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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은 그만! 본문
2005년에 쓴 글
금요일날 회사 근처 식당에서 회사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안에 켜져 있던 테레비에서 코리아.. 어쩌구 하는 소리에 눈을 돌려 화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CBC 뉴스 화면속에는 폐쇄회로에 찍힌 한국의 지하철 역이 있었는데 열차가 막 도착해서 사람들이 타고 막 떠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줌마가 유모차를 끌고 급하게 뛰어오더니 열차문이 닫히려는 순간에 유모차를 밀어넣는 것입니다. 유모차는 열차 문에 끼어버렸는데 기관사가 몰랐는지 그대로 열차가 출발합니다.
옆에 있던 남자가 잽싸게 유모차에서 애기를 안아서 꺼냈는데 다급해진 애 엄마가 유모차를 꺼내려고 발을 끼웠는지 열차가 가면서 애 엄마가 땅에 넘어져서 질질끌려갑니다. 사람들이 소리치면서 열차를 두드리고 달려가는게 보이고 열차는 다행히 곧 멈춥니다.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이 오마이 갓을 연발하면서 열심히 봅니다. 어떻게 열차가 출발하는 순간에, 애 엄마가 자신의 애기가 탄 유모차를 밀어넣을 수 있는지에 일차 경악을 하고 기관사가 사람이 다 탔는지 안전확인도 안하고 출발하는데 놀랍니다. 나도 굉장히 놀랬는데 어떻게 애 엄마가 저럴수가 있는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민오기 전에 유치원 애들이 잠을자던 여름캠프 컨테이너 막사에서 불이 나 수십명의 어린 생명들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와이프도 그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철철 흘렸고 와이프 뿐만 아니라 한국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와 했습니다. (1999년 6월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마후 퇴근길에서 본 광경은, 애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면서 자신은 보도에 서 있고 유모차는 차도에 걸쳐놓고 옆사람과 한가롭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동네는 고가도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먼지구덩이 공사장에서 칼처럼 날카로운 용접하고 남은 철판들과 철근이 위험하게 솟아있는 깨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를 누비면서 노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은, 잘해야 한 다섯살 먹은 놈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무너지듯이 달려 내려오는데, 그 언덕길은 인도도 없이 트럭 뻐스등 대형차들이 쏜살같이 달리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내가 잡아서 멈추었지만 애 부모가 누군지 참 한심했습니다.
동네 놀이방에서 애들을 픽업해주는 봉고차가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일곱살짜리 애를 치어죽인 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 뉴스를 보면서 철철 흘리던 눈물은 다 어디 갔을까요? 설마 그 눈물은 슬픈 연속극을 보면서 상상으로 나 자신을 그 주인공에 대입하며 쏟는 그런 싸구려 눈물은 아니었을까요?
한국에서 안전에 신경을 쓴다는것은 "좀스러운 일, 째째한 일, 혹은 먹고 사는것도 바쁜데 그런것까지 신경쓸 수 없는 일"로 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일은 제일 먼저 고쳐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에 이민온 후로 캐나다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어떤것은 한국이 우수한것도 있고, 어떤것은 캐나다가 좋은것도 있습니다. 그 중에 캐나다에서 제일 좋은것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애들에 대한 관심과 안전" 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게 애들과 관련된 일이었다면, 어떠한 이유와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여기 한인사회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국에서 이혼을 하고 애를 둘 데리고 온 아줌마가 있었는데,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불법체류를 하면서 식당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아줌마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의 전 남편이 한국에서 와서 그 아줌마를 애들 앞에서 살해한 것입니다. 그는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고 지금 체포되어 구금중에 있지요.
그런에 문제는 애들인데, 애들 국적은 한국이고 캐나다에 합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신분이 아닙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조부모(친가쪽)가 와서, 애들을 자신들이 키우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당국에서는 애들을 안 내줍니다. 심지어 조무보들과 면회도 못하게 합니다. 아무리 친권자라 하더라도 애들이 안전하게 자랄수 있는 환경임을 입증해야만 아이들을 인도하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만약을 위해서 캐나다 가정에 입양을 시키는 방향을 검토중에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사건이 한인사회에 큰 이슈가 되어 있습니다. 신문보도에는 벌써 몇몇 한인 가정(시민권자)에서 애들을 입양하겠다고 신청을 했다는데 또 입양이 원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 입양절차가 엄청나게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 기사를 보고 역시 뭔가 다르긴 다르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정서에는 그래도 핏줄이 키우는게 낫지 않겠냐? 겠지만 여기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핏줄이라도, 부모라도 애 한테 학대를 한다거나 뭔가 잘못하면 가차
없이 애들 빼앗깁니다.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아는분 집에 갔다가 애가 하나 없어지는 바람에 난리법석을 피운일이 있었는데, 경찰에 전화를 하자마자 몇 분 안지나서 그 동네가 경찰차로 뒤덮힐 정도로 많이 출동하더군요. 한블럭을 채 못가서 경찰차를 만나고 또 한블럭 가서 또 볼 정도였으니까요.
수년전에는 토론토의 애들 놀이터 전체를 다 뜯어내고 새로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놀이터도 내 시각에서는 안전에 엄청 신경을 쓴 것입니다. 놀이터 규정이 얼마나 엄격한지, 애들 나이에 따라서 놀이터 바닥에 까는 재질도 정해져 있습니다. 철재로 된 놀이터도 전부 연질 플라스틱으로 코팅이 되어있어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멀쩡한 놀이터를 다 뜯어내고 새로 한다니 참 세금 쓸 데가 없어 저 짓을 하고 있나 라는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애들에 관한한 관용이 용납 안되는 이곳 풍토에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놀이터의 "멍키볼" (수평으로 되어 있는 사다리 모양으로 두 팔로 매달려서 노는 곳)이 위험하다고 다 철거해야 한다고 한참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놀이터, 그것도 놀이터의 일부 시설이 애들에게 위험하다고 열을 내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아마 사람들이 저 사람 이상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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