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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앞을 봐!

민아네 2016. 1. 5. 07:22

 

새해 첫 날 출근길, 기분이 좋다.

어쩐일인지 그 많은 신호등이 딱딱 맞아떨어져 기다림 없이 다운스뷰 지하철 주차장에 닿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껏 올라갔던 기분이 한번에 추락하는 일이 일어났다.

 

오늘 아침은 영하 14도.

 

지하철 주차장은 무인 시스템이라 신용카드나 동전으로 4불을 결재하면 차단기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주차장 앞에서 차 창을 열려고 버튼을 누르니 며칠전 내린 눈으로 물이 스며있었는지 얼어서 내려가지 않는다.

 

고작 이 정도 가지고 기분이 추락했다고 할 수는 없다.

 

 

<매일 아침 주차하는 다운스뷰 지하철 역 주차장 입구>

 

할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그 추운 밖으로 나와 달달 떨며 신용카드를 넣으니 표시창에 거래중지 (Transaction aborted)라고 뜨는 것이었다. 추위에 떨면서 몇 번을 시도해도 역시 실패.

 

할 수 없이 후진으로 나와서 (천만다행으로 내 뒤에 줄 서 기다리는 차가 없었다) 바로 옆 입구로

진입하여 다시 시도하였으나 역시 실패.

 

난감하다. 신용카드를 대신할 동전도 없으니 그 또한 낭패로다.

 

난감한 기분이 되어 쩔쩔매다가 문득 앞을 보니 차단기가 휑 하니 올라가 있다. 아뿔사 이 주차장은 연말연시 연휴기간 무료개방이었구나.

 

담당자가 이 새벽에 미처 다시 유료로 돌려놓지 않은 것이었구나. 아니면 오늘까지 무료개방이거나 기계가 고장일 수도 있다. 뭐 어쨌든 좋다. 돈 굳었다. 유유히 안으로 들어가 주차를 했다.

 

난감했던 기분이 한방에 풀리면서 잠시 유보되었던 새해 첫 날 기분좋은 출근길을 재촉하였다.

 

오랫동안 묶여 살았던 개는 줄을 풀어주어도 목줄 길이만큼의 반경을 못 벗어난다더니 내가 그 짝이로다.

 

습관적으로 주차비를 내던 기계 몇 걸음 앞, 바로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저 차단기가 올라가 있는 것을 못 보고,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을 버릇에 묶여 그 추운 날씨에 기계와 씨름을 했다.

 

단지 고개를 돌려 앞을 보기만 하면 될 것을 아무 의미도 없는 일에 고민하며 쩔쩔매고 있었구나. 그렇구나.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문득 뒤돌아 보니 어떤 이가 또 주차기계와 씨름하고 있다.

 

앞을 봐! 그냥 들어가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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