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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타타타

민아네 2024. 2. 11. 16:41

20130428

2013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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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잘 아는 지인이 MBC 베스트셀러극장을 하나 구해 주었다. 제목은 '사촌들' 이고 송경철이 책 외판원으로, 이정길이 해직기자로, 그리고 고두심, 차주옥, 국정환등이 나오는데 극의 배경으로 봐서는 80년대 후반 방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연출이나 연기가 옛날이다보니 요즘 드라마의 기준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고, 단지 그 당시의 정서나 배경등을 즐길 수 있는 재료로는 충분할 듯 하다. 오히려 요즘 유행한다는 '막장 드라마'보다는 알맹이가 실하지 않을까 한다.

극중 송경철은 책 외판원으로서, 지인과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안면으로 밀어붙여 책을 파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악당은 아니며 찢어지게 가난한 달동네에 살며 책 외판원으로 생계를 이어갈지언정 진한 인간미를 잃지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1987년 MBC 베스트극장 "사촌들"의 한장면.

 

1987년 MBC 베스트극장 "사촌들"의 한장면.

 

1987년 MBC 베스트극장 "사촌들"의 한장면.


그런데 극 중에 송경철이 장터에서 힘겹게 생선행상을 하는 고두심을 도와 생선을 파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타타타가 처음 나온다.

잘 들어보니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는 아니고 다른 가수가 모창을 했거니 했더니 또 이 드라마의 시기는 아무리 늦추어 보아도 80년대 중 후반이니 김국환의 타타타가 힛트치기 훨씬 이전이다.

궁금증이 일어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1절)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아하하하하하 

(2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은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은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음-아하하 아하하하하하

김희갑씨가 작곡하고 그의 와이프인 양인자씨가 작사를 했다는 이 곡은 원래 조용필씨가 부르게 되어있었는데, 조용필씨가 노래 말미에 붙는 허탈한 웃음 음-하하하하 를 못하겠다 해서 그러면 조용필씨와 목소리가 비슷한 가수 위일청씨에게 부르라 했다 한다. (출처:위키피디아)

후일 김국환이 다시 이 노래를 받아 불러 녹음을 하여 1991년 발표하였으나 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가 1992년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에서 김혜자씨가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설정으로 나오는 바람에 노래가 일약 대 힛트를 쳤었다. 그러니 베스트극장에 나오는 타타타는 위일청이 부른 '원조 타타타'였다.

드라마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을 보니 과연 작곡 김희갑 노래 위일청 이란 자막이 올라가고 의외로 극본 또한 작사를 한 양인자씨가 쓴 것이다. 

그러니 타타타가 배경음악으로 나올 법도 하다. 양인자씨는 인도 여행중 알게 된 타타타의 의미에 필이 꽂혀 노랫말을 쓰게 되었다 하니 타타타는 인도에서 왔다는 뜻이겠다. 얼마나 깊은 인상을 받았으면 노래를 만들고 극본까지 썼을까?

그러면 '타타타'는 도데체 무슨 뜻인가.

불가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여여(如如)하다는 말이 있다.

"스님 여여(如如) 하시지요?"
"그럼, 여여(如如) 하지."

여여는 "있는 그대로 같고 같다." 혹은 "있는 그대로 항상 그렇고 그러하다." 라는 뜻이니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여전하시지요?" 와 비슷하게 들린다.

그러나 불가의 여여는 산스크리트어인 타타타(tathata),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의역한 것으로, 심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진 불변성, 자유, 공허함 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니 긴 세월을 열심히 정진해 온 스님들도 알기 어려운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존재 그대로의 자유로움이라, 알 듯 모를 듯 하면서도 그 의미의 끝자락이 잡힐 듯 말 듯 하다. 윤편(輪扁)이 수레바퀴 깎듯 그 의미를 알아도 말이나 글로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타타타 노래의 가사는 이런 배경을 모르고 들었을 때는 왠지 모르게 허탈하고 헛헛한 그런 느낌, 노래의 말미에 파격적으로 나오는 웃는 부분에서는 비애감마저 느껴진다. 속된 말로 사업을 하다 졸지에 쪽박차고 빚더미에 앉은 남자가 비오는 날 비를 쫄딱 맞으면서 하늘을 보며 웃는 모습이 연상된다면 연속극을 너무 많이 본 내가 너무 오버한 것일까.

그러나 타타타의 뜻을 알고 나니 가사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는 원래 평소 말귀를 잘 못알아들어서 사오정이라 불리울 정도인데, 이 노래의 가사 역시 또 잘못 알고 있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이 구절을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로 알고있었다. 

쏘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아라는 말이 함축된 가사로 들었는데 억지를 부리자면 나는 잘못 알아들은 이 구절이 더 마음에 든다.

사람은 살아갈수록 자신을 알기 어려워진다고들 말한다. 2천 5백년전의 저 쏘선생님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꼬라지를 알라는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니 인간은 장구한 세월이 흐른다 한들 변함이 없는가보다.

어린 시절의 무념무상, 그냥 있음의 존재, 그 존재의 당연함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러니 나의 젊은 시절에는 아무 생각이 없이 살다가 지금와서 조금, 아주 조금 생각하려 하니 그나마 어려워서 알지 못하는, 그러니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 모르고, 지금은 어려워서 모르니 일평생 모르고 사는 것은 똑 같다. 그런걸 뭐하러 힘들여 알려고 하나?

타타타를 생각하다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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