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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물같은 인생

민아네 2012. 5. 25. 07:22

 

어린시절 십년이란 실로 아득한 시간이었다.

국민학생이 십년 연상의 대학생을 볼 때 느끼는 감정과 지금의 십년 연배차이의 지인들을 볼 때 느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마치 급격히 상승하던 그래프가 서서히 기울어 완만해 지면서 이제 거의 수평을 향해 가는듯 하다.

둔해진 시간의 감각으로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별 큰 차이를 못 느끼며 살다가, 누군가가 십년전을 아득한 옛날로 묘사한 글과 사진을 보면 소스라치게 낯선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일까. 아니, 시간의 속도는 옛부터 같았거니와 시간을 인지하는 감각이 둔해졌을 것이다.

 

매일 똑 같이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시간에 둔감해진 것일까. 먹고 사는 일은 그만큼 지겹다. 지겹다는 것은 지루하다는 말이겠다. 즉 같은 일이 같은 시간의 간격을 두고 똑 같이 일어날 때 사람은 지겨움을 느낀다. 어느 작가가 '밥벌이의 지겨움'을 글로 논했듯이 밥벌이만큼 매일 똑 같은 일이 반복되는게 있을까?

 

똑 같은 반복의 세월속에 지금 내가 있는 시점이 오늘인지 어제인지 혹은 내일인지도 헛갈린다. 아마 내로라 하는 부자들도 이 지겨움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것 재미난 것 짜릿한 것도 반복해서 즐기다 보면 지겨울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서 돈이 많아 밥벌이에 매인 몸이 아니라 해도 즐거움을 찾아 헤메다 보면 지겹기는 매한가지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매일같이 비싼 음식을 먹고 화려한 여행을 가고 멋진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것 자체보다는 그 경험을 다른이에게 말할때 더 쾌감을 느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허나 긴 인생행로에서 사람들이 공통으로 내리는 결론은 인생은 짧다는 것이다.

지겹게 인생을 산 사람도, 평생 먹고살기 위해 바쁘게 돌아치며 산 소동파 같은 사람도, 쾌락을 위해 온갖 진귀한 것을 다 경험한 부자들도, 모두의 인생은 물 흐르듯 흐른다.

 

그러니, 너무 지겹지 않으려 몸부림 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물과 같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上善若水) 했으니 흘러가는 인생, 빠르나 느리나 물같이 흘러가는것이 좋지 아니하겠는가?

 

古人今人若流水(고인금인약류수) 사람은 언제나 물처럼 흘러가도
共看明月皆如此(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은 모든 것 다 보았으리
惟願當歌對酒時(유원당가대주시) 내가 노래하며 잔을 들 때에
月光長照金樽裏(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오래도록 잔을 비춰라

 

李白(이백), 對酒問月(대주문월 -술을 대하고 달에게 묻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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