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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한국 방문계획

민아네 2011. 11. 19. 11:05

세월은 잘도 지나간다.

한국을 떠나 이곳에 온 지도 십수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유치원생 민아는 벌써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고
나는 새 일터로 옮긴지 벌써 삼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곳에 집을 사서 이사 온 지도 꽉 채운 팔년이 지났고 민아가 대학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한 번은 이사를 해야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똑 같은 차라리 지겹도록 평온한 이곳에서 이사를 간다는 것은 또 한번의 작지않은 변화겠다.

민아는 대학을 가면 일년이라도 도미토리(기숙사) 생활을 꼭 하고 싶다한다. 집에서 통학이 우선이요 기숙사나 하숙은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 차지인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대개 아이들이 일학년때 만이라도 기숙사나 학교앞에서 하숙을 한다.

첫째 이유는 통학을 할 경우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는 고등학교도 대학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따라 강의실을 옮겨다니는 수업을 하기에 한국처럼 온종일 같은 급우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친구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그냥 몇몇 마음통하는 애들과 몰려다니며 어울릴 뿐이다.

그래도 고등학교까지는 아이들이 거진 한동네 살기 때문에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아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에서는 아무리 같은 과 학생들이라도 친밀한 친구가 되기는 쉽지가 않다.

게다가 한국의 대학처럼 "우리학교" "우리 과" 같은 소속감이란게 희박한 이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숙사나 하숙에서 같이 지내며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두번째는 여기 대학이라는 것이 웬만큼 조건이 되면 일단 합격을 시키고, 그 다음에 애들을 공부로 말 그대로 "족쳐서" 제풀에 나가떨어지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불편한 이곳에서 통학하느라 시간들고 피곤하면 그만큼 공부에 있어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민아는 씽글차일드라, 우리 부부의 다소 과도한 주시를 받고 있다는것을 부정할 수 없다. 친구끼리 놀러나가면 조금만 늦어도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고,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떻게 노는지 상세하게 보고를 해야하고, 나들이를 갔다 온 다음에는 또 반복되는 질문에 시달려야 한다.

나는 그것을 대화라 생각하지만 민아 입장에서는 간섭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민아의 친구중에는 부모가 비즈니스 때문에 다른 도시에 살기에 아이 혼자 하숙을 하며 지내는 친구도 있고, 부모의 아무런 재정적 지원 없이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물론 부자 부모를 두어 고등학생 주제에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아이도 있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갖고 싶은것 다 가지면서 지내는 친구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모의 지원이 많을수록 부모의 관심 내지는 간섭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민아처럼 씽글차일드의 경우는 그렇다.

민아의 기숙사 문제로 한가지 절충안을 만들었는데, 민아가 대학을 가면 그 학교 앞으로 이사를 가서, 민아의 친한 친구 몇을 하숙을 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민아가 집에서 나가 사는 불안감도 해소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해결방안이긴 한데 민아가 제발 그것만은 참아달라 해서 기각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농담으로 한 제안이었지만 일단 민아의 나가서 살고 싶은 의지는 확인을 하였다.

여기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어른 취급을 하는 분위기라, 애들 사이에서도 부모를 떠나 사는것을 부러워하는 대충 그런 분위기다. 예를들면 민아 친구 누군가가 맥도날드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치아교정을 했다는데 민아 패거리 애들이 은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옛날처럼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가며 대학을 마친다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장학금이나 파트타임 일을 해서 부담을 줄일지언정 부모의 지원이 없이는 혼자힘으로 졸업을 하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부모의 지원이 없는 아이들은 정부에서 주는 저리 학자금 융자를 받는다.

그렇게 졸업해 봐야 취직 또한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빚을 못 갚으면 일부 탕감해주기도 하지만 여간 어렵지 않는 한 거의 악착같이 받아내는 분위기다. 요즘같이 애들이 취업하기 힘든 때 몇만불이라는 빚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대단히 가혹한 짐이다.

그래서 민아는 교사자격을 갖도록 권하고 있다. 4년제 대학과정과 복수전공 그리고 정해진 교육학 과목을 이수하면 선생자격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선생 자리 얻는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교사(공무원)만큼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는 없는 것 같다.

대개 파인아트(순수미술)을 전공하여 컴퓨터 실력이 꽝인 - 거의 컴맹들인 - 현재의 미술선생들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 아트를 잘 할 줄 안다면 큰 경쟁력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민아도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어 한다. 만약 선생자리 나기를 기다리다 지치면 하다못해 미술학원을 열어도 선생자격이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애초에 민아가 대학을 가면 일년 휴학을 시키고 한국에 보내리라 마음을 먹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대학에 따라서 입학 하자마자 휴학이 가능한 곳도 있고 그렇지않은 곳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휴학이 가능한 곳도 신청한다고 무조건 다 되는것이 아니라 신청을 하고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신입생의 등록금이라는 짭짤한 수익을 일년 유보해야하기에 그런 것이리라. 모처럼 고심해서 "공부 잘 따라오고" "돈 잘 낼것 같은" 애들을 뽑아 놓았더니 일년 유보라? 나같아도 별로 반갑지 않을 것 같다. 그럴거면 차라리 이듬해 지원을 하지 왜 하필 지원해놓고 휴학을 해서 힘을 빼느냐 이런 논리겠다.

그렇다고 대학을 휴학이 가능하냐 아니냐로 대학을 판단하여 지원을 한다는 것도 우습고 일단 지원하는 대학이 휴학이 가능하길 바랄 뿐이다.

민아 대학은 내년 5월쯤이면 당락이 결정될 것이다. 이어서 졸업파티와 졸업식 그리고 6,7,8월 세달간의 방학에 들어간다. 나도 휴가를 아껴서 최소한 5주 이상은 한국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민아엄마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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