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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민아 한국말

민아네 2011. 6. 5. 09:15

일전에 민아가 무지개를 무찌개로 알아듣고 부엌으로 간 사연을 소개했는데, 사실 유치원때 이민 온 애 치고는 민아는 한국말을 아주 잘 하는 편에 속한다.

내가 가만히 보니 초등학교나, 많이 봐서 중학교 저학년까지가 한국말의 경계인것 같은데, 즉 중학교 저학년 이전에 이민을 온 애들은 한국말을 잊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고등학교때 이민을 온 애들은 영어가 유창해도 한국말을 잊지는 않지만, 반대로 영어에 한국식 액센트가 따라붙는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태어나고 한국에 가 본 적이 없는 한국아이가 한국말을 마치 한국 본토 아이처럼 잘해서 놀란적이 있지만 그것은 극히 희귀한 경우라 하겠다.

민아 미술학원 선생은 어릴 때 이민온 1.5세인데, 한국말도 웬만큼 하지만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이라 학원 클라스는 영어로만 진행한다.

그런데 그 학원선생이 언젠가 민아보고 한글로 된 신문광고를 보여주며 너 이거 읽을 수 있니? 했더니, 민아가 한글을 줄줄 읽고나서는 또렷한 한국말로 "저 한국말 그렇게 못하지 않거든요?" 했더니 무지 감탄하며 놀라더라 한다. (나중에 "~거든요?" 라는 말은 싸가지 없게 들리니 친구 이외에는 쓰지 말라 했다. 민아도 물론 "싸가지"가 뭔지 잘 알고있다.)

어른들은 영어가 입에 붙지를 않아 고생인 반면에 애들은 영어가 익숙해지면서 한국말은 저 멀리 잊혀지게 마련이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애들에게 한국말을 지키게 하는것은 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형제자매가 있으면 자기들끼리 영어로 놀면서 한국말을 금새 잊어버리는데, 민아는 대화상대가 부모이니 아전인수격 해석이긴 해도 민아의 한국말 지키기에는 유리한 결과로 작용하는 셈이다.

대개 한국말을 못하는 애들이라도 대강 알아는 듣는다. 그래서 부모는 한국말로, 애들은 영어로 하는 집이 흔하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아도 집에서 대화할 때 약 30프로 정도는 영어를 섞어 쓰는 것 같다.

옛날에는 한국을 잊고 철저한 캐나다인이 되라는 취지로 집에서도 한국말을 못하게 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하는데 이제 더이상 그런 사람들은 없다.

"이 동네는 백인동네라 한국사람이 없어서 좋아요~" 이렇게 듣기에 민망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옛날에 실제로 흔했고 지금도 틀림없이 있을테지만 확실히 요즘은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옛날에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한국을 잊는다는 것은 자연적으로 태어나면서 가지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것과 같다.

큰 한국기업들이 여기에서 교포 자녀들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 정도가 되었으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다.

가끔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지고 안 가도 되는 군대를 자원하여 입대하는 젊은이들의 스토리가 기사화되어 나오는 것을 보는데, 그들에게는 보상으로 조국에서의 기회라는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2002년도 우리말 잘하기 대회에서]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 영어를 못하면 당황을 하는데, 여기 애들이 그렇다.

무슨 소린고 하니 어른을 만났을 때, 한국말을 못하면 굉장히 당황하면서 어쩔줄을 모르는데, 이것은 비단 한국말 뿐 아니라, 혹시나 한국식 예의범절을 몰라서 실수라도 할까봐 당황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한국애들이 어른들 만났을 때, 대개는 물어보는 말만 "예, 아니오" 로 대답만 하고 자리를 피해버리거나, 어떤 경우에는 그것도 자신이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로젓기만 할 뿐이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애들이 버릇없게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사실 애들이 착하고 순진해서 그런 것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것이다.

혹시라도 주변에 북미에서 오래 살다가 온 아이들이 있다면 이런 고충을 미리 이해해 준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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