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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세금이 안 아깝게 느껴질 때

민아네 2011. 7. 19. 09:28

너무 더워서, 있는 사진 중 시원한 사진을 골라 올립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캐나다 뉴 브런스윅 주의 멍튼이란 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 가족의 스토리입니다. 뉴 브런스윅 하고도 멍튼이라는 곳은 시골중의 시골이라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아들 둘이 있는 이 가족은 8년전인 2003년에 캐나다로 와서 지금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집 열네살짜리 막내는 2000년에 엄마가 운전하던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후 자폐와 간질증상으로 고생하다가, 휴양 및 유학으로 캐나다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캐나다에서 막내의 증상이 다소 호전되자 이민을 결심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지금까지 비자를 갱신해 가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캐나다에 이미 처가쪽의 식구들이 살고 있었나봅니다.

처가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같이 운영해왔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의료비가 무료입니다만 뉴 브런스윅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있군요.

사실 월급에서 반이나 떼어가는 세금을 생각하면 비싸도 한참 비싼 터이지만, 어쨌거나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아픈사람들 의료비를 부담해 주는 격입니다.

의료 써비스의 질에 있어서는 말들이 많지만 아무튼 그런 연유로 여기에서는 병원비때문에 집 기둥뿌리 뽑히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연방 이민국에서 난데없이 한달 남짓한 말미를 주고는 이 가족에게 영주권을 줄 수 없으니 당장 캐나다를 떠나라는 통지를 한 것입니다. 이유인즉슨 이 가족이 캐나다에 정착할 경우 주민들의 혈세로 지불되는 의료비가 엄청나게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견 덧셈 뺄셈의 숫자계산으로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자국민도 아닌데 남의 나라에 와서, 자국민도 지금 먹고살기 힘들어 하면서 낸 세금을 계속 그것도 엄청난 예산을 빼먹으니 얼마나 얄밉겠습니까?

그런데, 그 동네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돈 때문에 아픈 애를 내쫒는다니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신문사에는 연일 항의전화와 투고가 잇달았으며 여론이 들끓으니 국회의원들도 안 움직일 수가 없었겠지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연방정부에 구명운동을 한 결과 추방명령이 취소되고 특별영주권을 받게 되었답니다.

동안 낸 세금이 아깝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월급 명세서를 받았을 때 까지였지만 말입니다.


토론토는 대도시라, 게다가 나같은 이민자들이 대거 몰리는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참 삭막합니다.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잔뜩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십년전하고 또 다른데, 앞으로는 얼마나 삭막해질까요.

그런 와중에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안통하는 이웃을 위해 온 마을이 들고 일어났다니 감동을 좀 받았습니다. 역시 아직 시골인심은 죽지 않았다는 증거일까요?

아래는 이곳 한국신문에 난 관련 기사입니다.


자폐증을 안고 있는 막내아들의 치료비가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추방명령을 받았던 뉴브런스윅 주의 한인일가족이 정부의 선처에 따라 캐나다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뉴브런스윅 멍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맹태식(43), 장희은(42)씨 부부는 지난 5월31일 연방 이민부로부터 임시거주허가(temporary resident permits) 연장신청이 거부됐으며 6월30일까지 캐나다를 떠나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정주(19), 성주(14) 두 아들을 둔 맹씨 부부는 2003년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주, 2005년 부터 멍튼 메인스트리트에서 ‘오리엔탈 마켓’이란 이름의 편의점을 운영했다. 이주사유는 자폐증과 뇌전증(간질) 진단을 받은 막내아들의 치료에 캐나다 동부해안의 깨끗한 환경이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맹씨 부부의 바람대로 성주군의 증상은 호전됐고 큰아들 정주군은 현재 핼리팩스 달하우지대학교 1학년에 진학, 치과의사의 꿈을 키우는 등 캐나다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 중이었다. 맹씨 가족의 추방명령 소식이 알려지자 뉴브런스윅 지역신문에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주의원들은 체류신분 획득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등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맹씨 가족의 변호인 니콜 드럭만씨는 “연방보수당 로버트 고궨 하원의원 등이 도움을 약속했다”면서 “단순히 맹씨 가족만의 구제가 아니라 향후 이민제도의 변화까지 희망한다”고 전했다. 토론토한인사회에서도 연방정부를 상대로 맹씨 구명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연방 이민부 관계자는 9일 본보에 “공공보건 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사례에 대해선 체류에 제약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맹씨 가족에 대해서는 특별 영주권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민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의료비 초과 예상이 원인이 돼 영주권 신청이 불허된 비율은 전체의 0.2%였다. (김영주 기자 nicole@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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