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조기유학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조기유학

민아네 2024. 2. 11. 17:10

20070215

2007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

 

아는 분의 먼 친척이, 그 집 애가 토론토에 조기 유학을 온다해서, "가디언" (후견인, 법적 보호자)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후 "A씨" 로 지칭)

보통은 유학원 등에서 교민가정에 가디언을 의뢰하고 수수료를 얼마씩 주는 방식으로 합니다만 내가 보기에 돈 받고 가디언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열에 한명도 안될 것입니다.

전에 조기 유학생 하숙을 했던 아는 분은 이 유학생이 성적에 문제가 있고 학교를 빠져서 가디언에게 연락을 했더니 알았다고만 하고 한번 찾아오지도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 "법적 보호자" 양반은 이 어린 유학생이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수년간 단 한번 얼굴을 보였을 뿐입니다.

가디언을 하려면,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생활을 주시해야하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거나 생기려는 조짐이 있을 경우 학교에 찾아가 면담을 해서 방법을 찾아야 하고 또 가정생활도 한국의 부모와 연락을 해 가면서 아이를 지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A씨가 한국에서 온다는 애들을 그럼 어떤 애들인가 좀 알아보자 해서 한국 학교의 생활기록부를 복사해서 좀 보내달라 했던 모양입니다. (고등학생 형제)

A씨는 영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잘 하고 현지인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애들과 보낼 시간이 있으며 여기 생활에 대해 잘 알기때문에 가디언도 제대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가디언도 친척의 친척이라.. 연줄 연줄로 아는 사람이라 어쩔수 없이 맡게 되었다는군요.

그런데 도착한 생활기록부를 보니 참 이게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애들 둘 다 공부는 고사하고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민을 하기에 법적 보호자이니 애가 여기에서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을 어쩌려고 그러냐고 같이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A씨의 안주인이 한국의 애들 엄마와 의논을 하려고 전화를 했던 모양입니다.

전화를 했더니 그집 둘째가 받았는데, 거기 xxx씨 댁이지요? 했더니 대뜸 "누군데요?" 라는 예의와는 동떨어진 거칠고 반항적인 대답이 돌아와 더욱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찌 어찌 의논을 했는지 합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국에서 온 가족이 와서 일주일간 A씨 집에 머무른 다음에, 월세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한 다음 바깥양반만 한국으로 돌아가고 애들 엄마와 애들이 토론토에 남는것으로 결론이 났는가 봅니다.

일단 애 엄마가 애들과 같이 있게 되었으니 애가 문제가 있다 해도 훨씬 상황이 나을 것입니다.

날짜가 다 되어서, 한국에서 유학생 가족이 온다는 날에 공항에 마중을 나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전혀 연락이 없어서, A씨 안주인이 또 한국에 전화를 해서 애들 엄마와 통화를 했습니다. 

비행기 편명과 도착시간을 알려달라고 하자, 애들 엄마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모르겠는데요?" -_-;;

다행히 대한항공인 것은 알고 있기에, 날짜에 맞춰 마중을 나가 만나긴 만난모양입니다.

날짜는 금방 흘러서, 한국에서 온 애들과 엄마는 들어가 살 아파트를 얻었고, 그 가족의 바깥양반은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른 후, A씨와 만난 자리에서, 그집의 내력에 대해 말을 들었습니다.

그 가족이 도착 후에, 왠지 가족들이 서먹서먹하고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하루는 집에서 바깥양반이 A씨와 둘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내력을 털어놓더랍니다.

즉, 그 바깥양반은 한국에서 다른 여자가 생겼고, 아예 대놓고 이 여자의 존재를 가족들에게 선언했으며, 이번에 가족들을 캐나다로 보내놓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살림을 차릴 것이라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실제적으로 이혼이나 마찬가지고 다행히 경제적으로는 꽤 풍족한 편이라 한국에서 보내는 생활비며 학비는 위자료 양육비 형식으로 보내기로 되어 있으며 와이프와도 다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A씨 와이프가 한국에 전화했을때, 애들 반응이 날카로왔던 것도 이해가 가더군요. 즉 모르는 여자에게서 온 전화는 애들이 일단 적대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애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이해가 갔고 애들 엄마가 비행기 편명도 도착시간도 챙기지 못한 것도 수긍이 갔습니다. 아마 바깥양반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킨 것 같습니다.

물론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기러기 가족이라 말을 많이 하지만 이렇게 기러기 가족도 등급이 있다고 합니다.

기러기 아빠는 한국에서 돈 벌다가 애들 방학때나 휴가를 내서 철새처럼 잠깐 왔다가는 사람이고, 독수리 아빠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아서 언제든지 원할때 가족들을 찾아 올 수 있는 사람을 말하고, 펭귄아빠는, 제일 불쌍한 사람, 즉 돈 벌어 가족에게 몽땅 부치느라고 여기 찾아오는 것은 꿈도 못꾸는 사람이라 합니다.

위의 경우는 제일 행복한 독수리 아빠이긴 한데 높이 떠있다가 엉뚱하게 다른곳으로 가 버렸군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을 했습니다.)

'옛날 글과 사진 > 캐나다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7,8학년 발표회  (0) 2024.02.11
돈때문에 회사를 옮겨?  (0) 2024.02.11
타타타  (0) 2024.02.11
캐나다 방문 (4)  (0) 2014.12.15
캐나다 방문 (3)  (1) 201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