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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휴가

민아네 2024. 2. 11. 21:12

20070810

2007년 8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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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 휴식


동네 한국사람 집 세가정 끼리 캠핑을 갔습니다. 민아 학교친구네 집들입니다.

북쪽의 헌츠빌이라는 도시 위에 있는 "애로우 헤드" 라는 국립공원입니다. 풀잎이 마치 화살촉 모양을 한 풀이 많이 자라는 곳이라 애로우 헤드라 했다고 합니다.

애로우헤드 파크에 지천으로 있는 풀, 풀잎이 화살촉처럼 생겨서 애로우헤드라고 부른다.


여느 국립공원이 다 그렇듯이 이곳도 호숫가입니다만, 역시 물은 한국처럼 수정같은 물이 아니라, 나무가 썩은 점토질, 고운 모래가 많은 물입니다.

한국같이 맑은 물을 즐기려면 북쪽으로 몇시간 더 올라간 "조지안 베이"라는 곳에 가면 됩니다. 나는 아직 가 보지 못했지만 꽤 깊은 물도 바닥까지 보이는 호수입니다.

애로우헤드 공원의 호수. 오랫동안 나무가 썩은 물이어서 물색이 커피색깔이다.
야트막한 강줄기를 카누를 타고 흘러간다.
강줄기를 가다보면 이런 작은 폭포도 만난다.


이 애로우헤드 공원은 무척 조용한 곳이라 생각이 들었었는데 역시 이공원에는 여러가지 규정이 있는데 주로 소음에 관한 규제였습니다. 라디오나 테레비, 그리고 고성방가, 특히 물놀이에 모터달린 것, 젯 스키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놓았으니 조용할 수 밖에요.

호수가 모래사장에도 개는 못 들어오게 해 놓았더군요. 우리 일행도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 덕분에 모래사장 맨 끝 경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개 집어넣는 캐리어 (이동식 개장)를 갖다가 개를 집어넣더군요. 또 개도 주인이 들어가라 하면 순순히 들어가는게 신기했습니다.

카누를 대여해 주는데 두시간에 12불 정도합니다. 대여소에 돈을 내면 시간이 적힌 카누 넘버를 주는데 구명조끼와 젓는 노가 옆에 죽 걸려있어서 알아서 챙기면 됩니다.

호수에서 밖으로 흘러가는 조그만 강이 있는데 호수에서 뱃놀이를 해도 좋지만 강을 따라 가면서 카누나 카약을 즐겨도 좋습니다. 

양 옆의 우거진 수풀을 물길로 지나노라면 마치 주라기 공원 영화속 같은 기분이 든다.


카누는 한국의 청평에서 타는 보트와는 달리 폭이 좁기 때문에 탈 때 발을 잘못 디디면 배가 뒤집어집니다. 그러나 배 중간을 맞춰 디디면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카누를 저어 본 적이 없는터라 처음에 모르고 민아엄마가 뒤에 내가 앞에서 저으니 도데체가 조종이 안되더군요. 잠시후 내가 뒤에 앉으니 해결이 되었습니다. 카누는 주로 노젓는 사람이 뒤에 앉아야 조종이 되더군요. 하긴 영화 장면을 기억 해 보니 앞에는 애나 여자를 앉히고 뒤에서 어른이 노를 저었던 것 같습니다.

강을 따라 가는데 수심이 매우 얕아서 배 바닥이 모래에 닿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배가 나아가지를 않아서 내려서 끌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강 좌우는 완전히 원시림 그 자체입니다. 전후 좌우로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적막 그 자체, 참방거리는 노젓는 소리 사이로 찌르륵 찌르륵 벌레들 소리, 새소리만 가끔 들리고, 물 위로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비버가 헤엄쳐 지나갑니다.

강이 끝나는 곳에는 야트막한 폭포가 있어서 한국의 설악산 분위기가 납니다. 애들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카누를 잘 탑니다. 애들은 카누를 타고 수영도 하고 또 홍합조개가 많아서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나중에 다 놓아주긴 했지만..


