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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맹모삼천?

민아네 2013. 1. 18. 10:01

심심하던차에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도올선생의 강의를 듣다가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서 소개한다. 그나저나 참 편리한 세상이다. 내가 원하는 영상을 아무때나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알고있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 대한 이야기다.

 

맹모삼천지교라면 보통 애들 교육에 치맛바람을 몰고 다니는 "무식한" 아줌마들이 즐겨 인용하는, 즉 애들 학교를 위해서 이사 혹은 더 나아가 위장전입까지 정당화 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애들 학교때문에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갔으면 갔지 거기에다가 왜 맹자 어머니는 끌어들여서, 마치 자신을 맹자 어머니가 된듯우쭐해하는 만행을 일삼으니, 그래서 "무식한"이라는 공격적인 수식어를 붙였다.

 

도올선생은 맹자 어머니가 무덤가, 시장판, 서당동네 세군데에서 살았으니 이사는 두번을 한 셈인데, 왜 그게 삼천이냐? 이천이지, 라고 한다. 두번이나 세번이나, 애들 교육때문에 이사를 했다는게 포인트겠다.

 

그러나 맹모가 위대한 이유는 단지 애 때문에 이사 두번 했다고 그러는게 아니다.

 

어린시절 맹자는 집을 떠나 노나라 곡부라는 곳에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제자가 되어 수학을 했다. 그런데 타향살이에 향수병이 도진 맹자는 학문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왠지 "한석봉과 어머니의 불끄고 떡썰기" 대목이 생각나지만 맹자의 경우는 좀 달랐다.

 

맹자 어머니는 멀리서 돌아온 아들을 보며 학문을 다 마쳤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아직 못 마쳤으나 어머니가 보고싶어 왔다고 했다.

 

그러니가 맹자 어머니는 그때까지 작업하고 있었던 베틀의 베를 확 찢어버린다. 당시 맹자 어머니는 베를 짜서 살아가고 있었다하니 주 수입원인 베를 쫙 찢어버렸음은 생계를 포기하겠다는 뜻인지라 맹자도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가 학업을 중간에 중단하는 것은 이렇게 짜던 베를 끊어버리는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이룰수가 없고 종국에는 도적이 되거나 남의 심부름꾼이나 될 뿐이다" 라고 한다.

 

당연히 맹자는 크게 뉘우치고 돌아가 우등생으로 졸업을 하였더라 뭐 그런 결말은 한석봉 스토리와 비슷하겠다. 이를 맹모삼천지교에 이어 맹모단기孟母斷機 지교라 한다.

 

맹자 어머니의 자녀교육 에피소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루는 옆집에서 꽥꽥 거리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맹자가 어머니에게 "저 집에서는 왜 돼지를 잡나요?" 라고 물었더니 맹자 어머니는 무심결에 "응, 그거 우리 아들 돼지고기 주려고 그러나보다" 라고 대답했다.

 

맹자 어머니는 그 말을 하고서 무심결에 거짓말을 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이웃으로 달려가 돼지고기를 사서 맹자를 먹였다고 한다.

 

또한 맹자가 결혼후에 사흘만에 아내의 집에서의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다 하여 별거를 하자 맹자의 어머니는 며느리를 불러 이유를 물었다. 며느리는 "나는 안주인으로서 사적인 공간에 있을 뿐인데 갑자기 불쑥 들어와서는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다 하니 이는 나를 손님으로 간주하는게 아닙니까" 라고 항변하였다.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로 하여금 며느리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도록 하였다. 보통의 시어머니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이다.

 

이후 맹자가 제나라 조정에 중용이 되어 출세를 했으나 왕의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벼슬을 포기하고 떠나려 했을 때, 맹자가 이제 봉록이 끊기면 어머니를 편히 모시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

 

이를 알아차린 맹자의 어머니는, 나이가 어리면 부모를 따르고 시집을 가면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르는 것 (삼종지도)이 부녀자의 예라 하면서 맹자의 뜻대로 하도록 하였다.

 

세상에 지나가는 말로 거짓말 했다하여 그 약속을 지키는 부모가 얼마나 될 것이며, 유학간 자식이 돌아왔는데 자기 명품백을 쫙 찢으며 자식을 꾸짖는 엄마가 어디 있을 것이며, 또 아들이 와이프에 대해 불평을 하는데 아들을 나무라며 며느리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시어머니가 어디 있겠으며 또 자식이 잘나가는 공직을 사퇴하고 기약없는 백수로 돌아가겠다는데 말리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러니 좋다는 학군 따라서 극성을 떨며 이사를 하는 그런 "무식한" 아줌마들 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마치 단답형 퀴즈에서 맹모? 하면 "삼천지교!"를 외치듯, 맹모의 가르침이 갖고있는 모든 백그라운드는 싸그리 무시하고 단어 하나만 떼다가 갖다 붙이는 무지함의 결과겠다.

 

이런 아줌마들의 특징은 아이들을 자신의 악세사리로 간주하여 아이들의 인성은 상관없이 성적만 잘 나온다면 애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안하는 경우가 많아 애들이 공부만 잘하는 괴물로 자라나기 십상이다.

 

요즘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애들은 보통 '짱' 이나 '일진'으로 불리우는데 이들의 특징은, 과거와는 달리 전부 집이 유복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다. 또한 폭력의 대상도 힘없고 약한 아이들을 집단으로 잔인하게 괴롭혀 심한 경우에 피해자가 자살까지 한다니 사이비 맹모의 폐해는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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