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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풍경 본문
2008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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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평소에도 가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병원이라는 곳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기에 좀더 진지해 질 수 있는 장소인것 같다. 병실은 늘 노인들로 채워져 있다.
- 이렇게 늙으믄 노상 병원이나 댕기다가 가는기여.
- 나는 팔십까지는 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칠십도 장담을 못하것어.
병원 밖이었다면 그저 노인의 일상적인 푸념으로 느껴졌을 짤막한 한마디도 이곳에서는 의미가 새롭다. 병이 깊은 노인들. 몸은 쇠약해져가지만 정신은 아직도 신록과 같이 억세고 싱싱하기에 그들의 푸념은 더욱 애처롭다.
죽음. 인간이라면, 아니 생명체라면 하나 예외없이 겪어야 할 순간이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한번 진지하게 짚어 본다는 것. 큰 병이나 사고로 사선을 넘나들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죽을병은 아니지만 비슷한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죽음과 생명은 반대의 낱말이지만 또 같은 말이기도 하다. 죽음을 생각해 본 사람은 대개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내기 마련이니까.
병원 창 밖에 도로에는 레이싱을 하듯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다. 입원실 안의 사람들이 웃으며 자신의 죽음을 떠들고 있을 때 병실 밖 풍경속의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그들의 인생을 바쁘게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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