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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본문
2005년 5월에 쓴 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1)
한국 신문에 가끔씩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불법행위 내지는 추태를 부렸다는 기사가 나옵니다만 그런 기사의 논조는 대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지탄하는 분위기로 이끌어 갑니다.
당사자들을 교묘하게 집단화해서 그 그룹을 아주 발기발기 찢어놓지요. 예를 들면 국회의원이 외국에 나가서 에티켓을 몰라 망신을 당했다던지, 유학생이 외국에 배낭여행을 가서 추태를 부렸다든지 하는 내용 말입니다.
그 기사를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심지어는 "한국사람은 아직 멀었다" 라는 식으로 질타를 아끼지 않습니다. 물론 외국에까지 나가서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욕먹을 짓이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어떤 특정집단 혹은 더 나아가서는 한국사람 전체를 비하하는 구실로 삼으면 안될 것입니다.
며칠전에 저녁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가 나란히 겹쳐 나오면서 뉴스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한국에서 취업비자 없이 불법으로 영어 교습을 하던 캐나다 사람들이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이 되었다는 뉴스였습니다.
일부는 대학졸업 증명까지 위조를 해서 취업을 했다가 적발되었는데 캐나다 관리가 나와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을 여행할때에는 적법한 서류와 절차를 밟고 충분히 정보를 습득한 후에 여행을 하라는 권고를 하더군요.
그런데 글로브 앤 메일이라는 주요 일간지 에서는 논조가 묘하게 흘러갑니다. 즉 적발된 캐나다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식의 논조입니다. 한국에서는 학력위조는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일인데 유독 캐나다사람들만 붙잡아서 마치 중죄인 취급을 했다는 식입니다.
적발되어 추방된 캐나다인들의 자기변명도 실어놓았습니다. "단지 취업비자가 없었을 뿐인데" 경찰에 잡혀가면서 중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는등, 유치장이 너무 열악해서 놀랐다는등 자신은 좋은 영어선생이었다는등 한국 비하와 유치한 변명 일색입니다.
만약에 한국사람이 외국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유치장에 갖혀있다가 추방되었다면 한국 주요 일간지에서 그 당사국을 비하하고 심지어 추방된 사람을 인터뷰해서 변명까지 실어주었을까요? 입이 열개 있어도 할말이 없다고 당사자는 한국 이미지를 실추시킨 아주 중죄인 매국노 취급을 받았을 것입니다.
단속된 캐나다 사람들 출신을 보니 캐나다 시골 중에서도 아주 깡촌 출신들이 많더군요. 아마 그런데서 썩느니 눈이 핑핑 돌아가는 한국 대도시에 나와서 영어가르치면서 인종적으로 대접받고 돈도 버는게 신나기도 했을 것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2)
캐나다의 구인 인터넷 싸이트에 가서 "Korean"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모집하는 광고가 어찌나 많은지 놀랄정도입니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돈도 버세요"
"주거제공 왕복 항공권 제공 보너스 제공"
이러니 여기 대학을 나와서 변변한 직장이 없는 캐나다 애들이 혹할만도 합니다. 여기에서 수입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집 월세인데 그게 공짜로 해결이 되는데다가 월급은 따로 나오니 꿩먹고 알먹고가 아닐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나와서 기술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캐나다 애들은 혹시나 해서 이런 영어강사 브로커에게 연락을 했다가 학력위조라는 유혹에 넘어가는 것입니다.
브로커들은 소개하는 선생 두당으로 커미션을 받아먹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선생을 확보하려고 학력위조 정도는 한국에서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식으로 현혹을 합니다.
나 자신도 영어학원을 많이 다녀봤고 또 회사에서 영어강사를 초빙해다가 개설해 주는 클라스도 들어보았지만 영어강사의 개인적인 수준은 그리 높아본 적이 없습니다. 수준이라는 것이 꼭 학력만을 의미하는것은 아니겠지만 본국에서 충분히 취직도 하고 잘 살것 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회사다닐때의 일입니다만 회사에서 개설해준 영어 클라스의 캐나다 밴쿠버 출신 여자선생은 남자관계에 대해서 꺼리낌없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화려한 중국식 파티복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는 그런 약간 맛이 간 여자애였는데 그 당시에는 못마땅 했을지언정 촌스럽게도 외국여자는 이렇게 "쿨"한가 보다 라고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의 선생들은 다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예의와 교양이 매우 모자란, 한마디로 못배운 티가 역력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매일 매일의 대화가 "즐기는" 이야기, 한국과 그네들의 본국과의 비교 등등에서 한발자국도 더 올라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어학연수다 배낭여행이다 해서 외국에 나갔다 온 사람 천지니 당시의 나처럼 외국사람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없겠지요. 그리고 영어선생들도 적어도 정규학교에서 만큼은 자격심사에 대해 정확한 심사를 거칠 것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3)
글로브 앤 메일(Globe & Mail)이라는 신문은 토론토 스타 라는 신문과 함께 주요 일간지에 들어가는 큰 신문사입니다. 이 신문은 지난 월드컵때 한국 비하 기사를 실었다가 편의점을 많이 하는 한국사람들이 불매운동을 벌이자 결국 사과 기사를 낸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또 이런 말도 안되는 한국 비하 기사를 싣다니 괘씸하기도 합니다. 기사의 내용중에는 한국인이 외국인 혐오증이 있다는등, 전에는 "제발 영어로 말해주세요" 하다가 요즘은 "내 나라에서 꺼져라 흰둥이들아!" 라고 한다는등 악의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다가 한국에서 추방된 사람들 입에서 한국에 대해 좋은 말이 나올리가 있겠습니까만 이건 뭐 말도 안되는 허황된 내용이 사실확인도 없이 버젓이 주요 일간지 기사랍시고 올라와 있으니 참 기가 막히더군요.
그런데, 여기 인터넷 신문에도 한국 인터넷 신문같이 기사에 대해서 독자들이 써 넣을수 있는 "독자 기사평" 란이 있더군요. 이 기사에는 이례적으로 60여개의 독자 기사평이 꼬리를 물고 올라와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나서 처음부터 쭉 읽어보았는데, 역시, 그럼그렇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독자평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불법 영어교습을 하다가 적발되서 추방된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한국에 갔으면 한국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독자평 중에 몇몇 생각나는 것을 적어본다면, 어떤 사람은 불법을 저지르다 걸린 녀석들이 감옥이 더럽고 좁다고 불평하다니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 그럼 그 녀석들을 추방할때까지 로얄요크(토론토의 최고급 호텔)에 집어 넣어 놓을수는 없는일 아니냐고 반문하는 의견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추방된 사람들이 불평을 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며 아예 그 녀석들은 추방전에 한 9개월(하필 왜 9개월인지?) 정도 푸욱 깜방에서 썩힌다음에 추방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하루 수백명의 "노란 사람"(아시안)들이 똑 같은 이유로 추방이 되고 있는 마당에 "하얀사람"(백인)이라는 이유로 불법이 정당화 될수 있느냐는 사람도 있었고
또 한국에서 현재 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는 캐나다 사람들도 다수 있었는데 그들은 한국이 멋진 나라이고 대우도 잘 받고 있으며 사람들도 아주 좋다는 평을 올려 놓았습니다.
결국 기자가 얼치기 비판이랍시고 올린 기사는, 결국 캐나다 사람들에게도 전혀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겠지요.
상식은 상식, 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의 법과 질서, 풍속을 존중하고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는 상식은 어디서나 통하는가 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이야기는 캐나다 바가지에도 해당된다는 소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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