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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쉬운 답, 어려운 답

민아네 2024. 2. 12. 12:56

20080305

2008년 3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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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본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합니다.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부자인 워렌버핏이 한 말이라는데요, 그 사람은 동업자를 선정하거나 사람을 볼 때 이 점을 본다네요.

첫째, 성실성 (혹은 진실성)
둘째, 에너지 (Energy) 
셋째, 지능 (Intelligence) 

그러면서 첫 번째가 없는 나머지 두 개는 그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성실함이 없는 에너지와 지능은 자신과 조직을 파멸의 길로 가게 한다는 뜻이라네요.

그런데, 성실성은 있는데 에너지와 지능이 없다면? 이런사람은 그런대로 안정되게 한평생 먹고는 살겠지만, 무슨 일을 도모해서 이루기에는 좀 역부족인것 같군요. 꼭 내 얘기를 하는것 같아 살짝 부아가 나긴 합니다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기는 변화중 하나는 복잡한것 세세한것은 싫어지고 단순한것 편한것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옛날 한국 회사를 다닐때 나이드신 임원들 보고자료를 만들때면 그림 단순하고 크게, 글자수는 작고 사이즈 크게 이게 키 포인트였지요. 지금 생각하니 이해가 갈 듯도 합니다. 여기 덧셈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8.01937509381734 + 2.10703850207949 = ?

이 문제를 계산할때, 이론가, 학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려서 정확한 답을 내려고 애를 쓸 테지만, 다른 안목으로 본다면 간단히 "10" 이겠지요.

살아가면서 만나는 작고 크고 간단하고 복잡한 그 수많은 문제들을 접하면서 어떤 답을 선택하는가는 각자의 몫인것 같습니다. 살아온 환경, 성격, 배움, 경험, 연륜에 따라 선택은 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사람의 인생이 익어갈수록 세상의 진리를 간단하게 고찰하는 안목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일상에 보는 모든 것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또 화창한 해가 나오고, 밤낮이 바뀌는.. 그 모든 것,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토록 찾고자 아둥바둥 애쓰는 대상의 답은 바로 사람들의 눈 앞에 이미 화악 펼쳐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결방법은 그냥 간단한데, 사람들은 인생에 별 영향도 못 미치는 소숫점 아래 열자리까지 계산해 내려고 그리 애를 쓰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나도 대부분의 경우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만.

 

들소떼의 집단추락. 이 그림은 주식시장에서 집단패닉을 경고하는 글에 자주 인용되는 삽화이다. 스프링벅은 저런 습성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 글에서 어떤 동물인가는 중요한것이 아니겠다.


아프리카에 스프링벅(springbok) 이라는 사슴 한 무리가, 넓은 평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마리가, 무엇에 놀랐는지 아니면 더 먹음직스러운 풀을 발견했는지 갑자기 펄쩍 뛰어 내 달립니다. 그러자, 다른놈들도 놀라서 질세라 뛰기 시작합니다. 급기야는 온 무리가 같이 뛰기 시작합니다. 왜, 어디를 향해서 뛰는지도 모르는채, 무조건 그렇게 앞으로 뛰다가, 위험한 낭떠러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려서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운전을 하면서, 그밖에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들은 어디가 목적인지도 모르는채, 그저 남에게 뒤쳐질수 없다는 일념으로 내달리는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것은 바로 옆에 있는데. 눈만 뜨면 눈앞에 화악 펼쳐져 있는데.

눈이 왔는지 밖이 훤해서, 새벽에 문득 눈이 떠졌습니다. 옆에서 깊이 잠든 민아엄마의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민아 방에 들려서, 어지럽게 걷어차 버린 이불을 덮어주고, 세상모르게 잠든 얼굴을 봅니다.

문득 이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한, 삶의 한자락을 봅니다.

2011년 11월, 부르스 트레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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