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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혼잣말

민아네 2023. 7. 5. 11:16

20230704

한국사람은 늘 혼잣말을 한다는 내용의 재미난 개그를 보았는데, 리모컨을 찾으면서 "리모컨이~~ 어디있나~~ 아이고~~ 쏘파에도 없고~ 방에도 없고~어디로 갔나아~~ 아이고 요깃네~!!" 하고 가락까지 넣어 흥얼거리면서 리모컨을 찾는 과정을 끊임없이 생중계를 하는것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무언가를 찾을때면 늘 저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찾는것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캐나다에서 살며 느낀점은, 사람들이 좀처럼 혼잣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좀처럼이 아니라 혼잣말 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대신 둘이 있을 때 아무말 안하고 가만히 있는것을 도저히 못견뎌한다. 아마도 이 사람들에게 제일 심한 고문은 옆에 앉혀두고 한마디도 못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옛날에 회사사람과 잠시 카풀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조용히 가고싶은데 이 친구가 출근길 내내 떠벌거리는 바람에 무척 피곤했던적이 있다. 말을 하다하다 내가 응대를 잘 안해주니까 이번에는 라디오를 켜고 라디오 토크쇼나 뉴스에 나오는 화제를 가지고 또 떠드는 것이었다.

 

오늘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동네 은행에 찾아갔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번호표로는 내 앞에 사람이 몇명 안되었는데도 한없이 기다리는 듯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옛날에는 송금이나 입출금같은 간단한 일까지 은행에 찾아가서 해결했기에 은행안은 늘 사람으로 북적였지만,  요즘에는 그런 간단한 일은 키오스크나 온라인 뱅킹으로 다 처리 가능하게 되었기에, 직접 은행에 가서 창구직원을 마주하고 해결해야 하는 업무는 좀 더 복잡한 문의나 의논이 필요한 일일 것이리라. 때문에 사람마다 마치 창구직원과 미팅을 하듯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은행창구, 인터넷에서 퍼온사진.

나는 10시 반쯤 도착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30분이 흐르는 동안 겨우 번호 다섯명의 순번이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11시가 되자  텔러들이 교대로 점심식사를 하는지 저렇게 달려있는 안내 모니터에 "점심식사중" 이라는 안내문구가 나오고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우니 순번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욱 느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 뒤에 앉아있는 아줌마가 계속 혼잣말을 하는것이었다.

 

"아이고오~~ 저렇게 창구 직원이 많은데 순번이 당췌 줄어들지를 않네에~~"

"겨우 열한신데 밥먹으러 갔다고? 하이고오~~ 저래갖구서 워치케 일을 하는겨~~"

 

그러다가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어떤 젊은 남자가 안절부절하더니 번호표를 꾸깃꾸깃해서 휴지통에 버리고 휙 나가버렸다. 아마도 시간이 없어서 그냥 은행업무를 포기하고 가는 듯 했다.

 

내 뒤통수에서 아줌마의 혼자말이 이어졌다.

 

"허이고~~ 저 사람은 지다리다 못해 나가부럿네~~ 휴우~~"

 

덕분에 웃음을 참느라고 덜 지루하기는 했다. 좀 더 기다리니 드디어 내차례가 되어서 볼일을 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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