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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동기들과 장난 추억 본문

옛날 글과 사진/한국에서

신입 동기들과 장난 추억

민아네 2024. 2. 17. 17:16

2007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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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한국 회사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정말 말 그대로 쌍팔년도적 얘기지만...

그때 신입사원이란게 군대의 신병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군대 막 제대해서 사회생활 며칠 하기도 전에, 연수소에 잡아넣고 한달 합숙훈련을 시킨 후 막 회사에 배치받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군에서 아무리 소대장 중대장을 했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신입사원은 또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어리버리 신병일 뿐이었습니다.

입사동기들과는 또 하나의 친한 친구가 되어 가끔 술집에서 모여 상사들 씹고 찧는 재미를 안주삼아 놀기도 했습니다.

업무시간에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장난삼아 "아, 나 문사장인데 김회장 바꿔!" "어, 문사장, 나 김회장이요" 이런식으로 키득거리며 장난도 잘 쳤습니다.

우리 본부장 밑에 마이사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마이싱, 시마이, 사시미 같은 별명같은게 아니라 성이 마씨고 직함이 이사님입니다. 이사님 정도쯤 되면 업무상 부장이나 차장 정도가 챙겨드려야 할 것 같았지만 마이사님은 업무상 필요하다 싶으면 사원 대리 과장 같은 잔챙이들도 수시로 전화로 부르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마이사님을 부르는 별명이 "마대리"였습니다.

Image generated by Bing Chat AI.


하루는 업무시간에 전화가 왔습니다.

"네 토건팀입니다"

"아, 나 마이산데"

그런데, 그 목소리는 마이사님 목소리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어색했습니다.

뒤를 힐끗 보니 부장님 차장님이 다 있었습니다. 이사님이 부장 차장 다 있는데 나에게 전화를 걸 이유가 없겠지요. 아하! 동기놈이 또 장난을...

그래서, 최대한 다정하고 느끼하게 말했습니다.

"아~ 그-러-세-요??"

"....." (잠시 침묵)

"흠.. 나 마이산데.."

하.. 요런.. 나를 뭘로 보고 사기를 쳐 먹으려고..  나는 더욱 더 느끼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아~~ 마이사세요?"

갑자기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 마이사라구!!"

그때서야 정신이 퍼뜩 들더군요. 진짜 마이사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납니다. 얼굴이 빨개집니다. 마이사 시마이 마이싱 사시미 비슷한 단어조차 생각하기 싫어집니다. (그러다가 마이사님을 시마이님! 하고 부르지 않은게 다행)

사고를 쳐도 완전 타이푼급 대형사고를 쳐버렸던 것입니다. 다행히 마이사님은 부장 바꾸라고 하시고는 다른 일로 바쁘셨는지 그 후로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정말 까마득한 옛날 얘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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