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가평에 다녀왔다. 본문

민아네 소식

가평에 다녀왔다.

민아네 2024. 7. 30. 19:41

20240626

 

연일 날씨가 무더워서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이 그리웠다. 이곳 김포를 비롯한 서쪽에는 그런 맑은 물이 펑펑 흐르는 계곡을 찾기가 힘들다.

 

캐나다에서는 바다같이 넓은 호수나 원시림같은 숲,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거대한 자연이 있지만 이렇게 한국처럼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발을 담그고 앉아 땀을 식힐 수 있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서울이나 서울에서 가까운 근교에도 널렸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캐나다에서 바닥이 비치도록 맑은 물에 발을 담그려면 제일 가까운곳이 집에서 차로 4-5시간을 달려야 하는 무스코카라는 곳이었는데, 좋기는 좋지만 저 깊고 맑은 물밑에 수백년전 가라앉은 썩은 고목이 켜켜이 쌓여있는것을 보면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물에 들어가기가 좀 꺼려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수영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 카누 대여점에서 카누를 빌려서 뱃놀이를 하곤 했었다.

 

2007년 8월에 갔던 캐나다 arrowhead 의 계곡. 맑은 물아래에는 오랫동안 썩은 나뭇잎과 나무들이 켜켜이 쌓여있어 발을 디디기엔 조금 찜찜하다. 한국의 개울바닥은 대개 깨끗한 돌바닥이라 훨씬 들어가기가 좋다.

 

그래서 어린시절 아버지가 근무했던 현리 맹호부대 근처의 가평, 용추계곡을 가보기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조종천"이라는 개울이었다. 조종천이 흐르는 조종면이라는 곳에는 조종고등학교가 있었다. 군인 사택 건너편에는 조그만 군용 비행장도 있어서 철조망 울타리 너머로는 구닥다리 단발 정찰기가 보였었다. 물론 그것들은 지금은 다 없어졌을 터이다.

 

조종천은 가평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현리"에 있는 하천이고, 용추계곡에 흐르는 하천은 "정안천" 이라 불리우는 개울이다. 어린시절 현리 맹호부대에 근무했던 아버지 덕에 여름방학은 매번 현리에 가서 지냈었다.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니 옛날 관사가 있던 곳은 다 없어지고 길건너 맞은편 비행장은 군인이 거주하는 듯한 아파트가 줄지어 있었다.

 

나름 번화가인 가평읍내 사거리, 네이버 지도 스트릿뷰.

 

가평은 그런대로 제법 번화한 거리도 있는 타운이었지만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대신 마치 어느 유럽 선진국의 조그만 도시에 온 듯, 한적하고 여유있는 거리와 풍경이었다.

 

루키를 데리고 갔기때문에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청평에 있는 조그만 샌드위치집에 들러서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갔는데, 나름대로 음식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값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다.

 

샌드위치 봉투를 가지고 차를 운전하여 가는 길은 시냇물이 흐르는 하천을 낀 계곡이 계속 이어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길이었다. 이 길은 필시 나의 어린시절 아버지의 군용차를 타고 온가족이 갔었던 길일 것이지만 조그만 기억의 흔적조차 없는 길은 초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끝에 스치는 수풀의 내음, 물소리, 자동차의 배기 휘발유냄새, 그런 아련한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용추계곡의 줄기. 캐나다에서 이렇게 수정같이 맑은 물을 보려면 아주 멀리 가야한다.

 

내 기억속 여름철의 이런 맑은 계곡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지만 평일날이어서일까, 참으로 깨끗하고 조용하고 한가로운 풍경속의 모습이었다. 옛날에는 돗자리를 깔고 온갖 음식을 펼쳐놓고 심지어 술,담배에 가무음곡 하는 사람들로 시끌시끌 했겠지만 그런 모습은 하나도 볼 수 없었고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조용히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하늘과 구름과 숲과 물.

 

루키는 처음보는 계곡물이 영 무서웠다.

 

예쁜 들꽃.

 

트레일길이 이렇게나 잘 정비되어 있었다.

 

'민아네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원 화성 방문  (0) 2024.08.03
김포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불꽃놀이  (0) 2024.08.03
산본에 가보았다.  (0) 2024.06.17
민아의 남자친구  (0) 2024.05.19
벚꽃 구경  (0)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