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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댄스 발표회

민아네 2024. 2. 12. 14:50

20080822

2008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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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민아 댄스학원에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의 발표회라는것이 늘 그렇듯이, 한국에서의 질서정연함과 긴장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월말에 부모들 앞에서 한달동안 배운 댄스를 하는 것으로 애들 사기를 올려주고, 학원은 학원대로 이렇게 애들이 댄스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선전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선전효과란 물론 다음달 등록을 유도하는게 최대 목표입니다. 너무 속 보이죠?

학원에서 학원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애들에게 다 제공해 입혔는데 앞면은 그런대로 디자인 된 학원 로고가 있어 괜찮지만 등짝에는 한가운데 난데없이 학원 전화번호가 떡 하니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위와같은 촌스러운 디자인의 티셔츠입니다. 한국 아이들이라면 절대! 네버! 입기는 커녕 쳐다보지도 않을 그런 비쥬얼의 티셔츠입니다. 아이들은 이 학원 전화번호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진 티셔츠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입고 다닙니다.

민아는 애들과 같이 재즈와 힙합을 추었는데 그나마 그 중에서 키가 제일 커서 그런지 엉성하게 하는데도 그런대로 자세가 나오더군요. 이 학원에 같이 다니는 민아 친구는 운동감각이 있고 춤을 좋아해서 어제 발표회때 보니 아주 흥겹게 리듬을 타고 잘 춥니다. 키가 작은데도 아주 몸매가 탄탄해서 아주 잘 하더군요.

민아가 다니던 댄스학원의 최근수업광경. 그토록 촌스러웠던 티셔츠 디자인은 세련되게 바뀌었다. 등에 새겨져있던 커다란 전화번호도 사라졌다.


언젠가 이녀석이 차 안에서 아빠한테 아빠 나 댄서 되고싶어! 라고 했는데 의외로 아빠가 그래! 우리딸 아주 잘 생각했다! 하면서 너무 좋아했다고 합니다. 옆자리의 와이프는 딸이 댄서가 되고싶다는데 잘생각했다고? 이양반이 의외로 오픈 마인드를 갖고있네? 라고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이의 아빠는 댄서라는 소리를 덴티스트(치과의사)로 잘못 알아듣고 좋아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댄서"라고 하면 보통은 불건전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게 현실이니, 부모입장에서는 자식이 댄서가 되겠다고 하면 선뜻 환영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위 학원의 댄스는 그런 댄스가 전혀 아닙니다.

학원 원장은 특이하게도 쌍둥이 아줌마입니다. 마켓팅을 의식해서인지 둘이 똑 같은 옷에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와서 얘기를 하더군요.

댄스하는 애들은, 내가 발표회 하는 애들을 본 느낌에는, 춤에 소질이 있어서 오는 애들, 성격이 수줍어서 그걸 고쳐보려고 오는 애들, 몸이 뚱뚱해서 운동삼아 오는 애들, 또 부모 극성에 오는 아주 어린애들 등입니다.

그러니까 댄스 발표회라 해서 테레비 연예프로의 백 댄서처럼 착착 손발이 맞는 그런 댄스가 아니라, 잘 하는 놈은 잘 하고 못 하는 놈은 찍찍 미끄러지고 좌향좌할때 우향우 하는, 그러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시시덕거리며 즐거워하는 지극히 캐나다식의 댄스 발표회였습니다.

p.s.) 올림픽을 보시면 아마 "캐나다식"이 어렴풋이 감이 잡히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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