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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한국 프로젝트

민아네 2011. 11. 19. 11:08

미국이 불황으로 몇년째 죽을 쑤고 있으니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설설 기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아직까지도 잘 나가고 있는것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

반면에 캐나다는 이쪽 업계에서도 불황은 못 피하는지 이제 회사의 커다란 프로젝트는 점점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요즘 한국의 CJ(제일제당)이 발주하는 미국 아이오와의 공장 프로젝트가 입찰에 들어간다.

내가 있는 회사와 한국의 포스코와 연합하여 한 팀 그리고 나머지 두 팀은 삼성과 SK 건설이 각각 경쟁하는 3자 경쟁 구도다.

나는 설계부서라서, 자세한 입찰내용은 모르지만 요즘같이 일감 귀한 때에 귀중한 기회라, 다들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래서 한국 포스코에서 사람들이 이쪽으로 파견을 나왔다. 마침 같은 층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그 중 한명이 나와 삼성 입사동기로 아는 사람이다.

비록 야자 할 정도로 같은 동기친구는 아니고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한 반년정도 빠른 기수여서, 당시에는 그냥 동기로 치고 지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이제 부장으로 아래직원 둘을 데리고 파견근무를 왔으니 세상 참 좁다고나 할까.

이 바닥도 이제 한국업체들이 치고 올라와 북미업체들이 판치던 국제 시장에서 당당히 발을 들여놓고 같이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

규모면에서도 한국 업체가 뒤지지 않는데다가 일단 인력자원에 있어서 질이나 양이나 경쟁력이 있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북미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인건비는 한국업체가 북미업체보다 저렴하기는 해도 프로젝트 수주에는 좋은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인건비가 터무니 없이 싼 것도 아니다.

요즘의 신입사원 연봉이 구십년대 말 내가 한국 회사의 과장때 받았던 연봉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높을 정도라 하니 한국의 성장속도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이 맞을 듯 하다.

그에 반해 이곳은 십수년전이나 지금이나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은 똑같고 거리도 똑 같고 사람들도 똑 같아 보인다. 사람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고층건물 몇 개가 늘어났을 뿐이고 그나마 별로 티가 나지도 않는다.

모든것이 느릿느릿 만고강산도 십수년전과 똑 같고 며칠전에는 전화선이 끊겨 신고를 했더니 사흘이 지나서야 복구가 되는것도 옛날과 똑 같다. 

캐나다 달러가치가 올랐으면 물가도 내리거나 더디게 올라야 하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고 특히 기름값은 그때에 비해 세배나 올랐다.
 
옛날에 슈퍼가서 50불이면 카트하나에 가득 담던 그로서리도 이제는 깔짝만 해도 우리 딸랑 세식구 쇼핑이 기본 백불이 넘는다.

은행이자도 마이너스로 똑 같고 도데체 이 캐나다에서는 누가 돈을 벌어가는지 모르겠다. (이자율은 플러스지만 직불카드 관리비쪼로 뜯어가는것을 합치면 마이너스다.)

이 한국에서 온 동기님과 이런저런 얘기, 즉 누구 누구 알아요? 잘 있어요? 등등으로 시작되는 얘기를 하다가 얼마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 동기님께서 이곳의 연봉수준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해서 그 동기님이 무례하게 탁 까놓고 마구 질문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러나 참으로, 진짜 참으로 본인의 경력과 직위와 비슷한 사람은 이 회사에서 연봉이 얼마인가를 비교해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내가 다른사람 연봉을 알 리도 없고 맡은 업무도 다르니 그냥 짐작으로 말해 줄 뿐이었는데, 정말 한국에서는 부장정도 되고 사십 후반 되면 동급의 다른 이들과 수입을 비교하고 싶어 하는게 일반적인지 궁금하다.

이민을 오면 이민 올 당시의 한국적 정서가 스톱하여 그대로 박제화 된다 하는데, 이민 올 당시 나는 신참 과장으로 고만고만한 동기들과 야자트며 거의 친구처럼 지내던 기억이 나는지라 연봉 까봐야 거기서 거기, 궁금할 것도 없고 비교할 것도 없는데다가, 이곳에 온 이후로 연봉에 대해 캐묻는 것은 금기처럼 되어있는 이곳 분위기에 익숙해져 그런지 그런 얘기가 대단히 거북하고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사실 월급쟁이들은 연봉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생활수준이 대폭 다르지도 않거니와 게다가 이곳에서는 세금이 엄청나기 때문에 예를들면 부장이나 과장이나 사는것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월급으로 어느정도 돈을 모아 주식 투자를 해서 큰 돈을 만들었다던가 아예 부잣집 자식이든지 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고위임원이 아닌 평범한 월급쟁이가 월급 모아서 재벌 됐다는 소리는 여직 못들어봤다.

한국이나 여기나 임원으로 올라가야 뭔가 좀 차원이 다른 연봉을 받는 것이지 그 아래에서 많이 받네 적게 받네 해 봐야 웃기는 소리고, 한국이나 여기나 임원으로 올라가기는 군장성 진급과 맞먹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임원이 되면 다이나믹하게 책임도 권한도 연봉도 역시 스트레스도 많은 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또 자기가 가진 기술을 써먹는 현재 일에 만족하며 은퇴할 때 까지 계속 그 일 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렇게 사는 환경도 다르고, 회사 정책도 체계도 완전 다르고 복지도 다르고 먹고사는 환경도 완전 다른 이곳을 한국과 비교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이민오기 전에 한국이 좋아요? 캐나다가 좋아요? 이런 질문을 수없이 했던 것을 보면 나도 빼도 박도 못하는 토종 한국사람임은 틀림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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