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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 아주머니의 외로웠던 인생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마샤 아주머니의 외로웠던 인생

민아네 2024. 2. 26. 16:49

2009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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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다운타운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가지고 세를 주는 랜드로드입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같이 콘크리트 빌딩으로 된 아파트도 있지만 가정집을 개조해 세를 주는 집도 아파트라고 부르고, 세를 주는 개인 가정집 지하도 아파트라고 부릅니다. 이 분은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다운타운에 하우스를 구입하여 월세 전용으로 만들어 임대를 하는 분입니다.

 

얼마전 모임이 있어 만난 자리에서 세들어 살던 아주머니 한 분의 스토리를 전해주었습니다.


마샤 아주머니는 60대 초중반정도로 보이는 백인 아주머니였습니다. 집 2층 방 하나에 혼자 세들어 살던 마샤 아주머니는 다운타운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캐나다의 제법 유명한 은행에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혼자사는 그녀는 엄청난 비만인데다가 흡연자였고, 냉장고에는 먹어서는 안될 패스트푸드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건강이 안좋아서, 계단을 다니려면 난간벽에 등을 대고 양 손을 옆으로 난간을 단단히 잡고 옆걸음으로 힘겹게 오르내려야 하는 형편이어서, 그 바람에 계단벽이 새까매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월세를 한번도 밀려본 적이 없으며, 약속도 어긴적이 한번도 없을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너무나 싫어했다 합니다.

다운타운의 오래된 주택가.

 

어느날, 그녀로부터 집주인 양반에게 연락이 와서 2층을 오르내리기 너무 힘이들어 이사를 가야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이사를 하게되면 여러가지 정산이나 집 상태확인 등등 할 일이 있기에 만날 약속을 하였는데, 만나기로 한 날 새벽에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한 이는 병원 간호사였는데, 그 아주머니가 새벽에 응급실에 들어왔으며, 환자가 부탁을 하여 대신 전화를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답게 그 위중한 와중에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그날 집주인과의 만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온 것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대책없이 흘렀는데, 집주인 양반이 답답해 하던 차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녀는 전화통에다 대고 "Too bad, too bad.." 하면서 목놓아 울었다 합니다. 그리고, 집주인 양반이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전에 전화를 툭 끊어버렸고, 그로부터 이틀 후 집주인 양반은 병원으로부터 그녀가 고인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집주인 양반이 수소문을 해서, 머나먼 도시에 사는 양아들과 연락이 닿았고, 또한 서너시간 거리에 사는 그녀의 오빠와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약간의 일처리 착오가 있기는 했지만, 고인의 짐정리 같은 부분이 마무리 되었고, 집주인 양반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합니다.

 

그녀가 오빠나 양아들이 있는데도 왜 그리 외로운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에게 피해도 간섭도 거부하는 서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과한 나만의 짐작일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병원 응급실에 누워 신세한탄을 할 사람이 고작 세들어 살던 집의 집주인이라면, 아마 내가 그 입장이었더라도 눈물이 절로 나왔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얼굴도 모르는 마샤 아주머니가 너무 불쌍하여 모였던 일동은 전부 숙연해졌습니다.

 

캐나다 글로벌뉴스의 고독한 노인에 관한 특집기사.

 

아무리 복지가 잘 되어있는 사회라 하더라도, 어차피 인간의 외로움은 해결할 수가 없으며,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어우러져 살아가는것이 복닥거리고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고 혼자 살아간다 하면 인간이란 결국 외롭고 불쌍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