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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천둥치던 밤

민아네 2011. 7. 27. 11:23

<새끼를 돌보는 루니(야생거위)들>



간밤에 천둥번개가 무섭게 내리쳤다.

새벽에 우르릉 쾅! 소리에 선잠을 깨어 화장실에 갔는데 또 한차례 호된 천둥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아예 집이 흔들거릴 정도다.

민아가 놀랬는지 자다말고 베게를 들고 방에서 후다닥 뛰쳐나왔다. 결국 민아엄마가 민아침대로 가서 같이 잤다.

열흘남짓 무더위가 계속된 후 모처럼 시원한 날씨가 찾아왔는데 온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우뢰와 장대같은 비는 덤으로 따라왔나보다. 바람과 비에 흔들리는 나무가지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창을 넘어 반갑게 들어온다.

나무와 풀의 향기를 머금고 함뿍 젖어 들어오는 바람은 노란 가로등 빛을 받아 번쩍이는 것 같다.

휴가라고는 하지만 어디 놀러간다는 의미가 아닌 바쁜 프로젝트 중에 휴식의 의미라, 요즘은 집에 있으면서 민아 학원 운전이나 장을 보러 가거나, 카쎈타에 가서 자동차 손을 보거나 한다.

장을 보러 갈 때에는 아무래도 불안한지 늘 민아가 따라붙는다. 내가 혼자 가면 꼭 필요하지도 않는 엉뚱한 물건이나 금지품목을 사오는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일종의 감시역인 셈이다.

어제는 캐네디언 마켓을, 오늘은 갤러리아 한국마켓을 갔다왔다. 오랜만에 고기구워먹자 하고 나는 스테이크용 고기만 집어들었는데 그게 다가 아닌가 보다.

민아가 쯧쯧쯧.. 하더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곁들여 먹는 샐러드감이나 그레이비, 그리고 버섯같은것을 주섬주섬 챙겨온다.

그리고 스스로 상을 주려는 듯 티셔츠 하나를 집어온다. (슈퍼스토어에는 반찬거리부터 잡화, 옷, 전자제품까지 다 있다.)

오늘 한국 마켓에서도 역시 금지품목을 헛갈렸는데 민아가 정리를 해 주었다. 우리집 금지품목이란 라면이나 설탕범벅 과자 등등을 말한다. 역시 예쁜 한국산 썬바이저(썬캡?)를 집어 스스로 상을 주었다. 물론 돈은 내 주머니에서.

사족:

내 차 싼타페가  요철을 지날때마다 털럭털럭 소리가 나서 여간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카쎈타에 가니 스트럿바 연결부분이 닳아서 유격이 생겼다 한다. 들여다보니 진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야 할 앞바퀴 스트럿바가 애들 젖니 흔들리듯 흔들거린다.

오늘 깔끔하게 다 교체하고 내친김에 엔진, 미션오일 다 갈고나니 잡음이 싹 사라졌다. 돈은 왕창 깨졌지만 캠핑을 줄줄이 앞두고 미리 정비하고 나니 마음이 가뿐하다.

이런일이 생기면 슬그머니 "그래도 아직은 일제차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일제차라고 이런 일이 안생기는게 아니다.

이전 차였던 닛산 맥시마도 동시대의 동급 차량에 비교하면 그다지 신뢰성있는 차는 아니였던 것 같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그 좋아보이던 혼다 오딧세이 밴을 갖고있는 친구도 문제가 많다 하고 심지어 벤츠 SUV 를 가진 사람도 잔고장때문에 다시는 벤츠 안산다는 사람도 있다. 미제차는 말할것도 없다.

단지 벤츠나 BMW, 렌드로버 같은 비싼 차들이 다른점이 있다면 A/S 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허나 자동차 값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고도 남는 일이다.

요즘들어 거리에 한국차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신호대기를 하면 거의 1/3이 한국차인 것 같다. 그만큼 신뢰성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겠다. 한국의 약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