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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귀가

민아네 2012. 3. 25. 01:18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퇴근길의 하이웨이는 여전히 막힌다. 섰다 갔다 한없이 느리게 가는 차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려 이곳 저곳 눈길을 돌려본다.

너구리가 길가의 갓길에 누워있다.
필시 달리는 자동차에 봉변을 당했을 터인데도 몸뚱이가 상한곳이 없어 마치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길 건너 저편에 굶주린 배를 채워줄 맛난 음식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리운 친구 가족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도로는 동물들에게 죽음의 강이다.

녀석은 왜 목숨을 걸고 그 흉폭한 자동차의 물살을 헤치며 건너려고 했을까.

얘, 왜 거기서 그렇게 자고 있니?
이제 그만 일어나 너네 집에 가!

할일없이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바람이 풀밭을 쓸고 와 아직 윤기를 잃지 않은, 녀석의 진회색 털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녀석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날이 엄청 더웠다가 비가 억수같이 왔다.
자는 듯 누워있던 녀석은 해와 바람과 비를 맞으며 며칠이고 밤낮을 지내더니 더이상 너구리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이제 녀석은 진짜로 집에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근처에 무성한 잡풀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노란 햇살을 받고있다. 그 평화로움이 늦저녁의 시골마을, 장지문으로 비추이는 노란 전등불빛을 보는 것 같다. 녀석도 저 안에서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을 것 같다.

자동차들은 여전히 굉음을 내지르며 죽음의 강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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