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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전화, 군대전화 본문
20200720
2020년 7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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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전화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시청자가 방송진행자에게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하는 그런 청취자의 소리를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요즘은 핸드폰을 전부 가지고 다녀서 공중전화를 쓸 일이 없다는 얘기와, 공중전화기가 얼마나 더럽냐 하면 화장실 변기보다 더 더럽다는 소리, 그리고 전화부스에 갖혀버린 새를 구해주었다든지 하는 얘기가 이어집니다.
그 중 흥미로왔던 것은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에 교환원이 있던 시절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나도 여기 공중전화는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만 여기 시골에는 아직도 공중전화를 들면 교환원이 응답을 합니다.
수년전 미국에서 오는 친구를 나이아가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이아가라에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서 그곳 공중전화를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었더니 여자 교환원이 받아서 얼마를 넣어라 이래라 저래라 친절하게 일러주더군요.
다시 라디오 얘기로 돌아와서, 라디오 진행자가 옛날에는 교환원이 나오면 지금 동전이 없다 하면 다음에 넣어주세요 하고 그냥 연결을 시켜주기도 했다는군요.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친구집에 전화를 했는데 마침 친구가 집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랄프 있어요?"
"랄프 없다!" (주: 실제 그 라디오 방송에서 나왔던 이름)
이렇게 대화가 끝났는데 교환원에게 친구 없다고 하니 통화비를 안받더랍니다. 참고로 교환대에서 조작을 하면 넣었던 동전이 도로 나오게도 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가끔식 아는 사람이 전화를 하면 전화 교환원하고 일단 인사와 잡담을 나눈 다음에 아무개네 연결해 줘 하면 척 알아서 연결을 해 줍니다.
요즘같이 사람사는 집에 전화를 해도 자동응답기가 돌아가는 세상과는 다른 한마디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시절이 캐나다에도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옛날에 어린시절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전화 교환대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가정집같이 생겼는데 바닥에는 장판이 깔려 있었고 높다랗고 노란 황동 구멍이 가득한 교환대가 생각납니다.
지지지~ 하고 신호가 오면 교환원 여자가 헤드폰으로 응답을 하고 원하는 곳을 말하면 짹을 해당되는 곳에 꽂아주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에도 통신대에 같은 식으로 하는 교환대가 있었는데 고장날 일도 없는 아주 간단한 구조였지요. 군대 얘기가 나온김에 한마디 더 하렵니다.
군대에서 쓰는 교환대가 구식인 이유는 꼭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전에서 쓰는데는 튼튼하고 단순한것이 최고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군대 전화기는 예를들면 TA-312 같은 자석식 전화는 소리 들리는 수화기부분이 고장이 나면 말하는 부분을 귀에대고 들어도 들리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정말 튼튼하고 집어던져도 고장날 일 없게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지요.
한번은 통신병 녀석이 전화를 받았는데 마침 수화기 불량인 전화로 받은 모양입니다. 말하는 곳을 귀에 댔다 입에 댔다 하면서 통화를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주변사람이 데굴데굴 굴렀답니다.
또 한가지는 그때 군수장교가 있었는데 정말 사람좋은 충청도 호인이었습니다. 그 양반이 군지대에 전화를 하는데 단선이 나서 통일대를 거쳐 (통일대가 뭔지는 군대 갔다온 분은 다 아시겠지요) 돌아 돌아 통화를 하는데, 사정이 그러하니 통화 감도가 형편이 없었나봅니다.
군대 전화할때는 사회에서 할때와 달리 저쪽 계급이 높으면 "충성!" 하는 구호를 부친다거나 통신보안 이라는 구호를 부친다거나 합니다만 이 군수장교 양반이 워낙 전화가 안들리고 답답하니까 이렇게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여보서유? 여보서유? 아 여보서유!!"
주변에 행정병들이 다들 웃겨서 아주 괴로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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