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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전화 불통

민아네 2011. 11. 19. 11:03

글렌쉴드 트레일과 랑스타프에 있는 철길. Go-train이 지나가는 길.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해서 컴퓨터를 켜니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전화기를 들어보니 전화 자체가 완전히 먹통이다.

이곳의 전화 시장은 "벨 캐나다"가 꽉 잡고 있다. 거의 독점이다시피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지라 횡포가 장난이 아니다.

이 회사는 전화 고장신고를 24시간 받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돌리기에 24시간 고장신고를 받을까? 알고보면 간단하다. 밤시간에 전화를 받는 근무자는 사실 인도같은 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은 밤이지만 그곳은 낮이기 때문에 오밤중에 전화를 해도 이상없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들면 인도는 인건비가 싸고 사람들이 영어가 되는데다가 요즘은 국제전화라 해서 특별히 비용이 비싸게 드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장신고를 연중무휴 24시간 받는다 해서 수리도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신고를 받는 근무자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접수를 받고 신고번호를 부여한 다음 컴퓨터에 저장할 뿐이다.

게다가 금요일날 무슨 고장이 나서 써비스를 신청한다는 의미는 그 다음주나 돼야 써비스맨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연중무휴 써비스라는 선전은 하고있으며 완전 거짓말은 아니다. 써비스 맨이 주말에도 오긴 하니까. 누가 오느냐가 문제겠지만.

토요일날 오후에 온다던 써비스맨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다시 신고를 하여 닥달을 하니 일요일 오후에 써비스맨이 왔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척 보기에도 막 교육받고 나온 티가 줄줄 흘렀다. 게다가 복잡은 컨트롤 박스는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인입선만 체크해 준다고 한다. 신고할때 분명 외부 컨트롤 박스 문제라 했는데도 이 사람들은 그저 정해진 절차대로 일을 할 뿐이다.

집안 선에 이상이 있을 리가 없다. 집안 전화선 문제였다면 내가 벌써 손을 봤을 것이다. 게다가 집안 배선의 문제라면 집주인인 내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역시 예상대로 집안 선에 문제가 없는것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제 월요일이다. 전화/ 인터넷 없이 사흘이다. 나는 회사에 가면 인터넷을 실컷 볼 수 있기에 다행이지만 민아는
인터넷이 없으니 아주 답답해 죽을지경이다.

요즘 애들은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얘기하고 놀고 만날 약속을 잡는다. 그런 놀이터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답답할만도 하다. 민아 왈 무인도에 갇혀있는 기분이라 한다. 우리 동네도 시골같다고 답답해 하는 놈이 인터넷까지 끊겼으니 오죽 답답하랴.

주말에는 그동안 모아놓은 영화만 계속 보았다. 오래된 것들이지만 그래도 간만에 보니 재미도 있고 기억 안나거나 그냥 지나쳤던 새로운 부분도 있어 좋았다. 내가 이민자라 그런지 "크래쉬" 라는 영화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월요일 퇴근을 해 보니 덩치가 산만한 흑인 써비스맨이 외벽에 붙은 박스에 뭔가 수리를 하고 있다. 꼭 영화 "그린 마일"에 나오는 주인공 흑인을 닮았다. (마이클 던컨 클라크) 말하는 것도 묵직한 베이스로 느릿 느릿..

풍기는 포스를 보아하니 고수가 틀림없다 싶었는데 역시나 얼마 안 가 문제를 해결하고는 씩 웃으며 확인을 해 보라 한다.

옆 성당에서 지금 벌써 몇달째 공사중인데, 현관쪽으로 증축을 하고 넓은 주차장을 다시 포장하는 작업이다. 작업 진척을 봐서는 금년을 충분히 넘기고도 남지 싶다. 그 공사를 하는 와중에 전화선을 끊어먹은 모양이다. 하여간 공사장 먼지하며 소음하며 전화선까지 민폐를 보아하니 아마 다른 이웃들도 불평이 대단한 것 같다.

보통은 전화써비스가 끊긴것에 대해 당장 눈앞에 있는 써비스 맨에게 컴플레인을 하겠지만 써비스맨은 사실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 오히려 내 문제를 해결해 주러 온 사람이기에 이런저런 말도 붙이고 기술 좋다고 찬사를 마구 해 주었더니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사실 나를 포함한 기술자들이 일을 잘 하게 하려면 인정과 칭찬만큼 좋은게 없다. 이렇게 전화 끊긴지 정확히 사흘만에,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해결이 되었다.

회사 동료들에게 그 얘기를 하니 좀 뻥을 쳐서라도 보상을 받으란다. 전화를 못 받아서 피해가 막심하다 하면 전화비를 면제도 해 주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허나 그럴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것은 나이를 먹어서인가? 아니면 이민생활에 별 고생을 하지 않아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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