저녁을 먹고 앉아있는데 다람쥐가 옆에서 얼쩡거립니다. (청설모가 아닌 귀여운 줄무의 다람쥐) 당근조각을 들고 꼬셨더니 주춤 주춤 오더니 내 손에서 쏙 물고가더군요.

밤이 되니 별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쏟아질것 같다는 표현이 꼭 맞을 정도의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토론토 같은 도시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장관이었지요. 

그러나 밤이 되니까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데 엄청 춥더군요. 다행히 우리는 전기장판을 가져와 따뜻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우리 캠핑 싸이트는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었거든요. 몇미터 떨어진 곳에 말뚝이 하나 있고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캠핑장 입구에는 작은 수도가 하나 있고 5분 정도 걸어가면 공동 샤워장이 있어서 더운물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캠핑장은 캠핑장, 집보다 불편한 것은 어쩔수 없겠지요. 짧은 캠핑이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휴가 - 일


이번 여름에는 휴가를 2주간 내었지만, 집수리를 한답시고 여러날을 시행착오로 소비해 버리는 바람에, 어디 멀리 가 보지도 못한 채 긴 휴가기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페인트를 고르는데만 여러차례 홈 디포에 가야 했습니다. 무슨 페인트가 그리도 종류가 많은지, 그리고 그 많은 중에서 하필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없는것은 또 무슨 일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긴 살다 보면 늘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요.

사실 여기 월급쟁이들의 휴가라는것이 일견 긴 것처럼 보이긴 해도 동네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이렇게 긴 기간을 집을 고치면서 지내는 사람이 많이 보입니다.

참고로 여기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는 연간 2주입니다만 웬만한 회사는 입사 하자마자 3주를 주고, 근무연수에 따라 4주, 5주 이런식으로 늘려줍니다. (나는 현재 4주)

한국보다는 얼핏 보기에 무척 많은 것 같지만 또 한국 회사들은 월차라는 개념과 추석, 설날 연휴가 있기에 그다지 많은 차이는 아닙니다. 게다가 요즘은 한국 회사도 거의 주 5일 근무니까..

아무튼 휴가기간 동안에 보니 집에 웬만한 연장을 다 갖추어 놓고 하루종일 차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 무엇인가를 고치고 뜯고 하는집이 많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차고 문을 열어놓고 작업하는 집들은 대개 차고 내부가 군대에서 치장물자 정리해 놓은것 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각종 공구 또한 완비되어 있어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것 처럼 보입니다.

크리스마스 씨즌에는 당연히 선물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애들 선물로 장난감, 와이프 선물로 옷이나 악세사리 등이 나온다면 아버지 용으로는 단연코 공구셋트가 으뜸으로 많이 나옵니다. 

나도 캐네디언 타이어나 홈디포 같은 곳에 가면 전동공구 같은것에 구미가 당깁니다만 사실 그런 공구를 사다 놓아 봐야 첫날 한번 시험가동해 보고는 먼지만 쌓이기 십상이지요.

이번 휴가때 구입한 것: 12피트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 / 페인트브러시 셋트/줄 셋트 (쇠 깎는 줄, 영어로는 FILE 이라고 합니다)/ 만능 드라이버/ 라텍스 페인트 댓짜 세통 / 에나멜 페인트 작은것 한통/ 레이저 수평보기 (충동구매)/ 액자 여덟개 (와중에 기존에 큰 액자 두개 깨먹고)/ 빗물 배수 파이프/ 각종 코킹/ 전기 케이블 다수....

그래도 온 가족이 페인트 브러쉬를 잡고 같이 페인트 칠하는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집 수리한다고 설치다 보니 사고치는것 반 고치는것 반입니다. 쓰고보니 한글자 차이군요. (사고치는 vs. 고치는)

페인트는 물어보니 사람 사서 하는것 보다 돈을 더 쓴것 같습니다. 그래도 쓰다남은 브러쉬와 페인트 그리고 코킹 같은것은 남았으니까..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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