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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한국말 가르치기 본문
2001년 11월 17일에 쓴 글.
이제 이곳 캐나다도 겨울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번 살짝 눈이 온 뒤로 아직 눈 소식은 없지만,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온 천지를 하얗게 덮어버리는 눈의 계절이 될것입니다. 운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눈이 반가울리가 없지만 그래도 눈이 쌓인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캐나다에 온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어 3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딜가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지만 정말 살면서 이곳이 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엷어져 갑니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여러 각양 각색의 사람들, 그리고 입사해서 그렇게도 낯설었던 회사사람들이 "외국인" 이 아닌 그저 "같은동료, 회사사람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나의 캐나다 이민생활도 익숙해져 가는것 같습니다.
민아엄마도 토론토 교육청(TDSB)의 한글학교 선생이 되었고, 민아도 새로 이민온 한국아이를 위해 통역을 할 정도로 익숙해 졌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한국말을 자꾸 잊는것 같아 걱정입니다.
예를들면 차를 타고가면서 집에 뭘 놓고온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는 말을 "집에 뭘 레프트한것 같아서 내 헤드가 자꾸 턴 어라운드 해" 라고 한다면 이해가 되십니까?
민아엄마가 얼마전에 주말 한글학교 교사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민아도 그 한글 수업을 듣습니다. 지난주에는 내가 그 수업의 특별 게스트로 초청되었습니다. 애들에게 한국에 관한 "그 무엇"을 보여달라는데, 마침 이민 오기전에 디지탈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어온 사진들이 있어서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가서 보여 주었지요.
사진의 내용은, 내가 일하던 사무실 주변과 사무실에서 바라본 삼성동 네거리 풍경, 교보문고, 코엑스, 테크노마트, 테크노마트에서 본 88대교와 강변로, 한강, 광화문 주변, 광화문 주변 뒷골목, 그리고 내가 살던 동네 골목들, 보신탕집을 포함한 재래시장 등등 여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태어난 한국애들이 대부분인 아이들은 물론 눈을 반짝거리면서 진지하게 보았지만, 사진을 보면서 질문을 한다거나 혹은 신기해하는 태도에서 애들에게는 한국이란 "모국"이 아닌 또 하나의 외국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곳에 사는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걱정인것은 첫째 먹고사는 일 그리고 그것이 해결되면 애들 교육문제인데 먹고사는일에 바빠서 애들과 대화가 없다보면 애들은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잊게되고 그 이후에는 부모와 대화를 할 기회가 주어져도 제대로 감정을 전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민아엄마와 나는 비교적 민아 한국말 교육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쓰는 편인데도 어떨때는 민아의 한국말이 위태로운 수준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아찔할 정도인데 하물며 생업에 바빠서 애들과 대화를 잘 못하는 가정의 애들은 어떻겠습니까.
처음에 이민와서 조그만 애들이 영어로 조잘조잘 대는것을 보면 신기하고 부러워 보이기까지 했는데 - 그때에는 우리 민아가 영어때문에 학교에 가는것을 두려워 하던 시절이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 지금은 교회같은데서 한국 애들이 영어를 쓰는것을 보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은 우리의 모국이라는 그런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한국말과 영어 두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하는것이 애들의 장래에도 훨씬 유리한것은 누가봐도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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