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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네 소식

늦은 가을날의 산행

민아네 2011. 11. 28. 06:14

깊어가는 가을날에 산행을 다녀왔다.

토론토 서북쪽의 밀튼이라는 소도시 외곽의, 부르스 트레일 코스다. 부르스 트레일은 남쪽으로는 나이아가라에서부터 북쪽 터보모리까지 총 연장 800 키로에 이르는 광대한 트레일 코스다. 그 길고 긴 트레일 코스를, 사람들은 긴 시간을 두고 나누어 걷는다.

<얕은 습지에 가라앉은 낙엽들, 마치 가을이 유리액자에 표구된 듯 한 느낌이다.>


이곳 캐나다 동부에서 캐나다 서부 로키산맥 관광을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똑 같은 나무나 보러 뭐하러 그 비싼돈을 들여 먼 길을 왔냐고 놀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러나 자연은 매번 갈 때마다 비슷하지만, 결코 같은 적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에는 어딜가나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었는데, 숲속을 걷다보니 자꾸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군데군데 사람사는 곳이 보이고 대부분은 끝없이 펼쳐진 숲의 연장이다.

 

<가을날의 습지, 유리알처럼 맑은 하늘, 맑은 공기, 맑은 자연이다.>



숲은 생명으로 가득차 있지만 또한 위험하기도 하다. 숲이 이렇게 광대하다보니 한번 길을 잃으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물론 내가 다니는 트레일 코스는 숲이 깊지 않고 표지가 잘 되어 있어 그럴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다. 게다가 우리 팀에는 트래킹 경력 십수년의 노련한 리더가 있어 더욱 안심이 된다.

 

한번 트래킹을 가면 네시간에서 다섯시간을 걷는데, 중간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최대 오염원인 사람이 거의 없으니 숲속은 말 그대로 청정 무공해 지역이다. 나도 트래킹을 가서 도시락도 먹고 간식도 먹지만 사과 껍데기 땅콩껍질하나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수거해 와 집에서 버린다.

 

<늦가을 햇살을 받고 있는 쌍둥이 나무, 꼭 사이좋은 부부같다>


이 길고 긴 부르스 트레일은, 사무국 직원외에 전부 자원봉사자가 관리한다. 재정은 정부보조와 기부에 의존한다. 나도 멤버쉽을 구입했다. 물론 멤버쉽 카드 같은것 없어도 트래킹은 언제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니 멤버쉽은 일종의 기부인 셈이다.


숲속에서 만나는 동물들도 주택가에 살아 눈치가 닳고 닳은 동물들과 달리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순진한 시골 동물이라 그런가보다.


트래킹을 지난 5월부터 시작했으니 계절의 변화를 얼추 본 셈이다. 이제 겨울 트래킹만 하면 사계절을 다 경험하게 된다. 이곳의 겨울은 12월까지는 연습이고 1월부터가 본격적인 겨울이라 요즘은 날씨만 좋으면 산행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이번 코스는 특이하게 돌이 많다. 돌에는 이끼가 가득 덮여있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숲속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지라 곳곳에 살얼음이 있었지만, 햇살은 따뜻하기만 하다.

 

<숲속의 가을은 속세보다 깊다.>

<얼음이 있는 숲속의 늦가을>

<곳곳에 펼쳐져 있는 습지>

                 
<얼마 안가 채석장이 나오고 그 옆에는 천연의 절벽이 있다.>



<양지바른 곳에 바위를 덮은 이끼, 그리고 그 위에 피어난 색이 고운 풀>

<고목을 덮은 이끼, 나무의 관록을 보여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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