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내가 돈때문에 이러는게 아니야!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내가 돈때문에 이러는게 아니야!

민아네 2024. 2. 11. 22:17

 20080703

2008년 7월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람들이 돈 때문에 흥분을 해서 소란을 피울때면, 늘 나오는 말이 있지요.

"내가 그까짓 돈 몇푼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야!"

한 변호사 사무실에, 집을 구입하는 문제로 어떤 한국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여기는 집을 팔고 살 때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인 서류 절차를 진행합니다. 그래봐야 모기지나 건물등기 정도겠지요.

여기에서는,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면 정부에서 몇천불 정도 리베이트를 받습니다. 리베이트라는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것 저것 낸 세금 중에 돈을 돌려받는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캐나다에서 처음 집을 사는 경우가 아니라, 이민을 온 경우 모국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에게는 해당이 안됩니다. 즉 장소를 막론하고 진짜로 생애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이란 소리지요.

이 한국사람이 시침 뚝 떼고 캐나다에서 집을 처음 산다고 했는데, 변호사가 기록을 검토해 보니 한국에 있던 집을 팔고 여기 집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 리베이트는 해당이 안된다고 했겠지요.

그랬더니 이 사람이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변호사가 그냥 모른척 해 주면 몇천불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그걸 미주알 고주알 따져 밝혀내서 혜택을 못 받게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한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박사가 문제가 아니라 법을 컨설팅 해 주는 변호사에게 법을 어기겠다고 떼를 쓰는 것입니다.

참고로 나도 여기 캐나다에서 집을 샀지만, 한국에서 집이 있었기 때문에 리베이트는 받지 못했고 또 그게 당연한 일입니다. 내 주변에 한국에 집을 팔고 여기 집을 구입한 사람들 다 동일합니다.

이사람이 화를 내며 하는 말이 걸작입니다.

"내가 그까짓 돈 몇푼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야!"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돌아간 후 변호사 아줌마가 말합니다.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한국인 2세)

"정말 이상해~ 돈 때문에 그러면서 돈 때문이 아니래~?"


이 사무실에는 손님을 위한 주차장이 없습니다. 주차장이 있기는 한데, 건물주가 따로 관리를 하는지, 건물 입주자를 위한 주차장만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른곳에 주차를 하든지 아니면 이곳에 주차를 하면 주차비를 내야 하지요.

그런데 이 주차비를 안 준다고 또 난리 피우는 사람들은 이곳에 익숙치 않은 한국사람들입니다. 뭐 한국사람이 어떻다는 소리가 아니라, 한국에서는 대개 이런경우 주차비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겠지요.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바로 이 사람들이 화를 내면서 하는 말 중에 반드시 하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까짓 돈 몇푼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야!"

주차비 아무리 많아야 10불이 안되지요. 10불이면 종일 주차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 사람 말대로 정말 그깟 돈 몇푼때문에 그러는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결국 이 사람이 화를 내는 단초는 "그까짓 돈 몇푼"이 분명하거든요.

차라리 솔직하게 "한국에서는 이럴때 주차비를 내 주는데, 내 돈 쌩돈 10불이 날아가게 되서 정말 화가난다" 라고 하면 체면이 깎이기 때문일까요?

친구에게 돈을 꾸어줬다가 못 받게 된 사람이, 친구하고 대판 싸우면서 하는 말도 똑 같습니다.

"내가 그까짓 돈 몇푼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야!"

결국 돈 때문이면서.

한국은 이미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지만, 옛날 물질에 초연하던 선비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 돈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글과 사진 > 캐나다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종차별인가 텃세인가  (0) 2024.02.12
옛날전화, 군대전화  (0) 2024.02.12
휴가  (0) 2024.02.11
복권의 꿈  (0) 2024.02.11
먹는얘기  (0)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