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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고양이를 만나다

민아네 2011. 10. 20. 09:52


 


산책을 갔다가 새끼고양이를 만났다. 아주 애기는 아니고 사람으로 치면 어린애 정도 되어 보인다.

사실 이녀석과는 구면이다.

지난주에 산책을 갔다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을 보았었다. 호수가의 쉼터에 앉아서 고양이를 보고 손짓을 하자, 경계를 하면서 다가오더니 이내 다리에 뺨이며 몸을 비비는 애교를 부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쉼터에 다다라서 그때 고양이 안 오려나? 하고 혼잣말을 하며 앉는데, 거짓말같이 그녀석이 나타났다.

반가와서 이리와, 했더니 이번에는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 전혀 주저하는 기색 없이 후다닥 달려와 비비고 감아돌고 난리가 났다.

길고양이를 만지는 것은 여간 꺼려지는 일이 아니었으나, 집에 가자마자 손을 씻는것으로 타협을 하고 마음껏 쓰다듬어주었다.

이 고양이는 집이 있을까? 주인이 있는데 잠깐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집없이 떠도는 신세인가?

일단 카라(목띠?)가 없고 털이 부스스한데다가 발톱이 손질안되어 매우 날카로운것으로 봐서는 주인이 없는것 같지만, 또 사람에게 저토록 친근하게 구는것으로 봐서는 주인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이 없다면 공원을 떠돌며 가끔 오가는 행인들에게 먹을것을 얻어먹고 사는 가련한 신세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주면 열흘간 주인을 찾아주는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는 안락사 시켜버린다 하니 그 또한 못할 짓이다.

고양이는 아양을 떨며 가볍게 깨물거나 앞발을 휘젓는데 가볍게 긁혀 따갑다. 쓰다듬는 것 까지는 타협이 되지만 긁히는 것은 좀 찜찜하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강아지같이 한동안을 쫄레쫄레 따라온다. 집에 데려가 키울것도 아닌데, 이대로 따라오게 내버려 두다가는 큰길을 건넜다가 돌아가는 길에 행여 큰 일이라도 당할까봐 무섭다.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계속 따라오니 난감하다. 하는수 없이 가는길과 반대로, 찻길과 반대방향으로 한동안 걷다가 갑자기 휙 돌아서서 뛰니까 그제야 안 따라오고 저만치 오두카니 앉아서 보고 있다.

어쩌다 저런 신세가 되었는지 그 모습이 애처롭다. 부디 내 생각이 틀렸기를. 그리고 틀림없이 주인 몰래 가을바람 쐬려고 마실나온 고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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