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ome

최근 상황 본문

민아네 소식

최근 상황

민아네 2013. 6. 3. 12:11

최근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궁금하실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립니다.


지난 일년여간 회사에 신규 프로젝트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전 프로젝트의 잔여물량을 가지고 버티어 왔던 것이지요. 그나마 작년 여름이 지나면서 그것도 바닥이 보이자, 나를 동 계열사 다른 부문에 파견을 보냈던 것입니다. 원래는 3개월 작정으로 갔었는데, 그것은 3개월내에 신규 프로젝트 수주를 예상했던 조치였습니다.

 

그것이 예상대로 되지 않자, 파견기간을 늘리고 늘리다가 9개월에 이르게 됩니다. 계열사간에 인력파견이라도 엄연히 독립채산제라, 인력을 빌리는 쪽은 인건비에다가 파견비용까지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내가 계속 파견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쪽 회사에 부담이 되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파견 초기에는 아예 이쪽으로 회사를 옮기라는 권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견나와있는 이 회사에 지난달 초대형 악재가 생깁니다. 커다란 프로젝트 두개가 캔슬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프로젝트 취소라는 것은 사업주 입장에서도 대단히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여간해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결국 내가 일해야 할 프로젝트가 없어져 버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나의 원래 회사는 수주를 못한 지 일년이 되어가는 마당에 이쪽 회사에서도 굵직한 프로젝트가 취소되어 이제 달랑 하나의 프로젝트, 그것도 마무리 되어가는 프로젝트 하나만이 살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취소된 프로젝트를 하려고 조직되어있던 사람들이 공중에 붕 뜨게 되니까, 그 사람들 대부분은 집에 가게 되었고 일부나마 이 잔여 프로젝트에 밀어넣기하는 형국이 되었는지라, 손님인 내가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9개월 보름간의 파견생활을 끝내고 원래 사무실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프로젝트가 없으니 당장 내가 할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임시 레이오프, 즉 임시해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해고면 해고지 임시해고는 또 뭐냐? 궁금하실것입니다.

 

임시해고는 급여 없이 6개월간 베네핏, 즉 치과와 안경, 생명보험 같은 비용만을 회사에서 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실업상태라 생활비는 실업급여를 타게 됩니다. (실업급여란 말 그대로 먹고 살라고 (생존하라고) 주는 돈이기에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 즉 동면하다가 - 회사에서 일이 생기면 일순위로 다시 부르는 조건입니다. 고용인 입장에서는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복귀는 보장되어 있으니 일종의 보험인 셈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 채용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유리하지요.

 

그러나 사실 이 임시해고는 너무 회사에게만 유리한 일방적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대부분 북미의 회사 관례상 회사에서 필요 없어지면 바로 통보하고 바로 그날로 나가야 하는게 보통이라, (보통 2주전 통보인데 통보하는 날 2주치 급여 주고 바로 집에 가라고 합니다, 회사에 해꼬지 할 지 모르니 짐 챙길동안 감시를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비하면 약간 양반이라 할 수 있긴 합니다.

 

나의 경우는 휴가와 오버타임이 합쳐서 9주가 있었으니 그 기간 두달정도는 집에서 놀면서 급여가 정상적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여 수령해야 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다시 불러준다는 말만 믿고 손 놓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다른 회사에 계속 이력서를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엔지니어링 경기가 워낙 바닥이다보니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만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채용공고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가 꾸준히 어플라이 하면 그 중에 하나는 걸리겠지요. 다행히 채용공고는 드물지만 꾸준히 올라옵니다.

 

이것도 엄연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인지라 요즘 나같은 기술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마 기간이 좀 소요될 것 같습니다. 만약 채용이 된다면 일단 일을 시작하고, 그렇게 일하다가 원 회사에서 다시 나를 부르면 그때 가서 판단하여 결정하려 합니다.


