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날 글과 사진/한국에서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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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까마득한 옛날 내가 동네친구집에 놀러 갔을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만, 달동네로 대표되던 봉천동은, 무허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그 사이를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 지나가는 그런 동네였습니다. 이 친구가 사는 곳도 별반 다르지 않은, 야트막한 2층 스라브 집이었습니다. 친구의 방은 2층이었는데, 창문을 열고 보면 그리 별스러울 것도 없는 평범한 동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보면 집을 끼고 돌아가는 좁은 골목이 있고, 군데군데 거미줄같이 치렁치렁한 전선을 이고 있는 전봇대와, 골목을 따라 쭉 가다보면 왼쪽으로는..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한국에서 살 때, 딸네미가 아직 네살때 일입니다. 딸네미 동네 친구중에 성수라는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딸네미보다 한살 많은 놈이었는데 우리 딸네미를 아주 끔찍하게 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넓적한 얼굴에 조그만 눈, 밋밋한 코와 입이 오종종하게 몰려있는, 구한말 흑백 사진 화보 속의 전형적인 토종 한국아이입니다. 좋은말로 남자답게 생긴 장군감이었습니다. 성수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한다고 했는데 부부가 바빠서 그랬는지 아니면 성수가 그렇게 활달한 성격이라서 그랬는지 성수는 늘 밖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회사 노는날이라 ..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군대시절 경험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 1 군에 입대해서 훈련을 받을때나 자대 배치를 받고 생활하던 때 늘 생각하던 것이 나중에 제대를 하고나면 민간인 신분으로 이곳에 다시 놀러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새벽 한두시에 길도 없는 숲속을 헤치며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데, 얼굴에 아카시아 가시가 긁히고 거미줄이 감기면서 계속 전진하다가 문득 숲이 끝나면서 야트막하게 경사진 하얀 공터가 나오는 것이었. 그 위로 교교하게 비추는 달빛은 얼마나 환상적이었던지 지금도 내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해상침투 대비 대간첩 작전을..
고등학교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이름이 꺼구로 해도 같았습니다. 실명은 개인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이 친구, 엄청 착합니다. 남에게 싫은소리 한번 할 줄 모르고 큰소리 한번 칠 줄 모르는 친구였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었는데 공부가 어지간히 많이 떨어졌고 왠지 모르게 나사빠진 행동을 할 때가 많았으며 체력이 약해서 그런지 행동거지가 참으로 어눌하고 어벙벙한 친구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체육시간에 정말 많은 놀림을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젊은 체육선생이 좀 못된 구석이 있었던 것이 애들 앞에서 그 친구를 모욕을 주고 놀리고 했었습니다. 뭐, 그때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훈육선생이 학생이 껌을 씹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다 씹던 껌을 짓이겨 발라 버리던 시절이었으니 인격모독..
2008년 6월에 썼던 글입니다. -------------------------------------------------------------------------------- 요즘 한국에서 회자되는 우스개 소리 하나를 소개해봅니다.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거지의 돈주머니가 만원짜리 지폐로 넘쳐나는 기적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정답은 지하철 종점이랍니다. ㅎㅎ 이 대목에서 와~~ 진짜? 혹은 왜? 왜 그게 정답이야? 이런 분들은 상태가 심각합니다. ㅎㅎ 지난번 한국에 갔을때, 아침에 병원에 가느라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 플랫폼을 내려가는 계단에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계단에 앉아서 껌 몇통을 부채같이 펴들고 팔고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복잡한 출근 시간을 피해..
2008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4월 2일 수술 당일이다. 새벽에 눈이 떠져 도무지 잠이 오지를 않는다. 2인실이지만 나 혼자 있어 TV는 마음대로 볼 수 있다. TV는 하루종일 24시간 하는것 같다. 유선방송에서는 쉬지않고 낮에 했던 프로그램을 되풀이하고 있다. 똑같은 코미디언, 배우, 해설자, 아나운서,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동물들이 이 새벽에 똑 같은 모습으로 똑 같이 울고 웃고 걷고 달리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일상도 역시 저들과 같이 똑 같은 장면을 매일같이 연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같은 수술도 어찌보면 인생에 있어서 수없이 반복되..
2008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람들은 평소에도 가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병원이라는 곳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기에 좀더 진지해 질 수 있는 장소인것 같다. 병실은 늘 노인들로 채워져 있다. - 이렇게 늙으믄 노상 병원이나 댕기다가 가는기여. - 나는 팔십까지는 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칠십도 장담을 못하것어. 병원 밖이었다면 그저 노인의 일상적인 푸념으로 느껴졌을 짤막한 한마디도 이곳에서는 의미가 새롭다. 병이 깊은 노인들. 몸은 쇠약해져가지만 정신은 아직도 신록과 같이 억세고 싱싱하기에 그들의 푸념은 더욱 애처롭다. 죽음. ..
2007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옛날 옛적 옛 직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역시 직장에 배치받은지 며칠 되지 않았던 신입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부서장 밑에 1,2,3 파트가 있었습니다. 파트장은 차장급이 맡고 있었지요. 점심시간이었는데, 파트장님인 차장님이 어딘가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마나나! 마나나!" 하고 외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나나가 뭘까? 그게 뭔데 파트장께서 일어서서 저렇게 큰 소리로 복창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5초 정도 선채로 큰 목소리로 마나나를 외치자, 저쪽에서 "어!"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분 성함이 "..
2007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여기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한국 회사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정말 말 그대로 쌍팔년도적 얘기지만... 그때 신입사원이란게 군대의 신병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군대 막 제대해서 사회생활 며칠 하기도 전에, 연수소에 잡아넣고 한달 합숙훈련을 시킨 후 막 회사에 배치받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군에서 아무리 소대장 중대장을 했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신입사원은 또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어리버리 신병일 뿐이었습니다. 입사동기들과는 또 하나의 친한 친구가..
2006년 11월에 썼던 글입니다. ---------------------------------------------------------------------------------------- 한국에서, 회사에서 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연수원에서 숙식하면서 하는 프로그램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연수 프로그램도 한 일주일 정도 먹고 자고 하면서 받는 연수였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간단한 단체 구보도 한 뒤 아침을 먹으러 갔지요. 길게 줄을 서서 식판에 아침밥을 담아 식탁에 앉았는데, 내 바로 맞은편에 다른 회사(물론 같은 계열사) 사람이 앉았습니다. 식판을 놓자마자 허겁지겁 밥을 먹는 나와는 달리, 식판을 앞에 놓고 고개를 숙이고 아주 정성스럽게 기도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