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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역이민. 잡다한 이야기. 본문

민아네 소식

한국으로 역이민. 잡다한 이야기.

민아네 2023. 1. 16. 12:39

웨이드게이트 집이 팔렸다.

어쩌면 이럴수 있을까 싶게 안팔리던 집이었다.

5월에 집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준비를 해서 7월에 리스팅했던 집이 10월이 되어서야 팔린것이다.

집 팔기까지의 고생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구매자가 집을 보러오는 쇼잉 약속이 잡히면 그 전까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집 청소를 해놓아야한다.

그리고 약속된 쇼잉시간 30분동안 밖에 나가있어야 한다. 그러니 집주인과 집 보러 온 사람과는 마주칠 일이 없다.

집안에 낯선 사람이 들어온다. 리얼터와 같이 온다지만 혹시 모르니 집안의 귀중품을 큰 가방 하나, 작은가방 하나에 나누어 몰아놓고 나가있을때마다 차 트렁크에 싣고 가지고 다녔다.

 

청소란게 그렇다.

모든 마무리를 해놓고 현관문으로 향하다가 마지막으로 저것 하나만, 하면서 뒤돌아 들어와 이를테면 꽃병을 다른각도로 놓는다던지, 약간 삐뚤어진 액자를 바로잡는다던지, 반짝거리게 닦아놓은 수도꼭지의 조그만 얼룩을 잽싸게 닦는다던지 하는 짓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렇게 약속된 쇼잉시간 30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대부분 이미 집을 보고 돌아간 뒤지만, 간혹 무례하게도 30분을 훌쩍 넘겨서 이것저것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집안을 왔다갔다하는 사람의 실루엣을 보며 기다려야하니 우리로서는 큰 민폐다. 하지만 오퍼만 넣는다면야, 까짓 집 살펴보는것쯤이야 밤새도록 본다한들 어떠랴.

 

하지만 그렇게 약속된 시간을 넘겨서 꼼꼼하게 보고 돌아간 사람들은 오퍼를 넣지 않았다.

오퍼를 넣었다가 며칠후에 "모기지가 승인거절되어 구입할 수 없다"며 취소를 한 사람이 있었다. 모기지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마음이 변했을것이다. 그냥 한번 찔러봤을 수도있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실망을 안겨준 아주 괘씸한 인간이었다.

 

청소정도로는 집이 팔리지 않자 업자를 불러 오래된 부엌을 뜯어고쳤다. 수십년씩 된 가전제품을 모두 최신형으로 바꾸어 넣었다. 너구리가 뚫고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지붕 쏘핏을 다 고쳤다. 너구리가 다시 침입할까봐 집 열쇠를 넘기는 바로 전날까지 나름대로 고안해 만든 너구리 침입방지판을 매일밤 설치하고 아침에 걷어내는 일을 몇달동안 반복했다. 감시카메라도 설치했다. 너구리가 어찌나 극성을 떨었던지 내가 슬리퍼를 휘두르며 너구리를 쫒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녹화되기도 했다. 거기다가 스테이징 업자를 불러서 가구를 빌려 집을 꾸몄다. 돈이 뭉텅이로 깨졌다. 우리집은 일단 모델하우스처럼 보기좋게 변했다.

 

나중에 우리집은 어떤 조그만 인쇄소 사장 가족과 베트남 기러기가족 두 가족이 오퍼를 넣었다. 서로 우리집을 사겠다고 한 것이다. 덕분에 우리집 가격은 만불이 뛰었다. 우리집은 베트남 가족이 구입하게 되었다. 돈이 많은 사람인지 모기지 조건없이 구입하는 조건이었다.

 

어머니 잠드셨다.

참 힘들었다. 어머니가 요양원을 옮긴 후 전화통화하기도 힘들어졌었다. 어머니와 대화를 해 본지 몇달이 지났었다. 한국에 가 본 지 7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새로생긴 K-ETA라는 절차를 몰라 비행기를 거의 놓칠 뻔 했다. 15시간동안 비행기 안에 갇혀있다보니 발이 퉁퉁 부어올라 신발을 신을 수가 없었다. 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는 걸음이 자꾸 허공을 밟는듯 느껴졌다. 왠지 가기가 무섭고 싫었다. 하지만 늦가을 저녁무렵의 서울거리를 지나 어머니의 영전은 싫어도 내 눈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어머니 영전앞에 엎드려 이 말만 반복해 되뇌였다. 머리에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어머니 영전에 딸린 방에서 혼자 하루밤을 잤다. 그냥 어머니 옆에서 하루 같이 자고싶었다. 다음날이 발인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토론토로 돌아왔다.

 

이제 토론토에서의 23년 생활을 마무리 해야한다. 은행통장정리, 쎌폰정지, 인터넷 해약, 자동차 매각, 번호판 반납, 각종 공과금 처리, 한국에서 지낼 숙소, 비자, 수없이 많은 준비사항을 to-do-list 를 만들어 하나씩 지워나갔다. 어떤것은 일사천리로, 어떤것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답답하게 진행되었다. 대부분 큰 무리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집 잔금을 받고 미리 만들어놓은 한국 통장으로 이체를 했다. 한국통장이긴해도 캐나다 달러로 입금되는 외화통장이었다. 환전은 한국에 가서 해야한다.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기때문에 빨리 한국에 가서 환전을 하고 싶었다. 두달전에만 환전을 했어도 큰 돈을 더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환율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집이 팔리고 출국까지 며칠의 여유를 두었다. 혹시 집 매각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린이네 집에 사흘간 묵기로 했다. 세린네는 우리가 23년전 이민을 올 때 피어슨 공항에서 우리 가족을 픽업해준 고마운 가족이다. 그리고 캐나다를 떠나는 우리를, 우리 짐을 옮겨주느라 차 두대를 부부가 각자 운전하면서까지 역시 피어슨 공항까지 전송해주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터져나왔다. 민아엄마도 세린엄마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우리 개 루키는 케이지에 갇혀 비행기를 타는 이 무섭고도 생소한 경험에 공항 라운지가 떠나가라 울부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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