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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게 익숙한 아이들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매맞는게 익숙한 아이들

민아네 2024. 2. 26. 15:31

2008년 3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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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중에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을 받은 집이 있습니다. 중학교 일이학년 정도 되었고 부모가 극성인지 하여간 애만 달랑 토론토로 유학을 보낸 것입니다.

 

속사정은 생략을 하고, 이녀석이 토론토에 와서 유학생활을 하는데, 처음에 학교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캐나다 학교는 도통 "때리지를 않는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녀석 주장을 들어보면 한국의 학교에서는 숙제건 공부건 간에 선생이 매타작을 하니 어지간해서는 공부를 안하고 배겨날 수가 없는데 여기서는 도데체가 매를 맞지 않으니 긴장감이 떨어져 공부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까마귀옷이라 불리우는 교복을 입고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은 그야말로 무림천하라 불리워도 좋을만큼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였던지라, 아이들의 훈육도구로서의 몽둥이 찜질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고, 어느 선생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어떻게 엽기적인 방법으로 애들을 때렸는지가 화제가 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중에 스승으로서 사명을 다하신 선생님도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지금와서 생각하면 유감스럽게도 교사라는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학생을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 했으며, 그 지배에 대한 수단으로 물리적, 언어적 폭력과 폭행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그 지배의 수단으로 '정신봉'이라 쓰여진 굵은 몽둥이는 기본이고, 대걸레자루나 등나무가 휘어 올라간 꽈배기 몽둥이, 슬리퍼, 책상에서 떨어진 널판지, 청테이프를 감은 각목, 심지어 망치까지 동원하여 학생들을 폭행하는 교사들도 있었습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장면.

 

그런 분들의 언행 역시 거칠기 짝이없어서 일부 젊은 선생들은 "X새끼" "쪽팔려" "개기는거냐?" "X팔" 등등 욕설이 난무했고 나이든 선생이나 여선생들은 노골적인 욕설대신 인간 존엄성에 상처를 주는 빈정거림과 야유를 자주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 중에 생각나는 가장 최악은 학생들 무리에서 권력을 가진 반장에게 "폭력권"을 수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반장에게 규율을 명목으로 떠든놈들을 색출하여 빠따를 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던 것입니다. 철없는 반장녀석은 완장하나 찼다고 우쭐해서 떠든 동급생들을 불러내어 공인된 몽둥이질을 했는데 이런 짓을 벌인 선생이 애들보다 더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나도 그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요. 단지 몽둥이만이 무서웠을 뿐.

 

그러나 그것은 벌써 수십년이 지나가버린 옛날 일인데, 이 유학생 녀석의 증언을 들어보면 지금도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수년전 인터넷 동영상 유튜브에 한국에서 남선생이 여학생을 풀스윙으로 가격하는 장면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이런 폭력에 애들도 길들여져 간다는게 참으로 충격이었습니다.

 

다른 초등학교 유학생 여자애는 얼굴에 희미한 흉터가 길게 있습니다만 뭐 큰 흉터이긴 해도 언듯 보면 모를정도로 자국이 흐려서 보일락 말락 합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이것때문에 학교에서 애들에게 왕따를 당해 고민을 하다못해 유학을 온 것이라는군요.

 

그런 장애도 아닌 희미한 상처가 왕따의 이유가 될 정도면 장애를 갖고 있거나 인종이 다르거나 해서 생김새가 다르게 생긴 애들은 얼마나 고난을 받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폭력에 길들여진 애들이 자연스럽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매맞으면서 배웠던 선생들이 선생이 되어서 또 똑같은 폭력을 행사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옛날에는 캐나다 학교에서도 몽둥이로 애들을 때리는 체벌이 있었다. 영어로는 corporal punishment 라고 부른다.

 

매를 때려서 엇나가던 애들이 바로 잡힌다면 그냥 말로 설득이나 야단을 쳐서 교정되지 못하고 빗나간 애들이 인생을 망치는 것 보다 낫지 않겠느냐라고 하지만 이것은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오죽 능력이 없으면 말이나 조치로 애들을 선도 못하고 폭력을 써야 합니까? 물론 말이야 쉽지 하는 선생들이 있겠지만 그게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선생 직업을 택하지를 말았어야 합니다. 최소한 폭력을 쓰는것을 부끄러워 할 줄은 알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하물며 욕설이나 언어폭력등은 참 언급하기 조차 민망한 일이지요.

 

무조건 애들에게 손을 안대는게 능사가 아니겠지만 만약 애들에게 폭력을 가해서 얻는 순기능보다 그 폐해가 막심하다면 당장 금지해야 하는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 글을 썼던 2008년과 2024년 지금의 교육현장은 큰 차이가 있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