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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복권의 꿈

민아네 2024. 2. 11. 19:46

20071204

2007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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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테레비를 보는데 여기 복권인 슈퍼쎄븐 선전이 나옵니다. 복권 선전이라는게 다 그렇고 그런 내용인데 이번에도 역시나 또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개비를 했더군요. 내용을 잠시 소개합니다.

뚱뚱하고 진짜 게으르게 생긴 남자 두명이 이따만한 팝콘 그릇을 하나씩 들고 편안한 쏘파에 앉아 농구 게임을 보고 있습니다. 앗싸! 뛰어! 야! 뭐 이런 감탄사와 선수들 플레이에 참견을 하며 소리를 지르면서 경기를 보다가 골이 들어가자 팝콘그릇을 온 마루바닥에 확 엎지르면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런데 그게 자기집 거실이 아닌 농구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VIP 자리입니다. 그러면서 "당신도 할 수 있다" 라는 자막이 나옵니다.

슈퍼쎄븐 릴랙쏘 광고: 유튜브 캡처화면


TV 선전에서 일컫는 이 뚱땡이들 별명은 RELAXO "릴랙쏘" 입니다. 한국말로 치면 "세월이 좀먹냐" 정도 되겠지요.

다음 장면은 깔끔한 양복 차림의 머리가 허연 회사 중역(혹은 사장)이 열심히 서류에 무엇인가를 적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뿜빠라 쿵쿵하는 악단이 사무실 복도를 지나갑니다.

쿵쿵 하는 큰 북에는 "회사 때려치웠음" 이라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회사 중역이 일하다 말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 보는데 그 악단 뒤로 정말 꽤죄죄한 작업복 차림의 경비 아저씨가 자기 사물함을 들고 따라갑니다. 그러면서 눈을 찡긋 하더니 "나 회사 때려쳤어! 당신도 할 수 있거든?" 이러고 지나갑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않을수 있게 도와주는 힘! (릴랙쏘 실제 광고카피)


하.. 참 요것들..
벼락에 열번 연속으로 맞는것 보다 어렵다는 복권 선전을 요런식으로, 게다가 목요일 저녁에 방송을 때리다니 머리가 좋다고나 할까 교활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토론토 상공에 근로의욕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왜 하필이면 목요일 저녁이냐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내일 하루만 나가면 이틀 푹 노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테레비에서는 회사 때려친다면서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옆구리 콕콕 찌르고 있으니 복권 장사가 잘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권 당첨확률을 당장 원하는 대로 올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복권을 두장 사면 확률이 두배, 열장을 사면 당첨 확률이 열배 올라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복권을 수백장을 산다 한들 신문에서 보는 당첨자는 대개 한두장 복권을 구입했을 뿐인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ㅎㅎ

가끔 회사에서도 몇몇이 주도가 되어서 단체로 복권을 구입합니다만 복권이라는게 참 사람 심리를 무섭게 파고는데가 있습니다.

즉 당첨이 안될것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나만 안샀다가 저것들이 당첨되어서 회사 다 때려치는데 나만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묘한 심리때문에 단체복권 사는데 빠질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복권이 당첨되면 정말 좋긴 하겠지만 진짜 릴랙쏘처럼 망가지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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