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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돈때문에 회사를 옮겨?

민아네 2024. 2. 11. 17:29

20070318

2007년 3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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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서에 존 이라고 하는 vice-manager 이 있습니다. 나이도 많고 이 회사에는 22년간 있었다는데 다른 회사로 옮긴다는군요.

이사람 집이 우리집 옆집입니다. 바로 옆집은 아니고 우리집 옆에 교회 그리고 그 다음 집입니다. 처음에는 옆집인줄 몰랐는데 언젠가 밖에 나갔다 오는 길에 잔디에 물 뿌리고 있는것을 보고 인사를 했더니 자기도 내가 옆집에 사는것을 몰랐다면서 놀라더군요. 그 뒤로도 몇번 봤지만 집에 왔다갔다 할 정도로 친하지는 않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우리동네 사는 존. 앞줄 맨 왼쪽 양반은 2007년에 돌아가셨다. 오른쪽 두번째 이태리 할배는 프랑코인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태리를 이기자 엄청나게 분노했었다. 거의 80이 다 되어서도 계속 회사에 출근한다고 들었었다.  아직도 생존해 계신지는 모른다.
부서 크리스마스 회식 사진. 맨 오른쪽 앉아있는 양반이 캐리 부장. 저 사진중에 두 분이 벌써 별세하셨다. 테이블 맨 끝에 앉아있는 사람이 존. 한국에 오기 전 존을 봤는데 너무나 늙어버려서 놀랐었다. 존은 아픈 와이프를 돌보며 살고있었다. 존 뒤에 콧수염 할배는 대만출신인데 굉장히 젠틀한 신사였고 나에게 늘 잘해주었었다. 뒷줄 맨 왼쪽에 월드컵 축구에 격노했던 프랑코 할배가 보인다.


요즘 캐나다가 호황인지 몰라도 잊을만 하면 회사 옮겨보지 않겠냐는 전화가 오곤 합니다. 다른 회사를 가는것도 여간 부담이 되는일이 아니지요. 연봉 뿐만 아니라 회사의 위치 근무 분위기 하는 업무 등등 따져봐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다른 부서에 있는 한국사람은 두군데에서 컨택이 되었습니다. (회사에는 한국사람이 나하고 그친구 두명이 있습니다)

사실 그 친구 봉급에 좀 불만이 있었던 관계로 (모든 월급쟁이들의 공통적인 생각 : 내 월급은 충분치 않다) 그쪽 회사에 가서 면접을 보고 연봉도 협상을 해서 지금보다 20프로 정도 올려놓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오퍼에 싸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지요.

그친구가 이제 회사를 그만둔다고 통보를 해야 하는데 부장에게 기회를 봐서 말을 했더니 부장이 난색을 보이더니 그러면 그곳에서 준다는 연봉보다 더 주면 여기 그냥 남아있겠느냐고 묻더랍니다.

그 부장이란 사람이 평소에 못되게 굴었다면 칼같이 짤랐겠지만 그 양반은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또 그 친구에게 잘해준 모양입니다. 나도 그 사람을 알지만 참 너그럽고 상대를 잘 배려해줄 줄 아는 좋은 사람입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부장이 바람같이 본부장(부사장)에게 달려갔다 오더니 승인이 떨어졌다고, 그곳에서 제안한 연봉을 줄테니 회사 나가지 말라고 붙잡더랍니다.

결국 회사를 안 나가기로 했지요. 그쪽 회사에서 컨택을 한 사람에게는 바람을 맞춘 격이 되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회사에서 사람이 필요한데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서 채용이 되면 얼마간의 보상금이 나옵니다. 회사마다 또 직책마다 다르지만 내 생각에 최소한 500불에서 약 천불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고 (나도 안면이 있는 사람) 금요일날 그친구 (회사 옮기려다 만 사람)와 나, 그리고 그쪽 회사 사람하고 셋이서 같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아직 안 나왔더군요. 잠시후에 그 사람이 오는데 글쎄 그쪽 회사사람이 자기회사 인사담당자와 자기 부장까지 같이 데리고 나왔더군요. 마지막으로 설득을 하려고 온 것입니다.

졸지에 그친구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이 되었지요. 분위기 정말 어색하더군요. 이럴때 내가 뭔가 농담 같은것을 해서 좀 분위기를 풀어주었으면 좋겠는데 한국말로도 풀기 어려운 분위기를 내가 영어로 어떻게 풀겠습니까? ㅎㅎㅎ

다행이 그쪽 인사담당자는 연봉등(더 줄수 있다는 등) 몇가지 사항을 제안 하고나서는 그친구가 좋게 거절을 하니 더이상 그 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더군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평범한 담소를 하며 식사를 했고(스시) 밥값은 빵꾸낸 그 친구가 내는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정말 분위기는 어색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회사를 한번 나가면 그것으로 끝인 분위기였습니다. 즉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는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요. 사실 그런 경우를 보긴 했습니다만 극히 특별한 경우였지요. 한국 회사는 업무적인 팀웍과 동시에 인간적인 팀웍도 중요시하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 친구 처럼 회사를 나가려고 들썩했다가 다시 주저앉은 경우에는 다음 명예퇴직의 영순위겠지요.

한국에서는 실제로는 돈이 상당히 중요시 되면서도 동시에 돈이 천시되는 정서가 있는것 같습니다만 예를들면 월급을 좀 더 많이 준다고 20년을 근무한 회사를 하루아침에 옮긴다? 좀 비난의 어감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내가 과거에 한국에서 회사를 옮기려고 시도했을 때 엄청난 저항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보직을 차고 있었다거나 남들이 절대 모르는 비밀스러운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외부로 절대 유출하면 안되는 비밀을 알고 있던것은 더더욱 아니었지요. (회장님은 사실은 대머리다 같은) 내가 그정도 중요인물이었다면 그 시절 과장이 아니라 벌써 상무나 전무쯤은 차고 있어야 했겠지요. 그런데 다른 회사로 가겠다는 사람을 왜 그리 붙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 그만둔다는 통보를 했을때는, 벌써 다른곳에 다 자리를 알아 봐 놓은 상태인데 그것을 번복하기가 쉬운일이 아니겠지요.

나의 경우에는 결국 주저앉고 말았었지요. 옮겨가려던 회사의 부장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더라구요. 같이 일하지 못하게 되어서 섭섭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같이 일해보자 이렇게 말입니다.

순진하게도 그때는 회사에 남는 조건으로 연봉을 확 올려달라거나 특진을 시켜달라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습니다. ㅎㅎㅎ 하긴 그 다음해에 이민을 왔으니까 어차피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긴 했지요.

만약 한국 회사에서 그 친구처럼, 나 회사 옮겨가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주는 연봉보다 많이 주면 안 갈수도 있다고 말을 하면 부장 얼굴이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옵니다.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집게 손가락으로 이마를 쿡쿡 누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어이구 이 화상아 가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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