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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네 소식

냄새 그리고 소음

민아네 2023. 2. 7. 20:56

김포신도시는 넓고 안전하고 깨끗했다.
요즘 아파트 가격이 내려서인지는 몰라도 렌트도 저렴했다.
우리는 월세를 살기로 했다.

집을 보러 다녔다.
집주인이 있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집을 볼 수가 없었다.
잠을 자고있는 방에 불쑥 들어가 전등을 켜고 이것저것 들추어 보는것은 불가능했다.
혹은 어린 애를 안고 달래며 쩔쩔매는 아줌마를 옆에두고 차근히 집을 볼 수가 없었다.
아파트는 다들 평면이 같으니, 그저 전등이 들어오나 스위치만 올렸다 내렸다 할 뿐이었다.

"전세사기"라는 말이 뉴스를 타는 중이었다.
김포의 아파트 가격은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중이어서, 몇억씩 보증금을 부르는 전세는 불안했다.
우리는 될 수 있는대로 융자가 없는 집, 그리고 월세를 찾아다녔다.

월세 계약을 하는 날, 집주인 아줌마는 나를 보고 "부자되세요"라는 덕담을 했다.
아마도 우리를 캐나다에서 힘들게 살다가 돌아온, 말못할 딱한 사연을 가진 역이민자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 선의의 덕담을 곡해하여 발끈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다.
그저 "네, 감사합니다"라고 했을 뿐이었다.

이전 세입자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청소하는데만 몇 주가 걸렸던것은 고사하고라도 집안에서 나는 냄새가 정말 지독했다.
구린내같은 하수구 냄새와 무슨 화학 본드냄새같은, 두통이 생기는 그런 냄새.
아파트 관리실에 컴플레인을 하자 관리인은 "여기 근무하면서 냄새로 컴플레인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했다.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온 기사에게 냄새에 대해 물어보니 "우리집은 이것보다 훨-씬 심하게 난다"며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애당초 "외국에서 살다왔답시고 유난떠는" 그런 바보짓은 절대 하지말자고 다짐을 했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유난을 받아줄 사람이 있을리도 없거니와 그랬다가는 오히려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이 냄새가 실제로 어마무시하게 나는것인지, 아니면 우리만 유난히 괴롭게 느끼는것인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고, 하수구 냄새트랩을 사다가 설치하고, 벤틸레이터 필터를 청소하고, 초강력 탈취제를 사다가 두었다.

 

그렇게 몇 주 지나자 드디어 냄새는 거의 사라졌다. 아니면 우리의 코가 한국형으로 적응이 된 것인가. 아무튼 그토록 고통스러운 냄새가 거의 없어졌다는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집에서 800미터정도 걸어가면 이마트가 있다.
가는 길도 넓고 깨끗해서, 우리는 조그만 자루가 달린 쇼핑용 카트를 구입하여 끌고다닌다.
그런데 일단 이마트 안으로 들어가면 고통이 시작된다. 시끄러운 소음때문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마트 주제가를 비롯하여, 에스컬레이터에서 나오는 주의사항, 시끌벅적한 음악소리.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기에는 일분일초도 쉼없이 반복되는 짧은 길이의 음악이나 고객니임~~ 하는 기계음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혹시, 이렇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빨리 쇼핑을 마치고 나가게하는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마트 옆 거리에 가게들도 마찬가지. 길거리를 향해 놓은 스피커에서는 하루종일 시끄러운 음악이 뿜어져 나오고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는것 조차 꺼려질 정도.

지하철은 세계 최고라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깨끗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잘 되어있다. 한가지만 빼고는. 바로 소음이다.
안내방송이 왜 그렇게 많은지. 교통카드를 댈 때, 마스크를 쓰세요, 환승입니다, 다음역은 어디입니다, 이 역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사오니.. 마모나쿠 혼대입구, 혼대입구 에끼데스,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잘 살펴보시고.., 임산부를 배려해 주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양보를..., 발빠짐 주의, 환승역입니다, 여기에서 몇호선 어디방면으로 여행하시는 손님께서는, 게다가 음악소리. 이 소음이 너무나도 반복해서 들려오니 머리가 울려서 너무나도 힘들다.

이번역은 무슨 역입니다. 까지는 좋다. 그러나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잘 살펴.."가 시작되면 머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세상에 사람을 뭘로보고 웬 참견? 오지랖? 따뜻한 마음으로? 내 마음가짐까지 참견? 또 칠칠맞게 자기 물건을 열차에 두고 내리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가? 그 사람들이 저 멘트를 듣고 아차, 내 가방, 내 지갑, 내 우산 하면서 챙겨갈까? 그냥 모니터에 글로 보여주든지 아니면 생략하면 안되는지? 아니면 멘트를 하나로 줄이면 어떨까? "아 맞다!" 세글자로, 아니 이것도 길다. "아차!" 두글자, 혹은 아예 없애면 안될까?

반대로 의외로 사람들은 조용하다. 다들 말없이 쎌폰만 들여다보고 있거나 간혹 통화를 하더라도 소근소근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 매우 조심을 한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특히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매너가 참으로 좋다. 누가 "요즘 젊은것들" 이라는 말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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