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날 글과 사진/한국에서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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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2012년 6월에 썼던 글입니다. ------------------------------------------------------------------------------------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보았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직장에서 여태까지 한 일이란 건설이지 건축과는 거리가 있는 일. 학창시절 귓등으로나마 들었던 르 꼬르뷔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벌써 기억의 자욱한 안개속에 거뭇한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영화의 배경은 내가 결혼 후 상당기간 살았던 정릉이었다. 정릉은 그 전까지 살았던 강남의 신흥 타운과는 사뭇 다른 곳이었다. 한창 개발바람이 불 때 강남의 신흥 타운에서는 판자촌이나 논밭이 야트막한 축대를 돌려친 집터로 변하는가 ..
20120126 2012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 백고불여일블. 과거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씨가 기고문에 썼다가 학자답지 못한 천박한 표현이라 하여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사연이 있는 이 말은 백번의 고고가 한번 블루스보다 못하다는 의미를 갖고있다. 386세대가 학창시절을 지낸 7, 80년대의 춤문화는 트위스트에서 고고, 그리고 디스코로 넘어가는 변화무쌍한 격변의 시대였다. 칠십년대 중후반 풀밭에서 야전 틀어놓고 까까머리에 삐딱하게 얹힌 교모에 교련복 차림으로 발바닥 비비며 먼지 피워올리던 촌놈들이 드디어 수출 백억불 대망의 팔십년대가 되자 현란한 조명..
20100219 2010년 2월에 썼던 글입니다. ------------------------------------------------------------------------------------- 기사식당은 말 그대로 기사들이 들러서 밥먹고 가는 식당이다. 종업원이 빨간 불이 번쩍거리는 경광등을 들고 마치 교통정리하는 사람이 차량유도를 하듯이 호객을 하면, 얼떨결에 속아서 주차장으로 들어온 운전수들은 귀신에 홀렸다는 듯 허탈한 웃음과 함께 엎어진김에 쉬어간다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속았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여직껏 듣도 보도 못했으니 얍삽한 상술도 푸짐한 기사식당의 인심에는 녹아버리는 것일까. 그러나 음식 메뉴갖고 얍삽한 꼼수를 부리다가는 단박에 망하는 곳이 바로 기사식당..
20091203 2009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 오랜만에 이틀 휴가를 내어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모든 사람들이 학교로 일터로 떠난 주택가의 풍경은 한가롭기만 하다. 날씨가 좋아서, 뒷뜰 창가에 쏟아지는 햇살에 잠시 겨울을 잊고 낮잠을 청해본다. 점심때가 되었는지 집에서 빤히 보이는 카토릭 스쿨에서 아이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잠결에 들린다. 언어만 다를뿐이지 아련히 들리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음은 언제나 햇살같이 화사하기만 하다. 겨울이지만 아직은 영상의 날씨에 햇빛이 눈부신 오후니까,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오히려..
200909 2009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워낭소리가 유명하다고 난리법썩이어서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만 보고 말았다. 노인이 오랜 세월동안 기르며 같이 농사일을 해 온 소가 늙어서 죽었다. 더도 덜도 없는 영화의 스토리다. 담백하다. 시골 초가집 툇마루에서 토장국에 보리밥 먹고 난 기분이다. 문득 아니,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40살이 다 된, 수명을 넘겨도 한참을 넘긴 소. 노쇠해서 걸음조차도 비틀거리는 소를 짐수레 끌기, 농사일, 심지어 자가용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니다. 노인은 동물학..
20090908 2009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코끝이 싸해지면서 생각의 조각들이 하나 둘 일어난다. 그 한조각을 집어들고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가 부른 70년대 인기 라디오 드라마인 의 주제가 가사다. 어렸을 때 신림동 양옥집에서 살던 시절, 아침 7시 50분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졌고 그 배경으로 부엌에서 어머니의 도마소리와 함께 구수한 밥냄새가 기분좋게 나던 기억이 난..
200901 2009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이다. 내 친구 중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있는데, 당시 나는 교회에 다니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때때로 얘기해 주는 성당의 조직이라든지 예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있게 듣곤 했다. 천주교는 잘 알려진대로 여러가지 격식이나 의전, 조직의 규정이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그 친구 역시 "레지오" 라는 교회내 단체에 소속되어 여러가지 봉사활동을 했는데, 무슨 활동을 하느냐 물어도 레지오 규칙상 봉사활동을 다른 이에게 말할 수 없다는 대답을 ..
20090317 2009년 3월에 썼던 글입니다. ------------------------------------------------------------------------------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는 달동네라는 곳이 있다. 올라가는데만도 숨이 헉헉 차오르는 그런 언덕을 따라 블럭으로 얼기설기 쌓아올린 집들이 빼곡이 있다. 국민학교 졸업의 학력에 3급 장애인, 노동운동을 하다가 후일 국회의원을 한 이동철(본명 이철용)씨가 쓴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소설은 386 세대라면 아마 다들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후일 이장호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철용씨는 전두환 정권이 끝나고 청문회때 전두환씨보고 "살인마"라고 고함을 쳐 다시한번 유명해지기도 했다. 현재는 특이하게도 교회..
20090120 2009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 봉사활동을 하는데는 감성과 그에 맞는 스킬이 필요하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뜨거운 마음이 없는 봉사는 차갑고 기계적인 노력의 제공이 될 뿐이고 열정만 있는 봉사는 도움을 주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복합 장애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복합 장애라는것은 한가지 이상의 장애를 지칭하는데, 팔 다리가 불편한 정도는 아주 양호한 편이고, 예를들면 시각장애 + 뇌성마비 + 다운증후군, 청각장애 + 뇌성마비 + 시각장애 등등 옆에서 사람이 한시도 떠나지 못하는 그런 장애를 말한다. ..
20070919 2007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지금도 생각나는 국민학교 5학년때 학교에서의 기억이 있다. 당시 담임선생은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항상 다듬이 방망이 정도 크기의 검은 갈색의 굵은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며 애들을 수시로 두들겨 패곤 했었다. 수업시간은 항상 공포의 시간이었지만 또 아이들은 그런 체제에 순응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런대로 견딜만 하게 느껴졌었다.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그는 선생"님" 이라는 존칭을 붙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국민학교 5학년 짜리 애들에게 꿈과 희망, 동심 등등의 단어는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