍 뜨이게 화려한 곳이었다.
만일 여기 사람을 한국의 강남 나이트크럽이 밀집한 불야성 거리에 데려다 놓으면 놀라 자빠질 것이다.
곳곳에 the falls라는 표지판 덕분에 시내를 가로질러 바로 폭포에 도착할수 있었다. 도착한 시간이 밤이고 또 비수기라 그런지 주차비는 무료였다. 차를 세워놓고 폭포를 구경하는데 밤에는 거대한 색색가지 서치라이트로 폭포에다가 빛을 비추어대니 나름대로 환상적인 분위기다. 더우기 조명이 가만있는것이 아니라 서서히 돌면서 빛도 바뀌니까 볼만 하였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면서 엄청난 안개같은 물방울 구름이 생겨난다. 그 물방울들이 샤워처럼 흩날리면서 근처 공원의 잔디밭과 나무들에 달라붙어 얼어버리는 바람에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잔디위에 수없이 많은 어름 알갱이들이 쌓여서 하얀 얼음의 잔디밭이 되었는데 얼음을 발로 조금 흩어보니 신기하게도 그 얼음 밑의 잔디는 아직 푸른색이었다. 마치 조그만 유리구슬을 수없이 흩뿌려 놓은듯한 형상이다. 나무도 마찬가지로 사진과 같이 얼음이 달라붙어 진득하게 흘러내린 형상이 마치 얼음으로 조각해서 만든 나무같이 되었다.
호텔쪽으로 가니 역시 듣던대로 디즈니 만화 주인공들을 거대한 네온싸인으로 만들어서 번쩍번쩍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각 주제별로 인어공주, 신데렐라, 101마리 강아지, 토이 스토리, 미키마우스, 미녀와 야수 등등 많은 거대한 네온사인이 아까 말한 끝없이 넓은 얼음 잔디밭위에 빙 둘러 반짝이고 있으니 너무 아름다왔다. 그 옆에는 산타클로스의 난장이 집이 모형으로 조그맣게 마을을 이루고 있다. 민아가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한시간 반동안 추운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주차장에 돌아오는길에 주차된 차들을 보니 한 30%정도는 미국에서 넘어온 차들이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이 관광객인것 같았다.
지난번 낮에 갔을때는 무지막지하게 큰 폭포만 하나 떡~ 하니 있으니 별로 멋있다는 생각이 안들었는데 이번에 좋은 구경을 한 것 같다. 나중에 한국에서 누가 오시더라도 나이아가라는 밤에 구경을 시켜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