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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곱하기 8 은 23 본문

잡동사니 생각

3 곱하기 8 은 23

민아네 2015. 10. 27. 06:44

공자의 제자였던 안회(顔回)가 어느날 시장에 갔다가 포목점 상인과 손님이 시비를 벌이는 장면을 보았다. 손님이 석냥짜리 물건을 여덟개 사면서 23냥을 내자 상인은 3x8 =24, 즉 합계가 스물 넉냥이니 한 냥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손님은 계속 3x8=23 이라고 큰 소리로 우기는 것이었다. 안회가 손님에게 상인의 셈이 맞다고 말했더니 손님은 안회에게 버럭 성을 내면서 말했다.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공자님이라면 모를까."
 
안회가 발끈했다.
"좋소이다. 그러면 공자님에게 같이 가서 시시비비를 따져봅시다."
 
손님도 지지않고 말했다.
"내가 틀렸다면 내 목숨을 내놓겠소, 당신은 무엇을 걸겠소?"
 
안회가 기가 막혀 대답했다.
"당신이 맞고 내가 틀렸다면 내 관(冠)을 내 놓겠소."
 
두 사람은 공자를 찾아갔다. 공자는 두 사람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들은 다음 안회에게 말했다.
"3냥짜리 8개면 23냥이 맞느니라. 이 분이 맞고 네가 틀렸으니 이 분에게 너의 관을 내 드려라."
 
안회는 하는 수 없이 스승님의 말씀대로 관을 내어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던 안회가 나중에 공자에게 물었다.
"제가 아무리 계산을 해 보아도 3x8 은 24가 맞는데 어찌 스승님께서는 23이라 하셨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너의 말대로 3x8은 24가 맞다. 하지만 그 때 내가 그대로 판결을 했다면 그 사람은 목숨을 내 놓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잃은 것은 고작 관 하나가 아니더냐? 생각해 보거라,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느냐, 관 하나가 중요하느냐?"
 
안회는 크게 깨달아 공자를 더욱 공경하였다.
 
오래 전에 교회에서 행사가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퀴즈로 만들어 경쟁을 하는 순서였는데, 전에 퀴즈를 해 본 적이 있을 리가 없는 사람들이 진행을 하다보니 운영상 미숙한 점도 많고 실수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오히려 웃음의 계기가 되어 분위기는 더욱 편안하고 즐거웠다.
 
어떤 퀴즈 문제에 어떤 아주머니가 먼저 답을 말하고 상품을 받아갔는데, 어느 할머니 권사님이 급히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 답은 엄밀히 따지자면 오답이니 취소하고 내 답이 정답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권사님 말이 틀린 것도 아닌 것이 그 아주머니가 내놓은 답은 어찌보면 정답이고 어찌보면 오답인 그런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즉 의미는 동일하지만 단어는 다른 그런 상황.
 
그러나 어찌 주었던 상품을 다시 반납하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들 즐거운 분위기, 게다가 명백하게 틀린 상황도 아니라 사회자 목사님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 할머니 권사님은 그게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는데 왜들 자꾸 그냥 넘어갈려구 그래?"
"여기 봐봐, 성경책에 이렇게 나오잖아!!"
"그렇게 적당히 넘어갈려구 허믄 안돼지!!"
 
불타는 정의의 화신이 되어 끝까지 험악한 인상과 고성을 섞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었다. 기어코 그 할머니는 정확하고도 완벽한 답을 말하고 키친타올 몇 롤을 받아갔다.
 
"또보법"은 교회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남녀노소 인종 학력을 불문하고 어느 집단 모임 단체든지 일정비율의 또라이는 항상 존재한다는. 또라이를 배제해 버리면 또라이가 새로이 생성되어 항상 일정 비율을 유지한다는 그 또라이 보존의 법칙. 일명 진보법이라고도 한다. (진상 보존의 법칙)
 
굳이 거기에서 법조항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만 했는지, 공자님이 물어볼 것 같다. "너는 키친타올이 중요한가, 모든 사람의 즐거움이 중요한가?" 라고. 물론 그 할머니가 키친타올 몇 개 갖고갈 욕심으로 그러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 자신이 이렇게나 완벽한 정답을 알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못 참고 격노했을 것이다.
 
세상에는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부질없는 것을 가지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피곤한 유형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그냥 넘어가 주면 되는 일을, 세상의 정의는 혼자 다 지키려는 것 처럼, 진실을 파헤치는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처럼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런데 말입니다," 로 나오는 사람.
 
얼마 전에 있었던 우스운 일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나의 새 직장 얘기가 나왔다. 새 직장은 자동차로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 역 까지 가서 주차를 해 놓고, 지하철을 탄 후, 내려서 약 1키로 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다. 불편할 것 같지만 거리가 짧아 전혀 그렇지 않고 지하철도 붐비지 않아 거의 앉아 다닌다.
 
후배 "아유~~ 내가 전에 거기 가 봤는데 무지 오래 걷던데요?"
 
  "아니야, 겨우 1키로가 안되는 짧은 거리라 한 10분 정도 걸으면 돼, 아침운동도 되고 아주 좋아."
 
후배 "아니죠, 지하철에서 내려서 거기까지 걸어가는데 장난 아니던데."
 
나 "아니, 그렇지 않다니까? 운동되고 좋다니까?"
 
후배 "아니라니깐요? 겨울에 추우면 아주 개고생해요."
 
 "아 이 사람아 겨우 10분. 15분 걷는데 뭘 그래, 아침공기 마시고 운동되고 좋지"
 
후배 "에이 아침공기는 무슨, 다운타운이라 공기가 좋지도 않던데요 뭐"
 
 "....." (이 자식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녀석, 그냥 "아, 예예, 잘됐네요." 한마디면 될 것을. 밥값 안내고 사라져버릴까 잠깐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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