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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민아와 길상사에 가다

민아네 2023. 4. 23. 20:30

지난번 민아엄마와 같이 길상사에 갔다가 마음에 울림이 있어서, 이번에는 민아를 데리고 길상사를 다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길상사에 갔다가 민아 외할머니를 보러 가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여 마음이 급했다.

마침 절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절집에서 스님이 염불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많아서 그토록 조용하고 고즈녁했던 절간이 무척 어수선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때문에, 민아와 나는 서둘러서 공양간으로 갔다. 그 날 행사덕분인지 우리는 식권을 사지 않아도 좋았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오면서 민아에게 절밥이 어떠냐고 소감을 물었다. 

 

"그냥 뭐.. 비빔밥?"

 

나는 정말 맛나게 먹었기 때문에 민아도 그러리라 예상했는데 예상이 틀렸다. 더군다나 민아는 스스로 배식을 받아서 식사를 하고 또 설겆이까지 스스로 해야하는게 좀 어색했나보다.

 

그렇게 나와서 길상사를 한바퀴 돌며 구경을 했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기념관인 "진영각"에도 갔다. 법정스님의 일화가 인상깊게 남아있어서, 민아에게 설명을 했다.

 

- 민아야, 불교에서는 세상 삶을 "고해(苦海)" 라고 말해.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야. Life is a sea of pain. 그래서 법정스님은 비우고 버리라고 한거야, Empty what you have attached, your desire and your mind. Extend your mind to help others.

 

- 법정스님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는데도 스님 방에는 나무책상 하나하고 책, 그리고 다 떨어진 옷 한벌밖에 없었대.

 

이번에도 민아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왜애~~???"

"나는 힘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해피한데?"

"아 진짜? 그렇게 extremely 안가지면 불편하지 않나??"

 

해맑은 표정으로 역시 표정만큼 해맑은 대답. 그래, 민아야, 민아는 비우고 버리라는 가르침조차 비웠구나.

어쩌면 그게 진정한 무소유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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