너무 얍삽한 것 아니냐? 고 하시겠지만 어차피 회사에서 먼저 내가 필요없다 하여 일어난 일이니 미안한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의 회사 팀원들이 십수년간 같이 일해온 사람들이라, 서로 잘 알고 같이 일하기가 편하고 좋다는 점,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해 주었는지 다른데 비하여 대우가 좋았다는 점 (그러려면 임시해고를 하지 말던가) 그런 점들이 다시 복귀하고 싶은 이유가 되겠지요. 지금 팀원들은 내가 이 회사에 오기 이전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꾸준히 보내면서 원래 회사에서 다시 불러주기를 기다리는게 최선이라 판단합니다.

 

내 예상에 6개월 이내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입찰중인 프로젝트 하나라도 따면 복귀) 만약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이 회사는 구조조정으로 내가 소속된 이 오피스는 존폐의 걱정을 해야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일은 과거 8-9년전쯤, 내가 이 회사에 오기 전에도 있었고 그때에도 6개월정도 후에 다들 복귀했다 합니다.

 

자, 이것이 최근 나에게 일어난 황당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경험해보니 고용인이란게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는 참 허무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물론 몰랐던 것이 아니라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회사가 잘 나갈때, 이익을 팍팍 낼 때는 막대한 돈은 극소수가 가져가는데 보통의 고용인들은 약간의 연봉인상으로 만족해야 하고, 경기가 안좋아 회사가 흔들거리면 가을바람에 낙엽날아가듯 날아가야 하는게 회사원이니, 지금껏 회사에 다니면서 설마 내가 하는 마음으로 온실속에서 지내왔던게 느껴지면서 정신이 확 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민생활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정착과정에서 삐그덕대면서 파행을 하는 가족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다행히 고생끝에 안정이 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이 깨지는 경우나 재산 다 날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과히 어렵지 않았습니다.

 

남들 가게하면서 1년 365일 휴일도 없이 고생할때, 새벽에 빵 굽느라 손과 팔에 여기저기 화상입어가며 성질 더러운 주인에게 모욕당할때, 이사짐쎈터에서 막노동할때, 슈퍼에서 짐 나를 때 나는 그런 고생을 몰랐습니다.

 

이민와서 3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안정된 직장을 얻고 8년간 지루하리만치 안정되게 일해오다가, 현재의 직장에 말하자면 '스카웃'되어 옮겨와서 이쪽에서도 마찬가지로 한량처럼 편하게 일해왔습니다. (한량처럼 편하게 일했다 해서 일을 엉망으로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이 직장이 철옹성처럼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편한 환경에 중독되어서 너무 세상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아무 험한 일 없이 사는게 나의 목표였다면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네, 배부른 소리 맞습니다.

 

저렇게 아무 험한 일 안 당하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사는것, 쉬운일이 아니란 것 잘 압니다. 다행히 민아도 공부를 곧잘 합니다. 비싼 등록금 거의 안 들어갑니다. 모임에 가면 사람들이 우리 가족보고 늘 '걱정없는 집'이라 했습니다.

 

이런 상태로만 계속 유지하다가 은퇴하고 민아 시집가고 우리 부부는 한국하고 캐나다를 왕래하며 한가하게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내가 그토록 무심하게 생각했던 나만의 온실, 회사라는 곳이 나를 끝까지 지켜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지요. 비록 복귀가 약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나만의 비즈니스가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노력으로 나만의 수익을 갖는 그런 것 말입니다. 물론 책임도 내가 집니다만. 비즈니스는 아무나 하나? 아무나 못하지요.

 

그래서 그 '아무'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여러가지 공부도 해야하고 노력도 해서 여기저기 조사도 해보아야 하고, 준비도 많이 해야겠지요. 일단 생각만 갖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 제 일단계는 새 직장을 잡거나 원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궁금하실 것 같아서 최근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민아네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고 여행 - 1  (0) 2013.07.03
긴 휴가의 끝  (2) 2013.06.25
눈이 왔습니다.  (0) 2013.04.12
요즘 근황  (0) 2013.04.09
일광절약시간제 Daylight Saving 시작  (4)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