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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멀고 먼 회사생활 종착역

민아네 2011. 11. 19. 11:19


한국에서 온 동기와 얘기를 해 보니 한국 회사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대학 선배는 지금 상무진급을 코앞에 두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있다 한다.

그 선배는 학창시절 ROTC 교육 받을 때 우리를 엄청 갈구던 학군단 선배였는데 그 선배가 다른 회사에 갔다 다시 삼성으로 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입사동기로 만나 같이 부대끼며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리 동기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을까는 안봐도 비디오겠다.

동기인데 선배고 선배면서 동기라, 가끔 발칙한 농담과 장난을 해도 잘 받아주고 잘 지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만나도 내 뒷통수를 한대 팍 치면서 잘있었냐고 할 것 같은데 그런 양반이 상무진급을 앞두고 있다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러나 한국 회사의 정년퇴직이 55세 내외인것을 감안하면 상무 진급에 성공한다 해도 이제 남은 회사생활이 몇년이나 되겠나 생각해 보니 좀 허무하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연배 혹은 불과 몇 년 위의 연배인 회사원의 경우에 이제 슬슬 정년퇴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초짜 과장일때 이민을 와서 그 때의 유치한 사고방식 그대로이지만 만약 내가 한국에 가서 입사동기 친구들을 만났을 때 만에 하나라도 그의 부하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뒷통수라도 치며 야자 했다가는 큰 실수가 될 것이다.

한 친구는 모교를 찾아갔다가 교수를 하는 친구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다짜고짜 반갑다 이자식아 너같이 공부 못하던 놈이 어찌 교수가 되었나? 하고 농담을 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싸- 해져서 곤혹스러웠다 한다. 그자리에
마침 그의 제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년전에 한국에 갔을 때 삼성에 들렀다가 입사동기들을 만나 사무실 회의 탁자에 앉아 너 이렇게 놀면서 어찌 월급받나? 하는 농담을 하며 떠드니 지나가는 직원들이 자기 부장에게 너라 칭하며 놀리는것을 보고 킥킥 웃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옛날 별명인 "물방개"라 마구 불렀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나는 회사 다니면서 아직 은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다. 왜냐하면 이곳의 공식 은퇴연령은 65세인데다가, 이후에도 회사가 원하고 내가 원하면 계속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멀고도 먼 길이 펼쳐져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의 은퇴는 말 그대로 정년퇴직이 아닌 은퇴인 셈이다.

그러니 한국의 정년퇴직 제도는 은퇴연금 지급시기까지 너무나 긴 간극이 있기에 좀 비정상적인 셈이다. 하물며 요즘같이 환갑은 노인축에도 못 끼는 시대에는 더 심할 것이다.

중간에 타의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지난번 회사에서도 그랬고, 이 회사에도 은퇴 연령을 넘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다. 지난번 회사에서는 칠십 넘은 할배가 있었는데 구닥다리 실력으로 그나마 잘 해 나가고 있었다. 집이 회사 지척이라, 새벽같이 와서 일하다가 집에가서 점심밥 잡숫고 낮잠도 한숨 주무시고 다시 사무실에 와서 일하다 집에 잠깐 갔다오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소식을 물으니 아직도 일하고 있다 한다. 지금쯤 연세가 칠십 중반정도 되었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은퇴하여 연금과 저축을 합치면 여유있는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며 사람들은 은퇴 후 삶을 기다린다.

그러나 막상 은퇴할 연령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은퇴 후 갑자기 변화된 환경과 넘치는 시간에 적응을 못하고 건강을 잃거나 심지어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를 실제 보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은퇴 연금을 늦게 받을 수록 받는 금액이 커진다는 이유도 있다. 당연히 회사일을 하면 월급이 나오니 은퇴를 했으면 없었을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허나 일주일 내내 이전과 같이 회사에 묶여있다는 것은 좀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은퇴를 하면 계속 일을 하되 일하는 시간을 좀 줄이려 한다. 한 주에 3일-4일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쉬는 방식을 선호한다. 물론 회사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긴 하다.

나도 그런 생활을 기대한다. 그 때 가 봐야 알겠지만 한 주에 3일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여유시간을 갖는 생활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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