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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깨쳐먹은 사건 본문
2007년에 쓴 글.
옛날 신림동에 살던 시절 주변은 한참 개발이 시작되던 시기였고 군데 군데 닦아놓은 집터가 많았습니다.
이런 집터는 우리들의 좋은 놀이 공간이었지요. 어느날인가는 친구들과 닭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꼬맹이들끼리 우우 몰려서 깽깽이 뜀질을 하며 치고박는 그런 닭싸움이었습니다.
한참 닭싸움을 하다가 내가 어떤 친구를 툭 쳐서 넘어뜨렸는데 옆으로 철퍼덕 자빠진 그 친구가 갑자기 한 손목을 잡고 펄쩍 펄쩍 뛰며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손목이 부러지는 대형사고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그 녀석이 계속 비명을 지르면서 내 얼굴 앞에 다친(?)손을 들이 밀었는데 그 손에 뭔가 시커먼것이 잔뜩 있더군요. 엎어지면서 재수없게 똥을 짚었던 것입니다.
그녀석은 손목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아주 길길이 뛰더군요.
"으악~ 똥~ 똥~ 또오오아아악!!!!" 이렇게 비명을 지르면서 말입니다.
마침 우리집 앞이었는지라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 마당에 수돗가에서 씻겼는데, 세수비누는 못쓰게 하고 빨래비누를 사용하게 했지요. 그녀석은 국민학교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입니다. 아마 지금쯤 똥짚은 손의 손재주로 한 몫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도 사실 여기 이민을 와서 처음에 큰 공원에 갔을때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이 너무 좋아서 아예 그 위에서 뒹굴 뒹굴 굴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전 글에서 언급한 강아지똥 싸이즈의 루니(야생거위)똥 갈매기똥이 천지였습니다. 똥이 그정도니 오줌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그러니 공원에 가 보면 여기 사람들이 간이 의자를 하나씩 집요하게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입니다. 나도 지금은 잔디에 절대 그냥 앉지 않습니다. ㅎㅎ
또 한가지 사고친 기억으로는, 우리집 옥상에 깨진 거울조각을 놔둔것이 있었는데 이것을 형하고 아래로 투하하는 실험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형도 생각이 나나 모르겠네)
지금 생각하면 참 위험천만한 장난이었는데, 옥상 난간에 형제가 바싹 몸을 낮추고 목만 내밀고 있다가 거울조각을 떨어뜨린후 잽싸게 숨는 동작의 반복이었지요.
와장창~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다시 내려다 본 아래에는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습니다. 그게 또 재미가 있어서 또 던지고 또 던지고..
끔찍한 소리에 이웃집 아줌마가 나와보고는 어머니에게 알리는 바람에 실험은 곧 끝이 났지요. 대형사고였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별로 혼나지 않고 잘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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