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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먹는얘기

민아네 2024. 2. 11. 19:18

20071116

2007년 11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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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는 바나나를 잘 안먹습니다. 한국도 벌써 바나나가 흔해져서 애들은 바나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과일도 얼마나 맛나게 나오는지, 옛날 기억으로는 사과도 애들 조막손만해가지고 시고 떫고 했던것 같은데 또 그걸 맛있어서 노상 입에 달고 다녔지요.

추억의 맛을 잠깐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옛날에 어머니가 밥을 지을 때, 옛날 부뚜막의 밥솥에서 칙칙 김이 뿜어 나오기 시작하면 우윳빛 밥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것을 밥공기에다 받아서 설탕을 타 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구수하고 달콤한게 맛이 기가 막혔지요. 밥물이란게 많이 나오는게 아니라 형하고 홀랑 나누어 먹고 입맛을 쩍쩍 다셨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깡통에 든 연유! 이게 또 기가 막혔지요. 언제나 조금 남은 것으로 먹어야 했기에 이 또한 입맛 다시기 용이었습니다.

그때는 국산 연유가 없었을 듯.


또 생각나는 것은 미숫가루입니다. 미숫가루도 노란색의 보리 미숫가루가 아닌 우윳빛이 나는 찹쌀 미숫가루가 맛있었지요. 걸쭉하게 우유죽처럼 해서 설탕을 듬뿍넣고 먹는 맛이란! 미숫가루는 여름이면 아이스케키 용기에 넣어 얼려서 노상 입에 물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는 어머니표 건강식이라 한다면 학교앞 불량식품도 빠질 수 없겠지요.
대표적인게 팥이 드문드문 박힌 아이스케키. 금새 녹지 말라고 통에 넣은 소금맛이 짭잘하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쫀득이. 지금 생각하면 주황색 플라스틱 책받침같은 것을 잘도 먹었습니다. 찢어먹고 구워먹고...

달고나를 녹이는 아이, 출처: https://earthwow.org/


또 뽑기를 건너뛰면 섭섭하지요. 까맣게 밑이 타버린 국자에 달고나를 넣고 나무 젓가락으로 살살 돌리면서
녹이다가 소다를 젓가락 끝에 살짝 뭍혀서 탁! 넣으면 금새 커피우유 색깔로 부~ 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이놈을 기름때가 꼬질꼬질한 철판에 탁! 소리나게 패대기 쳐 놓고 동그란 납작 철판으로 한 번 누른다음에 이놈이 굳기 전에 또 별모양 권총모양 새모양 철판으로 한번 찍어서 모양을 내지요.

뽑기를 먹으면서 침을 발라가며 그 모양을 떼어냅니다. 성공하면 설탕을 녹여 만든 권총이며 닭이며가 상으로 주어졌지요. 그러나 성공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권총사탕은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국자에 눌어붙은 찌꺼기 뽑기는 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단맛을 우려내 커피라고 먹었습니다. 참 알뜰하기도 했지요.

집에서 설탕가지고 뽑기를 해먹기도 했는데 그 덕에 집안에 국자가 남아나지를 않았지요. 내 나이때 사람들 치고 집에서 국자 한번 안 태워먹어 본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생각나는게 학교앞 문방구에서 떡볶기같은 불량 식품 가운데 뜨거운 우유도 팔았었는데 엽차잔에 뜨거운물을 붓고 분유를 몇숟가락 타서 휘휘 저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격표에 우유 10원 밀크 20원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지금 생각에 우유는 분유 한 스푼. 밀크는 두 스푼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 봅니다.

짜장면 탕수육 같은 중국요리계는 물론 최고였지만 애들이 스스로 접근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으니 생략을 합니다. 또한 하얀 무를 곁들인 전기구이 통닭도..


촌스럽게 닭이 그려진 그 누런 종이백에 늘 기름이 배어나있게 마련이었고, 와 통닭이다 하면서 아버지 손에서 낚아채 그걸 열어보면 노릇한 통닭에 비닐로 포동하게 묶여져 있던 하얀 무가 생각납니다.

민아엄마와 연방 웃음을 터트려가며 얘기하다가 요즘 애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추억의 맛이 있을까 했습니다. 민아는 캔토니즈 차우멘 정도? ㅎㅎ

캔토니즈 차우멘, 한동안 즐겨먹었지만 튀겨낸 면이 딱딱해서 물리게 되었다.


식탁옆에 있는 바나나를 보면서 민아에게 옛날에는 이 바나나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간식이었다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앞에 풍성한 음식을 놓고 그때가 좋았어 그때가 좋았어 말하지만 사실 이 지구상에는 그때의 한국처럼 살기가 고단한 나라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사람들 앞에서 추억의 맛 같은 얘기를 했다간 귓방망이 감이겠지요. 추억의 맛은 추억으로서 느낄 때 좋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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