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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낭만이란.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대자연의 낭만이란.

민아네 2025. 7. 18. 17:43

2006년 2월에 쓴 글.

 

내일부터 민아 봄방학(march break) 기간이라 일주일 휴가를 냈습니다. 올해는 휴가가 5주간이나 되기 때문에 여유있게 휴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작년에 사용하지 않은 1주일 + 정기휴가 4주) 민아엄마는 출근하기 때문에 민아를 데리고 어디 과학관이나 박물관 혹은 쇼핑을 다니려고 합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차 안에는 제법 덥더라구요. 이번 겨울은 알게 모르게 수월하게 지나가 버린 것 같은데 아직 방심하기는 이릅니다. 4월까지도 눈이 오는게 여기 날씨니까요. 5월 하순에 빅토리아 데이 라는 휴일이 있는데 이 시점이 지나야 비로소 봄이 왔다고들 합니다.

요즘 브로크 백 마운틴 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무인지경 첩첩 산중에서 양떼를 돌보는 카우보이 이야기더군요. 처음에 일이십분 정도 보다가 너무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만 비디오를 꺼 버리고 말았습니다.

영화속의 풍경이야 말할수도 없이 아름답습니다. 눈이 군데군데 있는, 깎아지른 듯한 산들, 파란 하늘에 구름, 유리같은 시냇물에 곰, 사슴, 코요테 등의 야생동물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보통 영화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면 관객은 자신을 영화속의 풍경에 대입을 시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속에 내가 있다면, 저토록 아름다운 산을 보며 커피한잔을 마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질녘에 모닥불가에서 조용히 기타를 치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보통 이런 상상을 하지요. 나도 그랬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말이지요.

 

아름다운 Shibbald point 호수가. 2010년 9월 찍음.


망망대해 바다같이 너른 온타리오 호숫가에서, 달력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운 나무밑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며 앉아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처음 10분간은 이야~ 하는 탄성이 나오고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습니다.
다음 10분간은 그저 그렇게 밋밋합니다.
그리고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하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점점 아련해지고 발치에 새똥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닭의 열배는 큰 루니 -야생거위- 의 똥은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진짜 큰 개똥만한 크기입니다)

가지고 간 책을 꺼내 들지만 갈매기 끼룩끼룩 바람소리 쏴아 가끔가다 루니(야생거위)놈들의 꾸엑꾸엑 하는 잡음 때문에 잘 읽히지가 않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루니. 보통은 괜찮지만 일부러 가까이가면 사나워진다.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아름다운 공원에 가면서도 책이나 공던지기 원반던지기 자전거 같은 놀이기구를 챙겨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속의 대자연을 접하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먼저 아이고! 저런 무인지경 깡촌에서 어떻게 지내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한숨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캐나다에 사는 교민들이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입니다.

이름난 세계적 명소다 보니 한국에서 누가 올때마다 운전을 해서 갔던 기억때문입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놀러와서 나이아가라를 안 보고 간다면 말이안되겠지요.

물론, 나도 처음 나이아가라 폭포를 봤을때는 헉 소리 나게 감동이 되더군요. 그 웅장한 크기와 천둥소리 같은 폭포 떨어지는 소리, 안개비 같은 엄청난 물보라, 그리고 무지개.

그런데 그게 한번, 두번을 지나 열번을 넘어가니까 이제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서도 아이고 배고프다 오늘 점심은 뭘 먹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캐나다에 사는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 대자연을 싸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것. 아이러니칼하게도 이것이 때로는 사람에게서 낭만을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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